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극의 핵심인물 기호 역을 맡은 최민식의 탄탄한 연기력이다. 실버 인턴 기호는 나이와 경력을 앞세워 어린 직원들을 훈계하지 않는다. 묵묵히 곁을 지키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조언을 건넨다. 은퇴와 사별이라는 쓸쓸함을 품고 있으면서도 요즘 세대와 어울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다.
범죄, 스릴러물을 중심으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서 힘을 뺀 채 여유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낯선 역할이지만, 오히려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여유와 온기를 머금은 모습은 관객에게 편안한 인상을 전하고, 미세한 표정 변화만으로도 오랜 세월을 살아온 '좋은 어른'의 무게감을 부담 없이 표현한다.
이러한 변화는 상대역 선우로 출연한 한소희에게도 목격된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젊은 CEO라는 캐릭터가 지닌 불안과 자신감을 동시에 표현한다. 30년 이상의 나이 차이, 대표와 실버 인턴이라는 대비되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자아내는 기분 좋은 온기는 <인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여기에 김준한, 박예니, 윤상정, 김요한 등 주변 인물들이 소소한 웃음과 활력을 더한다는 점 역시 영화의 매력이다.
지울 수 없는 원작의 그림자
▲영화 '인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반면 여전히 많은 관객이 기억하는 인기작의 리메이크라는 부담감은 <인턴>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한국 직장 문화와 세대 변화를 반영하는 각색이 이뤄지긴 했지만, 원작의 기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문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보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전개를 따라간다는 점이다.
원작에서 벤(로버트 드 니로 분)이 운전을 대신하고 사무실을 정리하는 등 소소한 행동을 통해 CEO 줄스(앤 해서웨이 분)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한국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게 반복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세대 갈등, 직장인의 애환, 고령층의 노동 문제, 젊은 경영자가 느끼는 압박 같은 소재를 꺼내들었지만 결국 간단한 과정을 거쳐 무난한 화해와 위로로 정리한다.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무대까지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겼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보다 과감한 변주가 이뤄졌어도 좋았을 법하다. 하지만 <인턴>에서는 원작과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왜 리메이크했을까?"라는 질문이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영화 '인턴'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럼에도 <인턴>을 추석 연휴 기대작으로 꼽을 만한 이유는 분명하다. 2시간가량 이어지는 이야기의 정서가 다양한 세대의 감정과 비교적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쟁과 성과가 우선시되는 풍토와 세대 갈등에 지친 요즘 관객들에게는 때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영화도 필요한 법이다. <인턴>은 남보다 앞서고 자신의 경험을 과시하기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좋은 어른'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무해하고 편안한 이야기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인턴>은 분명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다. 거창한 메시지나 극적인 반전 대신, 각박한 현실 속에서 묵묵히 응원해 줄 누군가의 손길이 그리운 관객에게 <인턴>은 작지만 의미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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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익숙한 이야기, 한국판 '인턴'이 남긴 빛과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