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블 내한 공연
염동교
한때 다수의 국내 레코드 가게가 '이달의 베스트' 혹은 '핫 초이스'로 큐레이션 한 작품이 있다. 프랑스 파리의 뮤직 레이블 로슈 무지크(Roche Musique)에서 2019년 발매된 다블(Dabeull)의 EP < 인티밋 퐁크(Intimate Fonk) >. 음반명처럼 친밀하고 살가운 곡조는 프랑스 프로듀서의 감각으로 깨어난 1970-80년대 펑크(Funk)와 어우러져 노스탤지어를 자아냈다. 이탈로 디스코 앨범 재킷에 등장할 법한 아티스트의 복고풍 이미지가 향수의 농도를 배가했다.
10년에 육박하는 긴 전통을 지닌 이태원 클럽 소프 서울(Soap Seoul)에서 9월 10일과 11일을 관통해 열린 '다블 디제이 세트'. 1990년대 힙합을 주무기로 내세운 디제이 아이삭(ISAAC)과 샤카 칸 '쓰루 더 파이어(Through The Fire)', 자미로콰이 '유 기브 미 썸씽(You Give Me Something)' 같은 친숙한 레퍼토리로 친밀감을 확보한 디제이 얀(YANN)에 이어 새벽 1시, 주인공이 등장했다.
소프 서울의 프라이빗 룸 근처 세 개의 작은 사각형 스크린에서 다블의 영상이 흘렀다. 수 대의 악기에 둘러싸인 그가 건반을 자유로이 다루는 장면이 능력자 이미지를 되새겼다. 평일임에도 퍽 넓은 소프가 인파로 꽉 찬 가운데 휴대폰에 메시지를 적어 아티스트에게 건네고, 2024년 작 < 아날로그 러브(Analog Love) > 바이닐을 흔들며 사인을 고대하는 등 즐기는 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여러 소리 층위로 풍성한 그루브를 구축하는 다블 사운드스케이프 특성상 악기 부재는 아쉬웠다. 하지만 20년 관록의 베테랑 아티스트는 이를 다른 식으로 메웠는데, 몇 가지 특징적인 디제잉 기술로 청중을 홀렸다. 세트리스트 초반부에 등장한 대표작 '데이 앤 나이트(Day & Night)'에선 볼륨을 줄이는 '드롭아웃(Dropout)'으로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으며 아날로그 턴테이블을 대체한 '컴팩트 디스크 자키(Compact Disc Jockey/CDJ)'에선 의도적으로 곡을 느리게 시작하도록 설정한 후 점차 빠른 속도로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했다.
▲다블 내한 공연
염동교
시각성도 놓치지 않았다. 가늘고 쨍한 키보드 리프를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척하거나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를 매만진다거나 머리를 쓰윽 넘기는 포즈가 계속되었다. 타악기 두드리는 제스처가 인상적이었던 '디엑스세븐(DX7)'에 이어 가사 하나하나를 뜯어 몸동작으로 표현한 '메시지스 프롬 더 스타즈(Messages From The Stars)'에선 토크박스가 부각되었다. 토크박스는 기계에 내장된 소리가 연주자의 성대로 들어가 마치 노래와 기악의 중간에 있는 듯한 묘한 뉘앙스를 냈다. 팝메탈 전설 본 조비의 '리빙 온 어 프레이어(Livin' On A Prayer)' 도입부가 대표적이다.
얼마전 대망의 사후 앨범(Posthumous Album) <타임리스(Timeless)>를 발매한 프린스의 미네아폴리스 사운드(기계적이고도 강력한 드럼을 기조로 한다)를 연상케 했던 '닥터 퐁크(Dr. Fonk)'와 탄력적 리듬을 포섭한 '에브리바디(Everybody)'에, 관중과 다닥다닥 붙은 협소한 공간에도 춤을 멈출 수 없었다.
다블의 오리지널 트랙 외에 친숙한 선율이 들려왔다. 최근 영화 <마이클> 개봉으로 다시금 대중 곁에 뿌리내린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Billie Jean)', '엠제이'와 더불어 1980년대를 호령했던 조지 마이클과 어릴 적 친구 앤드루 리즐리의 영국 듀오 왬!이 부른 '케어리스 위스퍼(Careless Whisper)', 소울 거장 마빈 게이의 화양연화를 알렸던 관능미의 대명사 '섹슈얼 힐링(Sexual Healing)'으로 팝과 알앤비 거장을 오마주했다.
▲다블의 대표작 "Intimate Fonk"벅스뮤직
90분 세트의 종착역에 '유 앤 아이(You & I)'가 들어섰다. <인티밋 퐁크(Intimate Fonk)>에 실린 이 트랙은 프랑스 가수 홀리브룬(Holybrun)의 감각적인 가창과 팝에 가까운 대중성을 간직한 네오 펑크 클래식이다. 곡 서두에 다블은 "댓츠 라이트, 서울!"을 외치며 흥분감을 표출했다. 홀리브룬의 음색은 '바디 히트(Body Heat)와 '데이 앤 나이트(Day & Night)'에 걸쳐 존재감을 드러냈다.
1970년대 디스코부터 1980년대 일렉트로, 1990년대 지펑크와 뉴잭스윙에 이르기까지 20세기 그루브의 종합선물세트같았던 시간. 소프 서울을 빠져나와 꽤 쌀쌀해진 새벽길을 걸었다. 언젠가 여러 종 악기를 들고 나와 후끈한 라이브를 연출하는 다블의 라이브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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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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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그루브의 대표주자, 서울의 밤을 수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