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의 한 장면
KBS
- 내신 때문에 고등학교에 재입학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걸 두고 '꼼수'라는 비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긴 하겠죠. 교육부가 의도한 방식은 아닐 거예요. 다만 저는 대학 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큰 학생들이 결국 이런 방법까지 찾아냈다는 지점에 주목했어요. 국어를 정말 잘하는 학생이 중간고사에서 실수 한 번, 수행평가 하나를 잘못 쳐서 성적이 크게 떨어지면 이걸 만회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 1년이라는 시간을 감수하면서까지 재입학을 선택하는 거죠.
교육 제도가 너무 경직돼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한 번의 실수를 다음 시험에서 만회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교육 제도가 줘야 할 최소한의 희망인데, 지금 제도는 그 정도의 유연함이 없다 보니 결국 자퇴와 재입학으로 이어지는 거라고 봤어요. 표현하자면 꼼수, 편법이 맞긴 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고 제도가 유연하지 못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N수에서 중요한 게 부모의 경제력이라는 이야기도 해요. 결국 그럼 부의 대물림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요.
"그럴 가능성은 높다고 봐요. 정확한 통계는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서울대 신입생 중 부모의 경제력이 높은 학생 비율이나 강남 3구 출신 비율이 높다는 통계들이 있어요. 다만 그 학생들이 이후 실제로 부유한 직업을 갖거나 부를 축적했는지까지 보여주는 통계는 없어서, 부의 대물림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 '재필삼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신조어까지 있다던데 일부 얘기 아닌가요?
"'재필삼선'이라는 말 자체는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도는 얘기가 맞아요. 하지만 그 영향은 일부에만 그치지 않아요. 상위권 학생들이 재수, 삼수에 뛰어들면 그만큼 고득점을 노리는 재수생·삼수생이 늘어나는 거고, 수능이 상대평가인 이상 고3 학생이 고득점을 받을 확률은 그만큼 낮아지거든요. 그러면 '나도 1년 더 하면 성적이 오를 텐데'라는 생각에 고3 학생들도 재도전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고3 과정만으로 상위권 대학에 가는 학생은 점점 줄어드는 병목 현상이 생기는 거죠. 그렇게 학생들이 입시에 계속 갇히게 되는 거예요. 저희가 만난 학부모님 중에는 '재필삼선'조차 옛말이고 요즘 상위권 사이에서는 삼수가 기본이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이 많았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직업적 안정성 때문이었어요. 취업 불경기 뉴스가 끊이지 않다 보니, 안전하면서도 생활을 보장해 줄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학생들을 의대로 몰고 가는 것 같아요. 학교생활이 치열하다 보니 입시를 고민하기 전에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여유 자체가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걸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을 두고 의대로 쏠린다고 비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동시에 교육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만 고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학생들은 교육을 직접 겪는 당사자지만 제도를 설계하는 위치는 아니잖아요.
학생, 학부모, 교수, 강사 모두 교육 제도와 현장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 간극을 좁히는 건 결국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퇴나 재입학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학생들이 찾아냈다는 건 교육과정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기로 느껴질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추적60분>의 한 장면KBS
- 취재하며 어려운 부분이 뭐였나요?
"교육 제도에 대해 탁 터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교육부도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고 해서 명확한 입장을 듣기 힘들었고, 학생들에 대한 통계 자체가 부족했어요. 부의 대물림 문제도, N수생 현황도 표본 범위나 조사 방법의 어려움 때문에 정확히 파악할 자료가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 저희가 수능 중심으로 취재하다 보니 놓친 부분도 있었어요. 한 선생님 말씀으로는, 요즘 자퇴생 수 자체는 확실히 늘었지만 그중 입시 때문에 그만두는 건 소수고, 나머지 학생들의 이야기는 어디서 들어줄 수 있느냐는 고민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최근 성적이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양극화되면서 중하위원에 있던 학생들이 학교에 다닐 이유를 잃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시험이 한 학기에 30번 넘게 있고 동아리·취미까지 생활기록부에 들어가다 보니, 공부나 진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조차 학교 다니는 의미를 못 찾는 거죠. 이렇게 문제가 여러 방면에 얽혀 있다 보니 제도 하나의 문제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모로 힘든 취재였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