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전차군단' 독일 넘을 수 있을까

'속도와 3점' 한국 vs '높이와 리바운드' 독일... 8강 결정전 충돌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유럽 강호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투지를 불태웠다.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유럽 강호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투지를 불태웠다.FIBA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이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8강 진출에 도전한다. 상대는 이번 대회에서 홈 코트 이점과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는 독일이다. 한국보다 신장이 크고 리바운드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어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독일이 앞선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 역시 만만치 않다. 이번 대회에서 빠른 트랜지션과 강한 압박, 정확한 외곽슛을 앞세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서로 정반대의 장점을 가진 두 팀 가운데 어느 쪽이 자신의 농구를 코트 위에 먼저 펼치느냐가 승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9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아레나에서 독일과 2026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월드컵 8강 진출 결정전을 치른다. 단판 승부다. 승자는 8강에 진출해 벨기에와 맞붙고, 패자는 그대로 대회를 마감한다.

FIBA도 두 팀의 색깔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식 프리뷰에서 한국과 독일의 대결을 주요 경기로 꼽으면서 한국의 박지현과 독일의 프리다 뷔너를 핵심 매치업으로 지목했다. 두 선수 모두 인사이드에서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고 팀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뷔너는 장신 포워드임에도 외곽슛 능력을 갖췄고, 박지현은 이번 대회에서 득점뿐 아니라 경기 조율과 수비까지 폭넓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조명했다.

 개최국 독일은 '높이'를 앞세운 리바운드가 강점이다.
▲개최국 독일은 '높이'를 앞세운 리바운드가 강점이다.FIBA

'속도와 3점' 한국 vs '높이와 리바운드' 독일

두 팀의 가장 큰 차이는 경기 운영 방식이다. 한국은 상대 실책을 유도한 뒤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농구가 강점이다. 실제 FIBA가 공개한 대회 평균에서도 한국은 상대 실책으로부터 경기당 24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독일의 10.3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수비에서 공을 빼앗거나 상대의 실수를 끌어내는 순간 곧바로 속공으로 연결하는 것이 독일을 흔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외곽슛 역시 한국이 기대할 수 있는 무기다. FIBA 공식 경기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이번 대회 3점슛 성공률은 43.4%로 독일의 26.9%보다 크게 높다.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한국이 독일의 높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외곽에서 얼마나 많은 슛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독일이 골밑에 수비를 집중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이 외곽슛을 터뜨린다면 경기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우승 후보 프랑스조차 한국과 경기에서 이같은 방식에 1쿼터 크게 흔들린 바 있다.

반대로 독일이 노리는 것은 골밑이다. 가장 눈에 띄는 수치가 리바운드다. 독일은 경기당 평균 47.3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23.7개에 그치고 있다. 무려 23.6개 차이다. 공격 리바운드에서 밀릴 경우 한국은 한 번 막아낸 수비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빠른 농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비 리바운드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에 매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한국이 독일을 상대할 때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느린 경기다. 독일의 장신 선수들이 골밑에 자리를 잡고 리바운드를 장악하면 한국의 공격은 자연스럽게 어려워진다. 반대로 한국이 강한 압박으로 독일의 볼 운반을 어렵게 만들고, 수비 성공 직후 빠르게 코트를 질주한다면 독일의 장점인 높이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회 여자농구 대표팀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다.
▲이번 대회 여자농구 대표팀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다.FIBA

뷔너부터 피비히·사발리까지…독일의 높이를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

독일은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장신 선수들이 여러 포지션에서 공격에 가담하고, 신장 우위를 이용해 리바운드와 골밑 공격을 만들어낸다. 특히 프리다 뷔너는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다.

2004년생인 뷔너는 186㎝의 파워포워드로, 골밑뿐 아니라 외곽에서도 공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 FIBA가 이번 경기의 핵심 매치업으로 박지현과 뷔너를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장신 포워드가 아니라 코트 여러 위치에서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수비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여기에 레오니 피비히와 니아라 사발리 등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경험을 가진 선수들도 여럿 버티고 있다. 피비히는 WNBA 뉴욕 리버티에서 뛰는 포워드로 국제무대에서의 경험과 수비력을 갖췄다. 사발리 역시 골밑에서 힘을 보탤 수 있는 자원이다. 독일의 프런트코트는 단순히 키가 큰 것에 그치지 않고 기동력까지 갖췄다는 점이 한국에 부담이다.

가드진도 무시할 수 없다. FIBA는 독일의 핵심 플레이메이커로 알렉시스 피터슨을 꼽으면서 그의 경기 조율 능력과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독일은 백코트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약점이 될 수 있지만, 피터슨이 경기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앞선의 부담을 줄여준다면 한국의 압박도 쉽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74-58로 꺾는 등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고, 말리를 상대로도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FIBA는 독일을 대회에서 계속 발전하고 있는 팀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특히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첫 8강 진출을 노리고 있어 경기장 분위기까지 한국에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에도 분명한 승부수가 있다. 박지현을 중심으로 한 공격과 강한 압박, 빠른 트랜지션이다. 여기에 이번 대회에서 높은 3점슛 성공률까지 보여주고 있다. 독일이 높이를 앞세워 경기를 지배하기 전에 한국이 속도로 흔들어야 한다.

박지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을 넘어 수비 압박을 뚫고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한국이 독일의 높이를 상대로 골밑에서 정면승부를 펼치기보다는 외곽과 돌파를 섞어 독일의 수비를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력만 놓고 보면 독일이 우위에 있다. 높이, 리바운드, 홈 코트의 이점까지 갖췄다. 그러나 단판 승부에서는 한 번의 흐름이 경기 전체를 바꿀 수 있다. 한국이 독일의 골밑 장악을 허용하지 않고 특유의 압박과 트랜지션으로 경기를 빠르게 끌고 간다면 충분히 이변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이 속도로 독일의 높이를 무너뜨릴 것인가, 아니면 독일이 높이로 한국의 질주를 막아낼 것인가. 한국 여자농구의 월드컵 8강 운명이 이번 경기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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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월드컵 8강결정전 전차군단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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