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은 1946년생 프레디 머큐리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팔순(八旬), 즉 80번째 생일을 맞는 날이었다.
사랑 노래 일색이던 시절, 어린 내게 찾아온 록 음악
내가 프레디 머큐리와 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이었다. 여덟 살 많은 친형이 퀸의 음악을 즐겨 듣곤 했는데, 자연스럽게 옆에서 그들의 노래를 함께 접하게 됐다. 당시 어린 내게 퀸의 음악은 무척 신선하고 강렬했다. 흔한 사랑 이야기 가사로 채워진 당시 발라드와는 전혀 다른 결이었다.
그 음악이 바로 내가 처음 제대로 접한 프로그레시브 성향의 록(Rock)이었다. 그 시절 라디오를 통해 내가 듣던 대중가요와 비교하면 긴 러닝타임, 여러 겹으로 쌓인 보컬과 웅장한 코러스, 예측하기 어려운 곡의 전개는 '도대체 이런 음악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당시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 자체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얀 민소매 차림에 어린 내 눈에는 어쩐지 히틀러의 콧수염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은 낯설고 거부감마저 들었다. '노래는 이렇게 좋은데, 가수의 모습은 왜 저럴까'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주민 출신의 한 소년, 세계적인 록스타가 되다
그러다 2018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하면서 내가 알던 프레디 머큐리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영국을 대표하는 록스타였기에 막연히 영국 태생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뿌리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당시 영국 보호령이었던 잔지바르(현 탄자니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해 성장한 파르시(Parsi)계의 인도인 가정 출신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의 삶이 한층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름과 외모, 출신까지 영국 주류 사회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었던 한 이주민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록스타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뛰어난 가창력과 독창적인 음악, 그리고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무대 위의 존재감으로 말이다.
특히 'We Are the Champions', 그리고 'We Will Rock You'는 이제 단순한 록 음악의 영역을 넘어 절망과 패배감에 젖어 들 때마다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시대의 응원가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 경기장과 콘서트장,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삶 속에서 세대를 넘어 지금도 울려 퍼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쿵-쿵-짝'으로 상징되는 거대한 발구름과 박수 소리, 그리고 관객들의 합창을 끌어내는 'We Will Rock You'는 유독 강렬하다.
"우리를 얕보지 마라. 우리는 결국 세상을 뒤흔들 것이다."
내게 이 노래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세상을 향해 결코 포기하지 않겠노라 선언하는 음악으로 들린다. 어쩌면 이 곡이 오랜 세월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여러 상황에서 가장 힘든 순간, 사람들은 함께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목소리를 높인다.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로 울리는 이 가사가 어느 순간 수만 명의 외침이 되고, 그 외침은 다시 삶을 살아낼 힘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기분 좋은 상상
▲1985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무대에 선 퀸(Queen)라이브에이드
그런 점에서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낯선 땅에서 자신의 이름과 음악으로 세상을 뒤흔든 프레디 머큐리의 삶이 결코 만만치 않았으리라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결국 자신의 존재 자체로 세계의 편견을 넘어선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프레디 머큐리가 죽음의 병까지도 이겨내고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아직도 '만약 그가 아직 우리 곁에 있었다면'이라는 부질없는 아쉬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 원년 멤버로 구성된 완전체 퀸(Queen)으로 한국을 찾아, 팬들에게 특유의 재치 넘치는 유머를 던지며 젊은 시절 못지않은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했을 것이다. 당시 프레디의 죽음을 슬퍼하며 팀을 떠난 베이시스트 존 디콘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 베이스 연주 리듬에 맞춰 파워풀한 보컬로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브라이언 메이의 기품 있는 기타 연주 곁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나란히 앉아 어쿠스틱 버전의 'Love of My Life'를 담담히 불러주는 모습.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무엇보다 전쟁과 자연재해, 사회적 갈등으로 얼룩진 지금의 시대를 그가 살아가고 있었다면, 완전체 퀸은 과연 어떤 음악을 만들었을까. 멤버들과 함께 또 한 번 지구촌 전체를 놀라게 할 평화의 신곡을 발표했을 수도 있고, 장르와 세대의 경계를 넘어 젊은 뮤지션들과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협업을 선보였을지도 모른다.
지난 9월 5일, 나는 그가 부른 퀸의 'The Show Must Go On'을 들으며 현실에서는 멈춰버린 프레디 머큐리를 잠시 떠올려 보았다. 만일 그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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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Life is News | 전) TBN 교통방송 & KTV 한국정책방송원 | 사상계(思想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