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1위 노래, 사실은 훔친 곡이라면?

[넘버링 무비 557] 영화 <싱 어게인>

 영화 <싱 어게인> 스틸컷
▲영화 <싱 어게인> 스틸컷(주)바이포엠스튜디오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우린 록스타가 아니야. 인간 주크박스지."

많은 관객들은 영화 <원스>(2007)를 통해 존 카니 감독에 대해 알게 되었을 것이다. 더블린의 거리 음악가인 남성(글렌 헨사드 분)과 삶을 위해 꿈을 포기했던 여성(마르게타 이글로바 분)이 노래를 통해 가까워지는 작품이다. 이후에도 존 카니 감독은 계속해서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삶의 가장 막다른 곳까지 내몰렸던 두 사람이 밴드를 결성해 인생의 동력을 되찾게 되는 과정을 그렸던 <비긴 어게인>(2014)과 1980년대를 배경으로 자신들을 억압했던 가정과 학교를 벗어나 오합지졸 밴드를 만든 소년들의 이야기 <싱 스트리트>(2016)가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아들과 교류하기 위해 처음 기타를 잡은 싱글맘의 모습을 담아낸 <플로라 앤 썬>(2023)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현실을 바탕으로 음악이 관계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방식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다.

영화 <싱 어게인> 또한 비슷한 맥락 위에서 완성된 작품이다. 한때 록 밴드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더블린에 정착해 아내 레이첼과 딸 에이자와 함께 살아가며 결혼식 전문 밴드에서 노래하는 릭(폴 러드 분)과 역시 한때 인기 보이밴드의 멤버였지만 솔로 가수로서 새로운 히트곡을 완성해야 하는 대니 윌슨(닉 조나스 분) 사이의 이야기. 다만 작은 변화가 있다면, 이번 영화에서 두 인물은 음악으로 인해 역시 만나게 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갈라지게 된다. 관계의 형성이 아닌 다른 질문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02.
이번 작품을 형성하고 있는 모든 서사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 함께 공연했던 날 밤, 대니의 방에서 이루어지는 즉흥 세션 장면에서 시작된다. 대니는 지금 자신이 창작하고 있는 곡을 들려주며 릭이 제시하는 멜로디와 가사의 아이디어로 곡을 조금씩 다른 형태로 완성해 간다. 릭 역시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지만 완성하지 못했던 (훗날 문제가 되는) '노래 쓰는 법'을 들려주며 대니의 의견을 듣는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음악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게 되는데, 그 과정은 어디서부터가 온전히 자신의 것인지, 또 어떤 아이디어가 상대방의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도록 만든다.

이후 대니가 그날 밤 릭이 들려준 음악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과정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애초에 릭이 이 노래를 홀로 만드는 과정은 극 안에서 제시되지 않으며, 대니가 자신의 LA 집으로 돌아가 멜로디를 다시 떠올리는 순간 또한 계획적으로 곡을 훔치려는 것이 아닌 기억 속의 음악을 더듬어 옮겨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 음악을 듣고 크게 감명받은 여자 친구 마르시아(하바나 로즈 류 분)가 누구를 위한 곡이냐고 묻자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만 것이다. 윤리적인 차원에서 그의 행동에 변명의 여지가 있다거나 그 거짓말이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옮겨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거대한 악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과 사실을 조금씩 바꾸다가 결국 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게 되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영화 <싱 어게인> 스틸컷
▲영화 <싱 어게인> 스틸컷(주)바이포엠스튜디오

03.

사실 처음부터 릭과 대니 두 인물은 서로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다. 릭은 좋은 곡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공연도 능숙한 인물이지만, 대니는 음악이 자신의 몸을 통과하는 순간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되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스타다. 두 사람이 만나 처음으로 합을 맞추게 되는 결혼식 장면에서도 이 차이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보이밴드 출신이라는 이유로 대니를 얕잡아 보던 릭이 함께 노래한 뒤에 그 능력을 인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이 평생 바라왔던 재능을 대니로부터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니는 '빌보드 핫 100' 1위에 월드 투어, 심지어 그래미 수상까지 점쳐지는 성공 앞에서 연락 한번 하지 않고 곡의 출처도 인정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노래를 훔친다. 이후 릭에게 혼자서는 그 음악을 히트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하는 모습이 단순한 허언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래를 처음 만든 사람과 그 노래가 가진 모든 가능성을 열어 세상에 전달하는 사람 가운데 더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는 것은 어느 쪽일까. 명확한 해답은 두 사람 모두의 공동 작업에 대한 크레딧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이 영화의 경우처럼 현실이 항상 그렇게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노래 한 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과 가창, 마케팅까지 수많은 힘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작품에 놓은 서로 다른 두 인물은 그 복잡한 과정을 영세한 웨딩 밴드 싱어와 유명 팝스타 사이의 충돌 속에 압축하기 위해 만든 대상이 된다.

04.

"왜 이 꼴이 된 줄 알아? 빌어먹을 노래 한 곡 때문에."

한편, 그런 대니의 태도에 분노하는 릭의 모습을 돈과 명예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물론 작곡가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생이 바뀌었을 것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릭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 집착하게 되면서 밴드 동료들과 충돌하며 직업을 잃게 되기도 하고, 가족을 태운 채 사고를 내며 아내 레이첼과의 관계도 크게 틀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오래전 자신이 더블린과 가족을 선택했던 삶 자체를 커리어 실패의 원인으로 삼기 시작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산업에서 개인의 선택으로 조금 더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민다. 딸이 태어난 뒤에 밴드 활동을 멈추고 음반사와의 계약이 끝나던 때에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문장에 대한 물음이다. 대니의 성공은 릭으로 하여금 자신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는데 가족을 선택했기 때문에 기회를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오랜 시간 묻어둔 패배감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LA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릭이 상상하는 장면, 대니의 무대에 올라 작곡가로 공개적으로 소개받는 장면은 그래서 존재한다. 이후 영화는 그가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지난 선택과 시간을 다시 돌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수렴하도록 방향을 바꾼다.

 영화 <싱 어게인> 스틸컷
▲영화 <싱 어게인> 스틸컷(주)바이포엠스튜디오

05.

결국 이야기는 두 사람 사이의 노래가 누구를 위해 쓰였는지 밝혀지면서 릭의 손을 든다. 대니가 이 곡을 연인을 향한 사랑 노래로 받아들인 것과 달리, 실제로는 릭은 딸이 태어났을 당시의 마음을 곡에 담았던 것에 대한 사실이다. 에이자가 두 살이던 때 쓰기 시작한 이 음악은 다시 밴드와 함께 떠나고 싶던 마음과 가족 곁에 남아야 한다는 책임감 그사이에 놓인 선택에 대한 마음과도 같았다. 그리고 오래된 영상이 발견되면서 저작권을 입증할 수 있는 물질적인 증거까지 릭에게 주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릭과 대니 가운데 누군가를 완전한 피해자나 가해자로 몰고 가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릭이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대니 또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 사실을 완전히 인정하게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너무나도 간절히 성공을 원했던 나머지 어디선가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사실 정도는 받아들이게 된다. 이 글의 처음에서 이야기했듯이, 대니가 릭의 곡을 이용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곡에 숨겨진 진정한 가치를 꺼내 세상에 알리게 한 장본인인 것도 거짓은 아니다.

06.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해요. 잘될 거예요."

영화의 마지막에서 릭은 다시 결혼식 밴드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대니의 곡이 요청되자 거리낌없이 선보인다. 이제 그는 안다. 음악이란 하나의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랜 시간 세상은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자신이 누구였는지, 또 어떤 음악을 해왔는지에 대한 기록은 가족의 시간 속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마지막에 주어지는 짧은 장면에서 일종의 경제적 보상이 주어졌음이 암시되는 것은 영화가 남기는 최소한의 이상이다. 영화는 누군가의 꿈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

어떤 점에서 이번 영화 <싱 어게인>는 존 카니 감독이 만들어 온 영화의 총체처럼도 여겨진다. 음악으로 마주한 두 사람이 존재하고, 삶의 바닥까지 무너졌던 이가 음악으로 다시 일으켜지는 모습도 그려지고, 가족 안에서 생긴 거리감을 음악을 통해 좁히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중심에는 역시 음악이 있다.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실패를 성공으로 자연히 바꿔놓지도 않지만, 우리가 어떤 순간에 어떤 마음으로 누구와 함께 있기를 선택했는지 기억하게 만드는 것. 아마도 존 카니 감독은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도 이 점을 놓지 않을 것이다.
영화 싱어게인 존카니 폴러드 닉조나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