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레이트풀 캠프 2026 현장에서 펼쳐진 에어로빅 시간
본인 촬영
하지만 이 축제를 특별하게 만든 힘은 결코 공연만이 아니다. 전야제 날 진행된 라이브 토크에서 이 페스티벌을 제작하는 김세훈 총감독은 "페스티벌에서 아티스트 비중은 50% 미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 아티스트에 의존하는 대형 페스티벌의 문법 대신, 페스티벌 공간 전체를 차별화된 경험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묻어났다..
코스모스 스테이지로 향하는 숲길에는 아기자기한 문구와 조명이 관객을 환영했다.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눈에 띄게 많았다. 숲 속에서 열린 요가 수업을 비롯해 바버샵, 타투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즐비했다. 관객들은 페스티벌을 이끌어가는 주체였다. 직접 부스를 만들고, 직접 다른 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거나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주는 등의 재능 기부를 했다.
먹거리 역시 풍성했다. 지역 어머니회가 준비한 김밥, 부침개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타코, 카레, 우동, 소시지, 국밥 등 다양한 부스의 맛집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지난해 다른 관객들에게 피자를 구워 나눠주었던 관객은 올해에는 피자를 판매하는 상인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 피자는 엄청난 호평 가운데 조기 품절되었다.오늘날 수도권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뮤직 페스티벌이 비슷한 먹거리 구성을 보여주는 가운데, 이 페스티벌이 유독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관객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운동회, 에어로빅 등 익살스러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페스티벌의 주최자 격인 싸이키델릭 밴드 CHS가 '하이웨이(Highway'를 연주할 때에는 객석에서 붉은 홍염이 피워 올랐다. 2023년부터 이 페스티벌의 상징으로 통하는 장면이다. 이 홍염은 2023년부터 이 페스티벌에 입점한 타코 전문점 '타코스탠드'의 일원들이 준비한 것이다. 거대한 춤판이 벌어지는 동안, 관객석에서는 유명 아티스트들 역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관객과 상인, 스태프, 아티스트 간의 모든 장벽이 해체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이 페스티벌의 정서는 돌발 상황에서도 또렷하게 드러났다. 금요일 밤, 가수 강산에의 공연이 진행되던 도중, 음향과 조명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야유와 볼멘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관객들은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강산에의 이름을 연호하고, 스마트폰 불빛으로 조명의 역할을 대신했다. 다시 무대에 오른 강산에는 "오히려 이런 해프닝이 괜찮네"라고 웃으며, 명곡 '이구아나'를 이어 나갔다.
낯선 사람들끼리 경계를 풀면서 만들어진 3일 간의 작은 마을이었다. 모든 공연이 마무리된 일요일 낮, 지역 어머니회가 무료로 나누어준 음식들, 그리고 관객들끼리 음식을 나누는 포틀럭 파티와 함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 분위기는 유지되었다.
1969년 미국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 '우드스탁'은 끝내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지 못 했지만, 그곳에 있던 청춘들의 삶을 버티게 할 힘은 주었으리라. 신안의 짧은 공동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연대와 관대함이 이 시대 속에서 유독 정겨웠다.
▲더 그레이트풀 2026 공식 포스터T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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