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막말 논란'에 지소연 "사과받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지난 28일, 수원FC위민 지소연(파란 머리띠) 선수가 경기 도중 배선영 주심의 발언을 듣고 항의하는 모습
▲지난 28일, 수원FC위민 지소연(파란 머리띠) 선수가 경기 도중 배선영 주심의 발언을 듣고 항의하는 모습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캡처

여자축구 WK리그에서 최근 발생한, 선수를 향한 심판의 '걸스데이' 성희롱성 발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지소연(수원FC 위민)은 끝까지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심판들의 태도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이번 일로 심판과 선수 사이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는 계기가 되어야한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지난달 8월 28일 열린 수원FC와 서울시청의 '2026 WK리그 정규리그' 경기 도중, 지소연은 판정에 대하여 항의하다가 배선영 주심과 충돌했다. 당시 지소연은 배 주심이 무선 교신을 통해 "얘가 초반부터 예민하다"면서 여성의 월경을 의미하는 '걸스데이(Girl's day)'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들었다. 이에 지소연과 수원FC 구단은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배 주심은 오히려 지소연에게 카드를 꺼내 들며 위협했다.

경기후 수원FC위민은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항의했고 지소연도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당시 배 주심의 발언을 폭로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과 프로축구 선수협회 역시 이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팀에 문제를 제기 했다.

하지만 이후 심판위원회의 부적절한 대응과 해명은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판위는 경기 이후 논란이 커지자 배선영 주심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공식 사과 대신 '지소연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 전체를 향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성희롱 발언 못지않게 충격적이었던 것

최수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대행과 당사자인 배 주심은, 사태 수습을 위하여 지난 1일 수원FC 위민 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같은 식의 해명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정 선수 한 명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성희롱'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선수협은 지난 7일 재차 공식 입장을 내고 심판위에 대하여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선수협은 입장문을 통해 "심판위의 해명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이러한 설명이 사태를 수습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심판위원회의 인식에 대한 또 다른 우려를 낳았다. 축구협회 심판 조직이 성인지 감수성과 선수 인권의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판위의 해명대로라면 그동안 그라운드에서 뛰던 다수의 여자 선수를 대상으로 해당 표현이 사용됐다는 의미가 된다"면서 "선수들이 왜 해당 발언으로 상처를 받았는지 먼저 헤아렸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성희롱 발언 못지않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심판의 시대착오적인 권위의식이었다. 당시 배선영 주심은 부적절한 발언을 듣고 격분하는 지소연에게 옐로카드(경고)를 내리는가 하면, 레드카드까지 꺼내들며 자신을 향한 항의를 억누르려고 하는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경기장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지닌 심판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들췄다고 해서 카드를 협박의 도구로 사용한 것은 심각한 권력남용이다.

당사자인 지소연도 8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대표팀 소집 훈련에서 인터뷰 시간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지소연은 무거운 표정으로 예상보다 이번 사태가 커진 게 "마음이 무거웠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일이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심판과 선수 사이에 존중과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일 어린 선수가 경기장 안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아무 말도 못 했을 거다. 저도 많은 나라와 리그에서 뛰어왔는데도 그런 발언을 들은 것은 처음이라 매우 당황스러웠다. 저와 같은 일이 다른 선수들한테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심판들의) 교육이나 소통 방식, 시스템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해외 리그와 국제대회에서 오랫동안 활약해 온 35세의 베테랑 지소연에게도 경기장 내에서 벌어진 심판의 언행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최근 지소연은 사과하겠다고 소속구단을 방문한 최수진 심판위원장 대행과 사건의 배선영 주심을 만났지만, 오히려 더 실망했다는 속마음을 드러내며 착잡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심판위원장과 해당 심판이 사과하러 오셨다고 해서 만나기는 했다. 사과는 하셨는데 사과를 받았다고는 말을 못 하겠다. 사과라기보다는 해명하신다는 느낌을 받아서 마음이 좀 더 무거웠다. 그래도 이제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야하는 입장이고 팀의 베테랑으로서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는 아시안게임만 바라보며 나아가고 싶다."

결국 피해자는 끝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듣지 못했고, 가해자 측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당사자간의 개인적인 사과나 수용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가 남긴 파장이 진정으로 수습되기까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만 확인했다.

선수협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덮을 것이 아니라 현행 심판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으로 선수협은 이번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와 스포츠윤리센터에 제소하고,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와의 공조를 통해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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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 심판위원회 선수협 여자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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