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공연 사진
마스트인터내셔널
키팅의 가르침
키팅이 보여주는 건, 웰튼 아카데미가 강조하는 가치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키팅은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규칙을 내세우기보다 규칙에 균열을 내도 된다고 격려한다. 문학을 단일한 기준으로 평가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교과서의 페이지를 찢으라는 키팅의 주문, "성경책 아니야"라는 키팅의 말은 학생들에게 단순하고 견고한 믿음을 스스로 무너뜨리도록 만든다.
책상 위에 올라서라는 지시는 학생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익히게 한다. 눈높이가 그저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학생들은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시야를 얻는다. 이처럼 시선을 조금만 달리해도 상상할 수 있는 세상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는 것을, 키팅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르친다.
걷는 행위 자체도 충분히 수업이 될 수 있다. 키팅이 그냥 걸으라고 지시했을 때 학생들은 대세를 따라 박자를 맞추며 걷는다. 그리고 키팅이 이 사실을 인지 시킨 후 다시 걸을 것을 지시했을 때, 학생들은 제각기 원하는 방식으로 교실을 누빈다. 어떤 학생은 걷는 것 자체, 키팅이 제시한 규범을 거부하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을 택한다(키팅의 가르침을 정확히 꿰뚫은 것으로, 키팅은 그 학생을 칭찬한다).
키팅을 만난 이상, 학생들은 키팅을 만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카르페 디엠"을 외치고, 학생들과 함께 시와 낭만적인 삶을 읊조리는 키팅의 이야기는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는 아름다움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극 중 인물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며 실패를 경험한다.
키팅의 가르침으로 결성한 은밀한 시 낭송 모임 '죽은 시인회'는 곧 교장에게 발각되어 위기에 처한다. 연극의 낭만을 경험한 학생 '닐 페리'는 연기를 하고자 하지만, 아버지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너지고 만다. 이 모든 일이 발생한 뒤, 학교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교장의 의지에 키팅은 설 자리를 점점 잃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이전만큼 아름답진 않으나, 절망적인 순간에도 학생들은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며 눈시울을 붉힌다. 이 장면은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로 채워졌으면서도 분명 아름다운 장면이고, 절망적인 순간임에도 희망을 품고 있다.
한편 원작자 톰 슐만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구상하게 된 이야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다. 그는 어린 시절 교과서를 넘어 삶을 가르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문학 교사를 만났다. 그런데 그 문학 교사는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모습을 감췄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결국 교사의 행방과 그 이유를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한다. 그 강렬했던 경험이 훗날 톰 슐만으로 하여금 존 찰스 키팅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게 했다.
차인표·오만석·연정훈이 낭만적인 문학 교사 키팅을 연기하고, 남경읍·박지일이 교장과 닐 페리의 아버지(미스터 페리)를 연기하는 '1인 2역'을 소화한다. 여기에 김락현·이재환·찬희(닐 페리 역), 김태균·문성현(토드 앤더슨 역) 등이 힘을 보탠다. 공연은 오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NOL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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