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보다는 지적명확하고 선명하고 분명한 걸 좋아해요. 저한테 없는 말 하면서 “너무 좋았어” 이러면, 저는 그게 저를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차라리 나한테 욕을 하는 게 낫지. (웃음) 그게 저는 더 싫고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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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자신을 혐오해야 하는데…." - 뮤지컬 <드라큘라> 제1막 M11B. 'Loving You Keeps Me Alive(그댄 내 삶의 이유)' 중에서
미나 머레이는 자신을 혐오한다. 자신에게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조나단 하커. 그와의 미래는 눈앞에 선명한 꿈 같은 삶이자 완벽한 인생일 테다.
그러나 미나는 눈앞의 존재에게 운명적으로 '너무나 강한 끌림'을 느낀다. 자신들은 아주 오래전 결혼한 사이라며 전생의 사랑을 노래하는 남자. 그는 미나에게 영원한 삶을 약속하며 함께 새벽을 향해 춤추자고 속삭인다. '엘리자벳사'였던 시절을 전혀 기억할 리 없건만, 미나는 피를 취해 그림자 속에서 영생을 사는 이 존재에게 매혹된다. 그리고 그에게 매혹된 자신을 혐오하지 않고는 결코 견딜 수 없다. 그건 '원망'이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이다.
"저는 초연 때 가사를 계속 그대로 노래하고 있어요. 연출께서 따로 '원망이라는 단어를 썼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말씀은 없으셔서, 그 표현을 계속 유지하고 있죠. 저는 원망보다는 '혐오'라는 게 더, 굉장히 극단적인 표현일 수는 있는데, 미나라는 캐릭터를 조금 더 보여주는 것 같아요."
뮤지컬 <드라큘라>의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드라큘라와 미나가 함께 애절하게 부르는 넘버이다. 미나를 향해 "유일한 빛"이라고 노래하는 드라큘라 앞에서 미나는 갈등하고 흔들린다. 그리고 흔들리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미나를 연기하는 배우 조정은은 재연 이후 바뀐 "원망"이 아니라 초연 가사 그대로 "내 자신을 혐오"한다고 노래한다.
조정은은 그런 배우이다.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무대에 나가기 전에는 긴장하고,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감정을 무대에서 이해한 '척'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다. 치밀하게 디테일을 계획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무대 위 흐름에 맞춰 노래하고 연기하다 보면 그 감정이 자신도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누구보다 속삭이듯이 노래하고, 완급을 조절하며 말한다.
그래서 조정은의 미나는 가장 기품 있고 우아하면서도, 가장 섬세하고 유려하다. 그렇기에 후반부에 폭발하는 서늘함과 격렬함의 공존이 더 큰 낙폭으로 다가온다. 22일 늦은 오후 서울 중구에서 2026년 시즌 <드라큘라>에 복귀한 배우 조정은을 기자들과 함께 만났다.
"지지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더 과감해진 네 번째 미나
▲12년 전 MV그 영상('Please Don't make me Love You')이요? 안 봤어요. 못 보겠어요. (웃음) 물론 그게 ‘그때가 너무 최고였다’는 의미는 아닌데, 괜히 지금의 저와 비교하게 될 것 같아서 그냥 안 봤어요. 그래서 댓글도 이야기는 들었지만, 제가 직접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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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연기했던 제 미나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미나를 비교하면, 제 연기를 아주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제 몸으로 느끼기에는 조금 더 과감해진 게 생긴 것 같아요. 새로운 작품을 하고 다시 <드라큘라>를 하게 되면서 '이번에는 좀 과감하게 해야겠다'라고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표현하는 것이나 저한테 다가오는 것들이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더 과감하게 표현되는 것도 있고, 훨씬 극대화돼서 저한테 다가오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미나가 이제 다 이해가 됐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미나에게 접근할 수 있는 폭이 조금 더 생긴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했을 때보다요. 예전에는 지금보다 경험도 적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그때의 그게 제 최선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조정은이라는 사람으로서도 경험이 더 생겼고 다른 작품들도 경험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같은 말이고, 같은 상황이고, 같은 장면인데도 다르게 다가오는 게 있어요. 그래서 표현도 달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2014년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드라큘라>는 여섯 차례 시즌을 거쳤고, 조정은은 네 차례 미나로 참여했다. 그가 꼽은 이번 시즌 미나의 가장 큰 변화는 '과감함'이다. 그 사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다른 작품과 경험도 쌓였다. 의식적으로 변화를 만들려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이 오래 알고 있던 대사와 장면을 전과 다르게 받아들이게 했다.
변화는 특히 2막에서 두드러진다. 드라큘라와 자신의 전생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마주한 뒤부터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욕망과 충동이 거세게 튀어나온다. 조정은은 관객에게 미나의 선택이 '옳다'고 설득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 선택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왜 그런 선택에 이르렀는지는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막에서 미나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평범하잖아요? 루시와 비교하면 조금 더 보수적인 성향의 여성이죠. 그런데 2막에서는 완전히 확 달라지는 모습들이 드러나죠. 미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저런 모습이 있었어?'라고 할 정도의 다이내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이 가진 욕구나 욕망이라는 건 어떻게 포장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당히 배가 고프면 '뭐 좀 먹을 거 없을까?'하면서도 참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정말 너무 배가 고프면 음식이 눈앞에 있을 때 당장 손이 가게 되잖아요. 저는 그런 '살아 있는 욕구' 같은 게 2막의 미나에게 조금 더 흘러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이걸 더 보여드려야겠다'라기보다는, 보시는 분들이 미나의 감정의 폭이나 '원하고, 원하지 않고' 사이의 갈등을 보면서 그게 '포장'돼 있다는 느낌을 받으시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정제되지 않고, 굉장히 직접적인 것이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풀어야 할 질문은 남는다. 루시의 참혹한 죽음을 목격했고,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영원히 존재하는 삶을 그토록 거부했던 미나는 왜 결국 드라큘라에게 이끌리는가. 조정은은 결과만 놓고 보면 이를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미나 안에서 벌어지는 자기부정과 갈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왜 그렇게까지 강하게 거부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저는 그만큼 강하게 끌리기 때문에 그렇게 강하게 부정하고 '아니야'라고 하는 거라고 봤어요. 본인이 생각해도 그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지 않잖아요. 그런데 감정이라는 게 '이게 이거니까 이렇게 된다'라고 딱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 어떤 지점이 있는데, 그렇지만 분명히 끌리고 있는 것. 저는 그래서 미나가 더 강하게 부정하고 부인한다고 생각했어요. 드라큘라가 '당신에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건 나와 같은 공허함이니까'라고 하잖아요. 그런 건 미나도 부정할 수 없는 어떤 사실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당신도 날 사랑하잖아'라고 했을 때 '아니,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라고 하는 것도, 정말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게 있기 때문에 더 강하게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짚었어요. 그래야 그다음에 'Please Don't Make Me Love You(사랑하면 안돼)'라는 노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앞서 'Loving You Keeps Me Alive'에서 "원망" 대신 "혐오"를 선택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조정은은 이 넘버 초입을 미나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으로 풀어냈다.
"미나가 자기가 엘리자벳사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기보다는, 자기도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집어낼 수는 없지만 막연하고 흐릿하게 뭔가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드라큘라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자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엘리자벳사로 등장하는 걸 보면서 자기가 막연하고 흐릿하게 가지고 있던 어떤 기억 같은 게 '아, 이거였구나' 하고 맞닿았다고 봤어요.
그래서 그 짧은 부분에서 미나가 그것을 알게 됐다고 저는 짚었어요. '내가 현생의 미나이지만 엘리자벳사이기도 하구나.' 어떤 매력 때문에 드라큘라에게 끌렸다기보다 '아, 그게 그런 거였구나' 하고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는 찰나라고 생각했어요."
이처럼 배우가 감정을 촘촘히 메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정은은 <드라큘라>의 대본이 인물의 모든 변화에 친절하게 설명을 붙여주는 작품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짚었다.
"사실 저희 대본이 누가 봐도 '아, 이러니까 이럴 만하겠다'라고 느낄 만큼 스토리텔링이 친절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면에서는 '갑자기 왜 이렇게 되지?'라고 느끼실 수도 있고요. 그런데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꼭 앞뒤가 논리정연해야만 다 와닿는 건 아니잖아요? <드라큘라>라는 작품이 대본에서 그런 친절함이 조금 아쉽다면, 배우로서는 적어도 관객분들에게 '앞뒤는 잘 모르겠는데, 저게 뭔지는 알 것 같아' 하는 지점은 마음에 닿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왜 거짓말을 해야 되지?"... 저음과 마지막 성호
▲개인 콘서트?저도 콘서트를 다시 하고 싶어요. 7년 전에는 첫 콘서트라 너무 어렵게 느껴졌는데, 막상 하고 나니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기회가 꼭 다시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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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조정은의 미나를 본 관객이라면 2막 최면 장면의 변화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Train Sequence(트레인 시퀀스)'에서 드라큘라를 쫓는 반 헬싱은 미나에게 최면을 걸어 그의 행방을 캐낸다. 이번 시즌 미나는 이 장면에서 노래와 대사의 진폭을 이전보다 훨씬 키웠다. 노래를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노래하는 동안 이미 최면에 걸린 미나를 표현하고, 최면에서 깨어난 뒤 반 헬싱의 추궁에 가까운 시선을 받을 때는 서늘하리만큼 툭 떨어지는 낮은 저음으로 읊조린다.
"제가 저번에 했던 그 장면은 '무슨 일이 있었어요? 제가 도움이 되었나요?'라는 걸 정말 진실되게 묻는 방향이었다면, 이번에는 미나가 의도를 가지고 어떤 정보를 일부러 감추는, 그런 거짓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디렉션(Direction, 연기 방향)을 연출이 주셨어요. 구체적으로 '톤을 낮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건 없었어요. 대신 '드라큘라의 편에 완전히 선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거였죠.
런 스루(Run Through)를 하던 중에 연출께서 주신 방향을 기억하면서 그 장면을 하는데 그냥 제 목소리 톤이 탁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왔어요. 연출도 거기에 대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 없으셔서 계속 그렇게 하게 된 거예요. 제가 '여기서는 목소리를 낮춰야지'라고 구체적으로 의도해서 만든 표현은 아니었어요. 다만 그 방향을 제가 표현하다 보니까 그렇게 완성된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제가 '왜 거짓말을 해야 되지?'라는 질문이 많이 생겼어요. (웃음) 그런데 일단은 '해보자'하고 해봤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더라고요. 재미있다는 게, 제가 안 해보고 질문했을 때와 막상 해본 다음이 달랐어요. '아, 이게 이럴 수도 있겠네' 하는 다른 길이 조금 보였어요. 거기서부터 그 장면이 조금 더 확장됐고, 지금 공연에서는 또 조금 더 간결해진 것 같아요."
피날레 역시 이번 시즌 조정은에게 이전과는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작품의 마지막 순간, 드라큘라와 미나의 입장은 뒤바뀐다. 그토록 도망치고 부정하며 발버둥쳤던 미나는 강한 확신으로 영원한 밤을 걷기로 결심한다. 반대로 그토록 함께하자고 유혹했던 드라큘라는 미나를 이 어두운 밤으로 끌어들이기를 거부한다. 대신 자신의 심장을 칼로 찔러달라고 부탁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죽여달라는, 어쩌면 잔인하고 이기적인 부탁. 꼭 그 방법밖에는 없었을까?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자결해서 구원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미나에게 그렇게 잔인한 부탁을 했을까 생각해봤어요. 드라큘라는 원래 신에게 정말 충성했던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자신이 가장 충성했던 신에게 저항하게 된 거죠. 십자가에 칼을 꽂고 '나는 악마의 편에 서겠다'고 하면서 400년이라는 세월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살게 됐고요. 저는 그 모든 시작이 엘리자벳사의 죽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 건 당신뿐이야'라고 했을 때, '그녀의 손에 죽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드라큘라에게 그녀는 미나가 아니라 엘리자벳사이잖아요? 그녀가 주는 죽음이라면, 그도 그 죽음을 선택하고, 다시 신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태도의 변화까지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드라큘라의 사랑 역시 이 순간 변한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영원히 곁에 두려 했다면, 마지막에는 스스로의 욕망을 포기한다.
"처음부터 드라큘라가 그렇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태도가 바뀐 거죠. 저는 그 구원을 미나에게 맡기는 게 드라큘라한테도 굉장히 큰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면 미나는 '내가 유일하게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내가 내 의지라고 생각했고, 내 신념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당신이라는 거죠. 그래서 '당신에게 이 부탁을 합니다'라고 저는 해석했어요.
그게 관객분들에게 어떻게 읽혔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웃음) 그건 결국 제 역량의 문제가 되는 거고요. 제가 끝까지 공연하면서 그게 너무 단편적으로 보이지 않고, 조금 더 복합적으로 관객분들에게 이해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저 스스로에게도 바람이에요. 제 해석은 그런데, 제가 표현을 그렇게까지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피날레는 조정은이 "조금 미치겠더라"라고 표현할 정도로 격정적이다.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던 표현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중 하나가 마지막의 성호이다. 'Deep in the Darkest Night(검붉은 어둠)'에서 반 헬싱을 비롯한 일행이 일제히 성호를 그을 때 미나는 홀로 동참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날레에서는 자신의 손으로 드라큘라를 죽인 뒤 비로소 성호를 긋는다. 이 대비도 처음부터 계산한 것은 아니었다. 성호 자체가 연출이 주문한 동작도 아니었다.
"예전에는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까지 저한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그 장면을 할 때, 이 표현이 너무 단편적일 수 있지만, 조금 미치겠더라고요. 공연을 거듭할수록 연출님이 주셨던 디렉션이 아닌 표현들도 저절로 나오고 있어요. 그런 장면들이 대부분 2막인 것 같아요. 이번에는 미나의 감정의 폭 자체가 조금 더 커졌고, 저한테도 그만큼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제가 성호를 긋는 건 사실 연출께서 따로 주신 디테일은 아니었어요. '아, 여기서는 이렇게 성호를 그어야지' 하고 미리 생각해서 한 것도 아니고요. 공연을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표현이었죠. 그의 용서를 대신해서 신에게 구하는 것, 그리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그런 의미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이라던 조정은이 돌아온 이유
▲MBTIMBTI는 두 번 했는데 다 INFP였어요. 그런데 일할 때나 친한 사람들과 얘기하면 ‘너 T 같아’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저도 솔직히 T랑 얘기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너무 돌려 얘기하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한 줄 요약하면 뭐야?’ 하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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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에게 2021년 시즌은 사실상 마지막 미나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당시 제대로 된 무대 인사조차 남기지 못한 채 공연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후 찾아온 <드라큘라> 10주년에는 <레미제라블> 출연을 먼저 약속한 상태라 미나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차례 작별하고, 한 차례 돌아올 기회를 놓친 뒤 다시 제안을 받았다.
"제가 그전에 했던 시즌에는 진짜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했었어요. 그런데 초연 때부터 함께했던 작품인데 10주년에 참여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죠. 그랬다가 이번에 다시 제안을 주셔서 많이 고민을 하긴 했어요. 이미 '마지막'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제가 또 네 번째로 다시 참여하는 게 '이 작품에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보시는 분들이 '또 해?' 이렇게 느끼실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내가 이 작품에서 새로운 걸 또 찾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많이 들었어요. 제안을 주신 건 너무 감사했지만, 그런 생각들이 있었죠. 그러다가 소속사 대표와 상의한 끝에, 제가 10주년 때 함께하지 못했으니까, 이번 시즌을 저 개인적인 '10주년'이라고 생각하고 기념을 두고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고, 결국 '마지막'이라는 말을 번복하게 됐습니다. (웃음) 이제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웃음)
지금 마음은, 그리고 지금 공연하고 있는 마음가짐은 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예전에 제가 '마지막'이라고 스스로 다짐했을 때도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작품에 나오는 대사처럼 사람의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이다',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기가 조금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다음에 저한테 제안을 안 주실 수도 있고, 제안을 주셨는데 그때 제가 '이제는 제가 이 역할을 할 만큼 안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리게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뭘 딱 확답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인지는 배우 자신도 모른다. 대신 미래를 미리 규정하기보다, 지금 눈앞의 한 회를 '그날의 마지막'처럼 대한다.
"시작했을 때부터 그랬지만, 그날 공연이 그날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임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LG아트센터가 참 좋은 극장인데, 마곡에 사는 분이 아니시면 어디에서 오셔도 좀 멀잖아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저도 알기 때문에 오시는 분들한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뮤지컬이 또 비싸잖아요. 티케팅을 하려면 또 따로 시간을 내야 하고요. 물건으로 치면 마음에 안 들면 며칠 안에 환불할 수도 있는데 뮤지컬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공연을 보는 그 하루가 정말 좋은 날이 될 수도 있고,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면 그냥 '돈 버린 날'이 될 수도 있어요. 그게 너무 극명하게 나뉠 수 있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는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적어도 오셔서 '그냥 그렇네'하고 돌아가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구경하다 가시게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뭐라도 가져가셨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저희 프로덕션 전체가 그런 마음으로 공연을 올리는 것 같아요. 오시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음식으로 따지면 정말 좋은 음식을 내어드리고 싶은 거예요. 먼 길 오셨으니까 좋은 음식을 맛보고 가셨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한 회, 한 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즌과 비시즌공연을 하면서 저 스스로한테 데이터가 좀 생긴 것 같아요. ‘나는 이럴 때 피곤해지고, 이럴 때 마음이 복잡해지고, 이럴 때 공연에 집중이 깨지는구나.’ 그래서 공연이 있는 날은 공연만 하고, 공연이 없는 날은 거의 사람을 안 만나요.오디컴퍼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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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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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던 배우, 고심 끝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