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찌개와 붕어 한 마리, 모두의 무대를 완성하다

대구 소극장 함세상 2026 모두페스티벌 관극기… 장애 배우들의 몸과 목소리가 만든 고유한 감각

극단 함께사는세상이 주최·주관한 '2026 모두페스티벌'이 15일 막을 내린다.

'모두페스티벌'은 2015년 '함께 사는 장애인연극제'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는 모두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꿔 6회째를 맞고 있다. 이번 축제는 지난 3일 시작해 발달장애인연극단 조각보와 함께 만든 개막작 음악서사극 <네 이름은 무엇이냐>와 함께 초청작 6편, 참가작 4편, 영상 1편과 부대행사 등참여하는 단체와 관객의 폭이 더 넓어지고 한층 더 풍성해졌다.

올해 개막 무대에서 장애인 배우들이 선보였다는 <전태일>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태일이라는 이름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존엄과 인간다운 삶을 향한 절박한 요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 이야기가 장애인 배우들의 몸과 목소리를 통해 무대화될 때, 그것은 단지 한 인물의 전기가 아니라 '누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가', '누구의 노동과 삶이 존중받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었을 것이다.

모두페스티벌의 작품들은 이처럼 장애를 하나의 소재나 특수한 경험으로 놓기보다 사회 공동체 전체의 관계적 질문과 차별적 제도의 문제를 깊이 돌아보게 한다. 내가 관극한 것은 지난 10일 오후에 이어진 두 편의 공연이었다.

돌멩이도 끓이면 함께 먹을 수 있다

 2026 모두페스티벌, 연극단 다온의 <돌멩이 찌개는 무슨 맛일까2> 공연이미지
▲2026 모두페스티벌, 연극단 다온의 <돌멩이 찌개는 무슨 맛일까2> 공연이미지극단 함께사는 세상

연극단 다온의 <돌멩이 찌개는 무슨 맛일까2>는 제목부터가 흥미롭다. 돌멩이는 먹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찌개로 끓인다는 상상부터 당사자 장애인의 결핍된 세계 인식을 말해준다.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마을의 갈등과 붕괴를 공동체적 지혜로 넘어선다는 단순하고 익순한 구조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돌멩이 하나를 냄비에 넣고 끓이기 시작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소중한 것들을 꺼내 달걀 하나, 감자 하나, 채소 하나, 소금 한 줌 등을 보탠다.

결국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돌멩이가 모두가 함께 먹을 수 있는 찌개로 완성된다는 줄거리인데, 장애인 배우들은 자신들의 몸과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 찌개를 끓여 낸다. 인상적인 것은 각자의 장애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와 표현, 몸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 가는데 그 호흡은 이전에 경험할 수 없는 '사이'와 '열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배우들은 각자의 리듬으로 대사를 하고, 움직이고, 서로를 바라보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그들 연극의 부족함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이 작품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고유한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다온'의 무대는 기성의 연극의 완성도에 본다면 흔히 정확한 대사, 일정한 박자, 정제된 동선, 매끄러운 장면 전환의 기준에서 벗어난 연극이다.

그러나 관객은 '얼마나 능숙하게 이를 수행했는가'가 아니라 이 배우들이 어떻게 무대 위에 서있는지, 어떻게 서로에게 반응하는지, 어떻게 자신의 몸으로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지를 보게 된다. 그래서 배우 한 사람의 발화와 행동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표현이 되고, 이 무대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 그대로 보여진다.

'찬란한 불완전성'(*일라이 클레어, <눈부시게 불완전한> 동아시아, 2023)이라는 구절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연극은 불완전한 존재를 위로하는 수사로 쓰이지 않고, 정상과 비정상, 완전과 결핍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배우들은 하나의 규격화된 연기 리듬에 맞춰지지 않으며 저마다의 속도와 몸짓, 발화와 반응으로 하나의 장면을 만들고, 그 다름으로 공연의 고유한 가치와 특별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장애인 부모연대의 지역 조직을 기반으로 한 연극단이라는 점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단순히 장애인 작품 발표회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지역의 지원체계, 예술가와 관객이 오랜 시간 함께 쌓아 온 관계의 결과가 이 연극 무대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에 그 감동이 큰 지도 모르겠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보여 주는 한 장면 뒤에는 연습에 참여하도록 돕는 사람들, 이동과 일상을 조율하는 가족과 활동가들의 시간이 이 연극 안에 담겨져 있다. 그러므로 '돌멩이 찌개는 무슨 맛일까'는 각자가 조금씩 보태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공동체의 식탁, 그리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예술의 식탁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롭지 않는 단 한 사람

 극단 애인의 <붕어>의 백우람 배우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극단 애인의 <붕어>의 백우람 배우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조훈성

극단 애인의 백우람의 1인극 <붕어>는 '장애배우'가 장면의 빈틈을 메워 줄 함께 호흡할 상대 배우도 없이, 배우 혼자 자신의 몸과 목소리, 시선과 호흡으로 하나의 몰입 가능한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작품이었다.

<붕어>에서 백우람 배우는 고독하고도 밀도 높은 연극적 세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보였다. 작품의 제목인 '붕어'는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물속을 유영하는 생명이면서 유리 어항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존재가 되어 보기도 한다. 낚였다가 풀어주면 또 다시 잡히는 식의 기억이 짧다거나 작고 쓸모없는 취급받기 쉬운 존재를 통해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방식, 장애인의 삶을 함부로 규정하고 대상화하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끝내 살아 내는 한 고유한 인간 존재의 감각을 환기한다.

<붕어>가 강렬했던 이유는 장애인의 삶을 관객에게 해설하거나 교훈을 주는 방식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대신 배우의 몸과 발화 자체가 이야기의 언어가 된다는 점이다. 발화의 속도, 호흡의 변화, 시선이 머무는 지점, 몸의 수행성 방식은 하나의 서사이면서 동시에 감정의 전환을 이뤄낸다. 소극장을 가득 메운 장애·비장애 관객의 집중은 이 연극의 성과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조금 전 무대에 올랐던 다온의 장애인 배우들에게 <붕어>는 강한 인상과 자극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장애인도 전문 배우가 될 수 있다'는 당위적 메시지만은 아닐 것이다. 장애를 가진 배우가 무대 위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의 예술 언어를 구축할 수 있는지, 장애 경험이 어떻게 연극적 깊이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무대에서 감각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 장애인극단의 존재가 중요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장애예술은 일회성 행사나 복지 프로그램의 부속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배우들이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창작자들이 장애의 몸과 감각에 적합한 연출 언어를 연구하며, 작품이 여러 관객과 만나고 재공연될 수 있는 제작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붕어>는 배우의 장애 정체성만으로도 이 공연은 특별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잘 만들어진 연극, 한 사람의 삶을 함부로 단순화하지 않는 시선의 깊이와 관객의 감각을 끝까지 붙드는 연기는 장애예술의 특별한 가치를 잘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함께'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모두페스티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연을 본다는 사실만을 내세우는 축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누가 무대의 주체가 되는가, 어떤 몸이 예술의 언어로 인정받는가, 기성 극장이나 제작 환경은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해볼 수 있는 축제다.

장애·비장애 연극제라는 명칭은 차별적으로 구분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지향은 분명 예술적 가능성과 참여의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할 과제도 분명 있다. 장애예술가들이 일회적 참여자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창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제작·훈련·유통의 기반이 필요할 것이다.

또 공연장의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정보 접근성, 관람 방식의 다양성, 장애인 이동과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환경이 더 촘촘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장애예술을 '감동적인 사례'로 소비하지 않는 비평이 확장되어야 할 듯하다. 작품의 예술적 성취와 한계, 연기와 연출의 구체성, 창작 환경의 조건을 동등하게 이야기하면서 장애예술이 더 이상 예외적인 영역이 아니라 동시대 연극의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대구 소극장 함세상에서 만난 다온의 <돌멩이 찌개는 무슨 맛일까2>와 백우람 배우의 <붕어>가 일깨우는 것은 하나의 돌멩이에서 시작한 찌개가 여럿의 손길로 풍성해지듯, 또 한 사람의 몸이 만들어 낸 작은 물결이 객석 전체의 감각을 바꾸듯, 모두페스티벌은 그렇게 '모두'의 무대를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 내어 주는 공간이 아니라, 원래부터 다양한 몸과 목소리가 함께 있어야 완성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새마을호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에도 이들 무대에 대한 인상이 오래 남는다. 지속적으로 축제를 꾸려 가는 사람들의 기획, 운영에 대한 고민으로 깊어진 주름, 무대에 오르기 위해 수없이 거듭 연습했을 장애 배우들의 시간, 객석에서 더 이상 엄숙하지 않고 다양한 소리로 바라보던 관객들의 눈빛과 반응이 겹쳐진다. 그 수고와 감동이 있기에, 우리는 다음 해에도 다시 소극장 함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갈 것이다. 확실히 여기 오늘의 '모두의 연극'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하고, 서로의 세계를 잇게 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준다.

 2026 모두페스티벌, 연극단 다온의 <돌멩이 찌개는 무슨 맛일까2> 공연이미지
▲2026 모두페스티벌, 연극단 다온의 <돌멩이 찌개는 무슨 맛일까2> 공연이미지조훈성

<2026년 모두페스티벌>

∙주최·주관: 극단 함께사는세상
∙일시: 2026년 9월3일~9월15일
∙장소: 소극장 함세상·봉산문화회관 가온홀
∙예술감독: 박연희
∙기획총괄: 탁정아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북구지회 연극단 다온, <돌멩이 찌개는 무슨 맛일까?2>
∙작품을 책임지는 사람: 강신욱
∙나오는 사람: 강수정, 강한별, 김병준, 박성훈, 박효진, 이용훈, 배준익, 정희원, 최우린, 채현수
∙소리를 책임지는 사람: 이현미
∙조명을 책임지는 사람: 임단경
∙자막을 책임지는 사람: 김채원
∙배우를 돕는 사람: 이경미, 박정아

극단 애인, <붕어>
∙일시: 2026년 9월 10일 14시~16시
∙장소: 소극장_함세상
∙작품을 책임지는 사람: 김지수
∙나오는 사람: 백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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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나고 자랐으며, 전통연희, 굿, 마당극 등을 연구하고, 또 그 마당을 보러 다녔다. 공연장 안팎을 분주히 걷다 보니,연극, 공연 축제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이 생업이 되었다. 지역 문화예술정책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한 심의, 자문 등의 일도 겸하고 있다. 2024년, 『묵음_ 다음에 걸음, 그리고 스페이스바』 (그래도, 2024) 등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