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웅 CP
EBS 홍보부
- 자기주도학습 센터의 한 축이 EBS라서 자사 사업 홍보한다는 비판 받을 수 있는데.
박 : "EBS가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결과적으로 센터를 알리는 측면이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요. 다만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센터 홍보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공부할 의지는 있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학습 인프라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점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봤고요."
김혜림 작가(이하 김) : "저희도 기획 단계에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 그 부분이었어요. 처음엔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른 학생 중심으로 취재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성적 상승만 강조하면 센터 홍보 프로그램처럼 보일 수 있고 자기주도학습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봤어요. 그래서 각 센터를 사전 취재하며 아이들이 가진 서로 다른 공부 고민에 집중했습니다. 방법을 모르는 아이, 시간 배분이 어려운 아이,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운 아이 등 저마다 고민이 달랐고, 그런 아이들이 자기 문제를 발견하고 조금씩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럼, 왜 자기주도 학습이 중요할까요?
박 : "수능이나 대학 입시를 통과한다고 배움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대학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계속 새로운 걸 배워야 하거든요. 저도 회사 생활을 오래 했지만 지금도 계속 공부합니다. 그런데 어린 학생에게 처음부터 '알아서 계획 세우고 공부해'라고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른들은 '우리 때는 다 알아서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그럴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아요. 특히 스마트폰처럼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은 지금 환경에서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자기주도학습은 자율학습과 차이가 뭘까요? 제가 언급한 자율학습은 학교에서 반강제로로 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는 걸 말하는 거예요.
박 : "그런 의미의 자율학습이라면 이미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학생이 스스로 계획을 짜고, 계획에 맞춰 공부하고, 계획과 실제 사이에 차이가 생겼을 때 그걸 스스로 수정해 나갈 수 있다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있는 거죠. 다만 모든 학생이 처음부터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공부하고 싶은 의지는 있는데 방법을 모르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거든요. 처음엔 꾸준히 앉아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학생도 있고요. 그런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과 습관을 익혀서 결국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게 자기주도학습 센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공부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건가요?
박 : "방향도 함께 찾고 방법도 알려주는 거예요. 방송에 나온 학생 중엔 장래 희망이 아나운서인 친구가 있었는데, 막연히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도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는 잘 모를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코디네이터와 상담하며 구체화하는 거죠. 중요한 건 어른이 방향을 대신 정해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아이가 '뭔가 하고 싶은데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고 할 때 이야기를 나누며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거예요. 처음에 방향과 방법을 익히면 그다음부턴 스스로 해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고등학생뿐 아니라 공부 습관을 만들어가는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때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계획 세워야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 맨 처음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양시로 갔는데 왜 거기로 갔나요?
김 : "광양에도 저희가 주목한 아이들이 있었어요. 남매가 함께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집에서 센터까지 차로 30분 정도 걸려요. 매일 그 거리를 오가며 공부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꾸준히 센터에 나와 공부하는 남매의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박 : "광양은 저희가 보여주고자 했던 자기주도학습 시스템이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어요. 센터장님도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이해가 높아 시스템을 설명해 주실 수 있었고요. 다큐멘터리에서는 지역의 이미지보다 학생들의 사례와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광양을 선택했습니다."
- 방송 보니까 자기주도학습 센터는 가면 핸드폰 반납하는 것 같은데 소유하면서도 하지 않는 것도 교육일 거 같은데.
박 : "그 말씀에도 일리가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도 스스로 조절하며 공부할 수 있어야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도 단계가 필요하다고 봐요. 처음부터 휴대전화를 옆에 두고도 몇 시간씩 집중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거든요. 처음엔 일정 시간 휴대전화와 떨어져 집중하는 경험을 해보고, 그 습관이 쌓인 뒤에야 휴대전화가 있든 없든 스스로 집중하는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김 : "한 조사에서도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휴대전화'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어요. 포천 센터에 다니는 오나샤라는 친구도 처음엔 '왜 휴대전화를 내야 하지?' 싶었지만, 막상 내고 공부해 보니 훨씬 집중이 잘됐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처음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자기주도학습을 돕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센터는 여러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공간이라, 한 학생이 계속 휴대전화를 보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고요."
▲김혜림 작가EBS 홍보부
- 그러나 계속 반납하면 시간이 흘러 반납하지 않아도 될 때 공부는 뒷전이고 다시 핸드폰을 할 것 같거든요.
박 :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생들이 센터에서 하루에 세 시간, 네 시간을 공부한다면 적어도 그 시간 동안은 휴대전화와 떨어져 집중하는 경험을 하게 돼요. 그런 경험조차 없었다면 그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학생들도 있을 거고요. 일단 집중해서 공부해 본 시간을 만들어주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스스로 계획 세우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박 : "저는 모든 게 계획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구체적인 기획안을 만들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한 뒤 제작에 들어가잖아요. 공부도 비슷합니다. 여러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데 계획이 없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만 계속하게 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수학이 부족한데 국어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계획 없이 공부할 경우 좋아하는 국어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기 쉽죠. '이번 시험을 보니 다음엔 수학 공부 시간을 좀 더 늘려야겠다'처럼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계획을 세워야 공부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센터에 오는 학생은 어느 정도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잖아요. 그러나 공부 안 하는 학생도 센터에 가서 공부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
김 : "방송 맨 처음에 나온 진섭이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성적이 좋은 학생은 아니었는데, 친구들에게 센터에 가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본 거예요.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있으니 자신도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거죠. 실제로 과학 성적도 올랐고요. 방송에서 진섭이가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에게 큰절하고 쑥스러워서 도망가듯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성적이 오른 것도 그렇고, 도와준 선생님들에게 정말 고마워서 한 행동이라고 하더라고요. 제작진이 연출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취재를 마치고는, 이미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공부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을 더 많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할 공간과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공부를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 학생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 들으며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박 : "EBS가 직접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 범위가 좀 더 넓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운영이 잘되는 지역도 있지만, 지역 특성상 센터까지 거리가 너무 먼 학생들도 있거든요. 전국을 다니다 보면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생들이 넓게 흩어져 있는 곳이 많은데, 센터가 한 곳뿐이면 반대편 학생들은 이용하기 쉽지 않죠.
그렇다고 센터를 여러 곳 만드는 건 예산과 운영비 문제고요. 꼭 큰 시설이 아니어도 더 많은 학생이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다만 이건 지자체의 여건과 예산,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취재를 통해 실제 학생들이 이런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걸 확인한 만큼,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다큐로 말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김 : "결국 공부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걸 아이 혼자 알아서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아이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주변 어른들이 손을 내밀어주고, 격려해 주고,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면 좋겠어요. 그렇게 도움도 받아 가면서 조금씩 자기 방법을 찾아가고, 결국엔 아이 스스로 자신의 공부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되는 것. 공부의 주인이 아이 자신이 되는 것, 그게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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