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커플, 진실 알고도 사랑할 수 있을까?

[넘버링 무비 559] 영화 <더 드라마>

 영화 <더 드라마> 스틸컷
▲영화 <더 드라마> 스틸컷TEO, sunlovetour, 워터홀컴퍼니㈜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살면서 한 최악의 행동이 뭐예요?"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영화에서 중심인물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 존재하지 못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 명백한 틈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지난 두 작품을 살펴보면 더 선명해진다. <해시태그 시그네>(2023)의 시그네(크리스틴 쿠야트 소프 분)는 타인의 시선을 받기 위해 자신의 몸을 훼손하면서까지 피해자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덧씌우는 인물이다.

<드림 시나리오>(2024)의 폴(니콜라스 케이지 분) 또한 타인의 꿈에 등장한다는 이유로 유명해지고, 그 유명세로 인해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만다.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조작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두 인물 모두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실제의 삶과 정체성을 침범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 <더 드라마>에서는 그 문제가 결혼을 일주일 앞둔 두 사람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찰리(로버트 패틴슨 분)와 엠마(젠데이아 콜먼 분) 커플이다. 이들은 함께 살아가기로 약속했고, 가까운 친구인 마이크(마무두 아티 분)와 레이첼(알라나 하임 분)도 그 준비 과정에 함께한다.

하지만 네 사람이 술을 마시며 각자 저지른 가장 나쁜 일을 털어놓게 되는 과정에서 엠마가 생각지도 못한 과거를 고백하며 분위기가 급변한다. 이후 찰리는 자신이 결혼하고자 했던 사람에 대해 자신이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함께한 시간은 그대로지만 그 시간을 대하는 마음이 바뀌게 되며 서로를 향한 애정에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끼어든다. 그리고 영화는 결혼식까지 남은 짧은 시간을 따라가며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낯선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02.
영화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순간의 재현으로 시작된다. 찰리가 결혼식에서 쓸 연설문을 작성하며 떠올리는 장면이다. 카페에서 처음 엠마를 발견한 찰리는 그가 읽고 있던 책을 자신도 읽었다며 접근한다. 하지만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다른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던 엠마는 그 말을 전혀 듣지 못한다. 무반응에 찰리는 당황하지만, 그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잠시의 어긋남을 알아차린 뒤에 다시 시작된다. 여기 첫 장면에는 영화 전체에 대한 커다란 복선 하나가 마련된다. 한 사람이 보고 판단한 상대방의 행동에 그는 알 수 없는 원인이나 이유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두 사람의 시작은 로맨틱해 보일 수는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영화는 이 시점에서 엠마가 왜 한쪽 귀만 들리지 않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그 안에 놓인 찰리 역시 궁금해하지 않는다.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이 시작될 때 자신이 아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대해 특별히 의식하지 않은 채로 관계를 시작하곤 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불완전함이, 서로를 잘 안다고 믿게 된 뒤에는 견딜 수 없는 결함이 되어 돌아오곤 한다. 극 중 두 인물의 위기 또한 상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생겨서라기보다 그 일을 기점으로 이제는 그 어떤 사실도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믿게 된 것에서 시작된다.

 영화 <더 드라마> 스틸컷
▲영화 <더 드라마> 스틸컷TEO, sunlovetour, 워터홀컴퍼니㈜

03.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영화의 시작이 결혼식 연설을 준비하며 자신들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꾸며지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결혼을 축하하러 온 이들에게 낭독하는 두 사람의 역사는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예쁘게 꾸며진다. 실패와 거짓말로 이루어진 첫 만남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당황스러웠을 경험이 지금까지 쌓인 시간과 현재의 결심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실제로 사랑하는 두 남녀의 역사는 실제로 지나온 사건을 지금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지에 따라 재구성한 이야기로 만들어지곤 한다. 물론 그것이 거짓과 날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나열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성인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것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테지만, 그것만으로 서로가 누구인지 전부 알 수는 없다. 그저 상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여기고, 그 믿음을 근거로 자신이 올바른 사람을 선택했다는 확신의 근거로 삼을 뿐이다.

여기에서 커다란 구멍 하나가 뚫린다. 엠마의 고백이 바로 그 믿음과 확신 어느 곳에서도 들어갈 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고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면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 왔던 사랑은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없었던 일처럼 묻고 넘기자니 중요한 사실을 외면하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04.

엠마의 고백에 앞서 마이크는 개의 공격을 피하려고 데이트 상대를 방패로 삼았던 일을, 레이첼은 어린아이를 버려진 트레일러에 가두고 떠났던 일화를 털어놓는다. 찰리 또한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괴롭혔던 일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의 잘못이 현재와 거리를 둔 채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엠마의 고백은 곧바로 현재의 인격을 다시 판단하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 살아오는 동안 잠시라도 그런 일을 상상에 이어 계획에 옮겼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모든 판단을 압도적으로 짓눌러버리고 만다. 심지어 엠마가 그 계획을 포기한 계기는 의뭉스럽게 해명된다.

05.
문제는 그런 고백을 듣고도 찰리에게 엠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그에게는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그 마음을 의심하는 판단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는 연인을 더 이해하고자 과거에 대해 묻는 한편, 현재의 모습 속에서도 자신이 놓쳐왔던 위험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지점을 현재 엠마의 모습 위에 과거 사건을 도모하던 그의 모습을 덧씌우며 표현해낸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연인의 모습 위로 직접 경험하지 못한 때의 이미지가 끼어들며 두려움을 놓을 수 없게 된다.

다만 그런 복잡한 사정과 심리 위로 찰리에게도 자신의 현재를 돌아볼 책임이 생기고 만다. 혼란스러워하던 그가 회사 동료인 미샤(헤일리 게이츠 분)와 키스한 일이 결혼식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제 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명해야 할 사건이 생긴 셈이다. 두 사건의 무게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그 역시 엠마에게 이해받아야 할 사람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찰리는 더 이상 이 관계를 심판하는 위치에만 머물 수 없게 된다. 지금의 사랑이 엠마의 과거를 없었던 일로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찰리가 저지른 배신 역시 지울 수는 없다.

06.
"진정한 사랑은 무엇이든 감수하고 수용하는 거야."

결과적으로 모든 사랑이 무너진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혼란 속에서 각자의 길로 도망쳤던 찰리와 엠마는 그날 저녁 햄버거집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한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제일 먼저 가기로 했던 장소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서로를 다시 소개하며 대화를 시작한다. 물론 지금 두 사람이 서로를 몰랐던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여전히 엠마의 과거 가운데 설명되지 못한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으며, 찰리가 저지른 행동도 납득되지 못한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일련의 사건 이전에 비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고 있다. 영화가 내내 바라보고 있는 지점이 이 자리였던 것처럼 여겨진다.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끝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자리가 있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마주하는 것이 찰리와 엠마에게 남는 숙제다.
영화 더드라마 젠데이아콜먼 로버트패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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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