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실종'된 남편, 1년 만에 돌아와 내뱉은 말

[리뷰] 일본 드라마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가 묻는 가족 관계

일본 드라마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일본 TBS 2026.07.10. ~ 2026.09.11, 10부작)는 아주 익숙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특히 부부라는 관계는 어디까지 서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관계일까.

드라마에는 두 부부가 등장한다. 사키코와 미츠루, 그리고 소노다와 아즈사이다. 어느 날 미츠루와 아즈사가 약속이 있다며 각각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외버스 전복 사고가 발생했는데, 두 사람이 같은 버스에 타고 있었고 아즈사는 사망했으며 미츠루는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아니, 그는 스스로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는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는 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사키코와 소노다는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씩 동네 코인 세탁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던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미츠루와 아즈사의 관계를 의심한다. 혹시 불륜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 드라마는 불륜을 이야기하려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가족이란 어떤 관계여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에 더 말하기 어려운 것

일드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의 한 장면 아내의 죽음과 남편의 실종을 계기로 가까워지는 두 사람
▲일드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의 한 장면아내의 죽음과 남편의 실종을 계기로 가까워지는 두 사람일본TBS

미츠루와 아즈사가 세탁소에서 만나 나누었던 것은 배우자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배우자인 사키코와 소노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배우자를 잃은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씩 코인 세탁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후 서로의 집을 오갈 정도로 가까워지지만, 그들은 끝내 연인이 되지는 않는다. '이웃사촌'이자 친구라는 관계의 선을 지킨다.

가족이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가장 솔직해지기 어려운 관계일지도 모른다. 상대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미움을 받고 싶지 않고, 나를 싫어하게 될까 두려워 내밀한 속마음을 숨긴다.

10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를 두고도 미츠루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다. 함께 살았다는 사실과 상대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즈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란 그녀에게 현재의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남편과 아이를 무척 사랑하지만, 때로는 그 소중한 가족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고 싶다는 마음도 품고 있다.

우리는 가족이라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며,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 드라마는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고, 가족에게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관계에 갇히려는 사람과 도망치려는 사람

일드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의 한 장면 네 명의 주인공은 코인 세탁소에서 주기적으로 만나 대화한다.
▲일드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의 한 장면네 명의 주인공은 코인 세탁소에서 주기적으로 만나 대화한다.일본TBS

드라마의 중심에는 서로 정반대의 욕망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 미츠루는 관계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그는 익숙한 관계가 되면 오히려 그 관계에서 벗어나 멀리 달아나는 습관을 갖게 된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관계 안에 자신을 가두는 일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 미츠루가 어느 날 스스로 실종된 지 1년 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온다.

"다녀왔어."

그 짧고 태연한 인사는 오히려 그가 얼마나 평범한 가족 구성원 안에 포함되고 싶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나중에 사키코가 미츠루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난 빨래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해도 얼룩 제거에는 자신이 있어."

그러자 미츠루가 자신의 실종에 대해 사키코에게 사과하며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그동안 옷이 더러워지기 전에 버리고 새것을 사는 방식으로 살아왔다고. 옷을 더럽히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버리고 싶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고. 이 대사는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처럼 들린다.

반면 사키코는 가족이라는 관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녀가 얼마나 가족이라는 관계에 집착하고 있었는지는 후반부에 드러나는 그녀의 놀라운 반전 과거를 통해 드러난다. 마침내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가족 관계에 집착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그녀에게 어떤 결단을 가능하게 한다.

'빨래와 같은' 가족이라는 관계

일드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의 한 장면 주인공들은 유난히 세탁과 건조에 집착한다.
▲일드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의 한 장면주인공들은 유난히 세탁과 건조에 집착한다.일본TBS

이 드라마에서 네 명의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주인공을 꼽는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빨래'일 것이다. 네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세탁에 집착한다. 집에 세탁기가 있는데도 더 뽀송뽀송하게 말리기 위해 코인 세탁소를 찾는다. 건조 기능이 고장났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고, 빨랫감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왜 하필 빨래일까. 우리가 입는 옷은 매일 조금씩 더러워진다. 아무리 깨끗하게 입으려고 해도 생활하는 동안 얼룩이 묻고 냄새가 밴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매일 옷을 세탁하고 다시 깨끗하게 만들어 입는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너무 익숙하고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얼룩이 되고, 무심한 행동 하나가 관계를 오염시킨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옷을 버리듯 관계를 버릴 수는 없다. 빨래를 해야 한다. 잘못했다면 사과하고, 상처를 주었다면 용서를 구하고, 다시 화해하면서 관계를 조금씩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드라마에는 이처럼 가족을 마치 옷과 같은 것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파스타에 소스를 듬뿍 뿌려 먹다가 옷에 소스를 흘리고도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장면이다. 가족이라는 것은 어쩌면 바로 그런 관계인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얼룩 하나 없는 관계가 아니라, 얼룩이 생겼을 때 함께 웃으며 닦아낼 수 있는 관계.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빨래를 너무 깨끗하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옷감이 상한다는 사실이다. 건조를 지나치게 완벽하게 하려고 해도 사람은 지친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의 제목인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는 단순히 빨래를 말리는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관계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미스터리한 시작과 예상 밖의 결말

이 드라마는 불륜으로 의심되는 관계, 교통사고, 죽음과 실종, 그리고 주인공의 놀라운 과거까지, 연출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극적이고 극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재들을 과장하거나 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인물들의 내면과 관계의 변화를 천천히 따라간다.

특히 초반에는 '미츠루는 왜 스스로 실종을 선택했을까', '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아즈사와는 대체 어떤 관계였을까'라는 궁금증을 던져놓고 이를 중반부까지 상당한 흡인력으로 끌고 간다. 다만 미츠루가 돌아온 이후부터는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지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처지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후반부에 드러나는 사츠키의 놀라운 과거와 뜻밖의 결단 그리고 예상 밖의 결말은 이 작품을 단순한 미스터리 드라마나 가족 드라마에 머물지 않게 한다.

결국 <티셔츠가 마를 때까지>가 마지막에 남기는 것은 '부부란 무엇인가',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관계는 무엇으로 유지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부부의 조건인지, 아니면 서로에게 그은 상처와 얼룩을 감당하면서도 다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 결혼의 의미인지. 드라마는 그 답을 쉽게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빨래를 하고, 얼룩을 지우고, 다시 옷을 입듯이 관계 역시 그렇게 조금씩 돌보고 다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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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방송작가. <SBS 스페셜>, <KBS 환경스페셜>, <EBS 다큐프라임> 등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고,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냉철한 시선으로, 사람은 따뜻한 가슴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