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소년의 초상> 공연 사진
레드앤블루
캔버스에 생긴 균열, 그 속에서 드러나는 진실
2020년 피렌체에서 화가 '마르첼로 디 나탈레'의 그림 '남작의 초상'이 발견되며 미술계가 발칵 뒤집히는 것으로 뮤지컬 <소년의 초상>은 시작한다. 극의 설정상 마르첼로는 대단한 화가이고, 또 '남작의 초상'이 그의 유작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그림의 가치는 계속 뛰어오른다. 그러던 중 미술품 복원사 '비올라'는 캔버스 뒷면에서 '나탈리'라는 낯선 이름을 발견하며 이상함을 느낀다.
이제 무대는 '남작의 초상'이 그려진 1530년 베네치아로 이동한다. '남작의 초상'을 그렸다고 알려진 마르첼로의 공방을 배경으로, 이곳에 로지나, 마르타, 야코포가 모여든다. 예술적 재능을 지닌 로지나는 친구 마르타와 함께 베네치아에 왔지만, 여성이자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한다. 마르타는 생계를 위해 이런저런 노동을 하고, 로지나는 힘겨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르첼로의 제안(마르첼로의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받아들인다.
로지나가 이런 선택을 하도록 하는 건 현실의 문제, 특히 경제적 문제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사회 구조와 권력 관계가 얽혀 있다. 여성과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당대 예술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 성별과 국적이 만들어내는 비대칭적 권력 관계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의 문제와 얽혀 로지나의 선택을 강요한다.
마르첼로는 로지나의 작업을 두고 "진실에 거짓을 보탠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거짓에 손톱만큼의 진실을 보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권력은 진실을 교묘하게 감춘 채 거짓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곤 한다.
야코포는 로지나가 그리게 되는 '남작의 초상'의 모델이다. 하지만 남작은 아니다. 여기서도 또 하나의 거짓이 드러난다. '남작의 초상'의 작가는 마르첼로가 아니고, 모델은 남작이 아닌 것이다. 뮤지컬 <소년의 초상>은 1530년에 그려진 하나의 작품에 얽힌 진실과 거짓을 위태롭게 오가고, 그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2020년의 노력을 조명한다. 그렇게 서서히 드러나는 균열,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까지 이 뮤지컬은 꽤 탄탄한 드라마 구조에 더해 예술을 둘러싼 사회적 현실과 권력 작용 등 생각해볼 만한 주제 의식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남작의 초상'이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소년의 초상'이 되어가는, 다시 말해 진실을 향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여정이 펼쳐지는 무대는 왠지 겹겹이 쌓인 액자와 균열이 생긴 캔버스를 연상시킨다. 찢어지고 벗겨진 끝에 발견되는 한 그림을 둘러싼 진실은 오는 10월 18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이야기된다.
로지나 역에 임예진·성민재·박소현, 마르타 / 비올라 역에 김수·송영미·김단이, 마르첼로 역에 김이담·박선영·정백선, 야코포 / 니콜라 역에 윤지성·도유현·조은성이 출연한다. 마르타와 비올라, 야코포와 니콜라는 한 배우가 두 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1인2역으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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