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부의 주인은 자기 자신"

[이영광의 '온에어' 451] <공부의 주인, 달라지는 아이들> 기획한 박성웅 CP와 김혜림 작가

 <공부의 주인, 달라지는 아이들> 기획한 박성웅 CP(좌)와 김혜림 작가(우)
▲<공부의 주인, 달라지는 아이들> 기획한 박성웅 CP(좌)와 김혜림 작가(우)EBS 홍보부

최근 EBS는 특집 다큐멘터리 <공부의 주인, 달라지는 아이들>을 방송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하던 중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센터'를 통해 스스로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자기주도학습센터'는 교육부와 EBS가 손잡고 공동으로 진행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과연 어떻게 다큐를 기획하고 제작하게 되었는지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EBS 사옥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성웅 CP와 김혜림 작가를 만났다. 다음은 두 제작진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박성웅 CP(아래 박) : "저는 자기주도학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에도 이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어요. 학원에서 문제 풀이 훈련으로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는 있지만, 수능이나 입시 이후에도 공부는 계속되잖아요. 대학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새로운 걸 계속 배워야 하는데 그때는 누군가 일일이 무엇을 공부하라고 알려주지 않죠. 어릴 때부터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며 공부하는 과정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이후에도 필요한 걸 스스로 찾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주도학습은 입시를 넘어 이후의 긴 학습 과정에서도 중요한 힘이라고 봐요.

EBS도 다양한 학습 콘텐츠와 교재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그중 필요한 걸 선택해 계획을 세워 학습하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자기주도학습과 맞닿아 있어요. 그래서 2021년부터 이 주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최근 자기주도학습 센터라는 실제 공간과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학생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변화하는지 다큐멘터리로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 시점이 왜 지금인지가 궁금합니다.

박 : "2021년에 자기주도학습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 때는 지금과 같은 자기주도학습 센터라는 시스템이 없었어요. 당시엔 각 지역 학생을 추천받아서 멘토가 붙는 방식이었는데, 해보니 멘토링만으로는 꾸준한 학습 습관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자기주도학습 센터가 만들어지면서 학생들이 일정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으며 계획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이 갖춰졌어요. 실제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시스템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취재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방법을 모르는 아이, 시간 배분이 어려운 아이,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운 아이

 박성웅 CP
▲박성웅 CPEBS 홍보부

- 자기주도학습 센터의 한 축이 EBS라서 자사 사업 홍보한다는 비판 받을 수 있는데.

박 : "EBS가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결과적으로 센터를 알리는 측면이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요. 다만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센터 홍보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공부할 의지는 있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학습 인프라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점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봤고요."

김혜림 작가(이하 김) : "저희도 기획 단계에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 그 부분이었어요. 처음엔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른 학생 중심으로 취재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성적 상승만 강조하면 센터 홍보 프로그램처럼 보일 수 있고 자기주도학습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봤어요. 그래서 각 센터를 사전 취재하며 아이들이 가진 서로 다른 공부 고민에 집중했습니다. 방법을 모르는 아이, 시간 배분이 어려운 아이,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운 아이 등 저마다 고민이 달랐고, 그런 아이들이 자기 문제를 발견하고 조금씩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럼, 왜 자기주도 학습이 중요할까요?

박 : "수능이나 대학 입시를 통과한다고 배움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대학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계속 새로운 걸 배워야 하거든요. 저도 회사 생활을 오래 했지만 지금도 계속 공부합니다. 그런데 어린 학생에게 처음부터 '알아서 계획 세우고 공부해'라고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른들은 '우리 때는 다 알아서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그럴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아요. 특히 스마트폰처럼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은 지금 환경에서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자기주도학습은 자율학습과 차이가 뭘까요? 제가 언급한 자율학습은 학교에서 반강제로로 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는 걸 말하는 거예요.

박 : "그런 의미의 자율학습이라면 이미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학생이 스스로 계획을 짜고, 계획에 맞춰 공부하고, 계획과 실제 사이에 차이가 생겼을 때 그걸 스스로 수정해 나갈 수 있다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있는 거죠. 다만 모든 학생이 처음부터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공부하고 싶은 의지는 있는데 방법을 모르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거든요. 처음엔 꾸준히 앉아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학생도 있고요. 그런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과 습관을 익혀서 결국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게 자기주도학습 센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공부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건가요?

박 : "방향도 함께 찾고 방법도 알려주는 거예요. 방송에 나온 학생 중엔 장래 희망이 아나운서인 친구가 있었는데, 막연히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도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는 잘 모를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코디네이터와 상담하며 구체화하는 거죠. 중요한 건 어른이 방향을 대신 정해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아이가 '뭔가 하고 싶은데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고 할 때 이야기를 나누며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거예요. 처음에 방향과 방법을 익히면 그다음부턴 스스로 해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고등학생뿐 아니라 공부 습관을 만들어가는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때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계획 세워야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 맨 처음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양시로 갔는데 왜 거기로 갔나요?

김 : "광양에도 저희가 주목한 아이들이 있었어요. 남매가 함께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집에서 센터까지 차로 30분 정도 걸려요. 매일 그 거리를 오가며 공부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꾸준히 센터에 나와 공부하는 남매의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박 : "광양은 저희가 보여주고자 했던 자기주도학습 시스템이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어요. 센터장님도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이해가 높아 시스템을 설명해 주실 수 있었고요. 다큐멘터리에서는 지역의 이미지보다 학생들의 사례와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광양을 선택했습니다."

- 방송 보니까 자기주도학습 센터는 가면 핸드폰 반납하는 것 같은데 소유하면서도 하지 않는 것도 교육일 거 같은데.

박 : "그 말씀에도 일리가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도 스스로 조절하며 공부할 수 있어야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도 단계가 필요하다고 봐요. 처음부터 휴대전화를 옆에 두고도 몇 시간씩 집중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거든요. 처음엔 일정 시간 휴대전화와 떨어져 집중하는 경험을 해보고, 그 습관이 쌓인 뒤에야 휴대전화가 있든 없든 스스로 집중하는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김 : "한 조사에서도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휴대전화'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어요. 포천 센터에 다니는 오나샤라는 친구도 처음엔 '왜 휴대전화를 내야 하지?' 싶었지만, 막상 내고 공부해 보니 훨씬 집중이 잘됐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처음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자기주도학습을 돕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센터는 여러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공간이라, 한 학생이 계속 휴대전화를 보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고요."

 김혜림 작가
▲김혜림 작가EBS 홍보부

- 그러나 계속 반납하면 시간이 흘러 반납하지 않아도 될 때 공부는 뒷전이고 다시 핸드폰을 할 것 같거든요.

박 :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생들이 센터에서 하루에 세 시간, 네 시간을 공부한다면 적어도 그 시간 동안은 휴대전화와 떨어져 집중하는 경험을 하게 돼요. 그런 경험조차 없었다면 그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학생들도 있을 거고요. 일단 집중해서 공부해 본 시간을 만들어주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스스로 계획 세우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박 : "저는 모든 게 계획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구체적인 기획안을 만들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한 뒤 제작에 들어가잖아요. 공부도 비슷합니다. 여러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데 계획이 없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만 계속하게 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수학이 부족한데 국어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계획 없이 공부할 경우 좋아하는 국어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기 쉽죠. '이번 시험을 보니 다음엔 수학 공부 시간을 좀 더 늘려야겠다'처럼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계획을 세워야 공부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센터에 오는 학생은 어느 정도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잖아요. 그러나 공부 안 하는 학생도 센터에 가서 공부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

김 : "방송 맨 처음에 나온 진섭이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성적이 좋은 학생은 아니었는데, 친구들에게 센터에 가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본 거예요.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있으니 자신도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거죠. 실제로 과학 성적도 올랐고요. 방송에서 진섭이가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에게 큰절하고 쑥스러워서 도망가듯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성적이 오른 것도 그렇고, 도와준 선생님들에게 정말 고마워서 한 행동이라고 하더라고요. 제작진이 연출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취재를 마치고는, 이미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공부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을 더 많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할 공간과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공부를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 학생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 들으며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박 : "EBS가 직접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 범위가 좀 더 넓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운영이 잘되는 지역도 있지만, 지역 특성상 센터까지 거리가 너무 먼 학생들도 있거든요. 전국을 다니다 보면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생들이 넓게 흩어져 있는 곳이 많은데, 센터가 한 곳뿐이면 반대편 학생들은 이용하기 쉽지 않죠.

그렇다고 센터를 여러 곳 만드는 건 예산과 운영비 문제고요. 꼭 큰 시설이 아니어도 더 많은 학생이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다만 이건 지자체의 여건과 예산,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취재를 통해 실제 학생들이 이런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걸 확인한 만큼,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다큐로 말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김 : "결국 공부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걸 아이 혼자 알아서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아이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주변 어른들이 손을 내밀어주고, 격려해 주고,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면 좋겠어요. 그렇게 도움도 받아 가면서 조금씩 자기 방법을 찾아가고, 결국엔 아이 스스로 자신의 공부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되는 것. 공부의 주인이 아이 자신이 되는 것, 그게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박성웅 김혜림 자기주도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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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