▲연극 <꽃의 비밀> 공연 사진
트위스트1971 공연제작소, ㈜파크컴퍼니
<꽃의 비밀>의 특별한 시도, 과연 그 끝은
<꽃의 비밀>은 사실적인 재현을 추구하는 연극이 아니다. 남편 행세를 하는 아내들의 변장술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 수행하는 노력들(예를 들어 건들거리며 건네는 인사, 삐딱한 자세, 털털한 행동 등)은 사실적이라기보다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포인트에 가깝다. 보험공단 의사 '카를로'와 간호사 '산드라', 나아가 관객을 철저하게 속이려 들지 않고, 오히려 '이래도 속아준다고?' 하며 과감하게 나아간다.
남자 배우들로 꾸려진 공연은 한층 더 과감하다.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어딜 봐도 명백한 남성이다. 공연이 시작되고 배우 성지루가 연기하는 '소피아'가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객석 곳곳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자스민'을 연기하는 배우 정웅인, '모니카' 역의 강은빈, '지나' 역의 임모윤 역시 본래 성별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관객들은 기꺼이 속아준다. 어느 순간이 되면 머리로는 이들이 남자인 걸 알지만, 여자이길 바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덕분에 아내들이 남장을 한 이후에도 무대 위 남자 배우들은 '남자'로 보지 않고 '여장 남자'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극 중 여자라는 사실이 발각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해하며 소동을 지켜본다.
그야말로 '연극적 허용'이자 장진 감독이 이야기한 '환상'이다. 그는 남자 배우 버전의 <꽃의 비밀>을 구상하고 준비하면서 무대 위 환영의 끝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보고자 하는 환영의 끝은 작품 자체만으로 도달할 수 없다. 작품과 배우들의 역량, 관객의 시너지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과연 그 끝이 어디일지, 장진 감독의 실험은 오는 11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진행된다.
남자 배우들에 더해 정경순·추귀정(소피아 역), 황석정·유선(자스민 역), 박하선·경수진(모니카 역), 한수아·신슬기(지나 역) 등 여자 배우들도 고유한 <꽃의 비밀>을 완성하기 위해 힘을 보탠다. 안두호·김한결·김남희(카를로 역), 전윤민·서은영(산드라 역)도 출연한다.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는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가 섞여 출연하는 '페어셔플'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연극 <꽃의 비밀> 공연 사진트위스트1971 공연제작소, ㈜파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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