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드라마> 포스터.
워터홀 컴퍼니
런던 출신의 아트 뮤지엄 디렉터 찰리는 우연히 엠마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책을 읽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반했는지, 몰래 그 책을 찾아 읽은 뒤 이미 읽은 척하며 그녀에게 접근한다. 어쨌거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찰리와 엠마는 가까워져 연인이 되었고, 마침내 결혼까지 앞둔다. 하지만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진다.
루이지애나 출신의 서점 직원 엠마는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진 찰리와 너무나도 잘 맞았기에, 소울메이트 같은 그와의 결혼을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결혼식 일주일 전, 찰리의 소개로 친구가 되어 들러리까지 부탁한 레이첼 부부와 술을 마시던 중 일이 터진다. 레이첼의 제안으로 시작된 '살면서 가장 나쁜 짓 고백하기' 게임에서 엠마가 뜻밖의 과거를 털어놓은 것이다.
다름 아닌 학창 시절의 '총기 난사 계획'이었다. 엠마는 학창 시절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학교 총기 난사를 계획했고, 실제로 아버지의 총을 학교에 가져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누군가 먼저 총기 난사를 저지르는 바람에 자신의 계획을 접었다는 것이다. 이 고백은 찰리와 친구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특히 찰리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 사람, 괜찮을까?' '이 결혼, 괜찮을까?' '우리가 맺은 관계는 정말 괜찮은 걸까?'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영화 <더 드라마>는 <해시태그 시그네>와 <드림 시나리오> 등으로 화제를 모은 노르웨이 출신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신작이다. 국내에서는 김태호 PD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TEO'의 첫 영화 배급작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막강한 두 배우를 앞세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작이 될 만하다.
보글리 감독의 장기로 꼽히는 블랙코미디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시작하지만, 예기치 못한 폭로를 기점으로 심리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로 변주된다. 좀처럼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 속에서도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붙잡는 데 성공했다.
평온한 일상과 완벽해 보이는 커플,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 중 하나인 결혼식까지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한순간 모든 것이 와해된다. 자못 충격적인 사실이긴 하지만, 실행되지 않은 과거의 계획 하나가 폭로되자 완벽하고 이상적으로 보였던 관계는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우리가 믿어 온 관계란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
현대 사회의 존재론적 불안과 고독은 스스로 온전히 바로 서기 어려운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관계가 쉽고 빠르게 형성될수록 그만큼 쉽고 빠르게 와해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게 생겨난 '취약한 관계'는 다시금 불안과 병리적 심리를 키워 낸다. <더 드라마>는 바로 그 악순환의 한복판을 들여다본다.
완벽한 관계라는 착각
▲영화 <더 드라마>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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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착각한다. 타인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해했으며,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다고 말이다. 현대에는 타인과 비교적 쉽고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상대를 깊이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관계가 빠르게 형성된 만큼 쉽게 드러나는 것은 '관계의 불완전함'이다. 문제는 남들에게 완벽해 보이는 관계가 정작 우리 자신에게도 완벽하게 보인다고 믿어 버리는 데 있다.
이 영화는 처절하게 무너지고 해체되는 관계, 얼핏 완벽해 보이기까지 했던 관계의 한 단면을 싹둑 잘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물론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도 무방하다. 결혼식을 앞둔 많은 커플이 겪는 '메리지 블루'의 극단적인 형태로 말이다. 관계와 미래, 역할과 환경의 변화, 현실과 환상의 괴리에서 비롯된 불안이 극에 달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폭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더 드라마>는 여러 층위로 읽히기에 생각보다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메리지 블루부터 관계의 취약성과 불완전함, 현대 사회의 병리적 심리까지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나름의 설득력을 갖춘다. 보다 단순하게 접근한다면 제목 그대로 누구에게나 한 번쯤 벌어질 법한 한바탕 소동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 한 가지 질문만큼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믿는 사람에게도,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삶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쯤되면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그는 비교적 꾸준하고 빠르게 작품을 내놓는 감독인 듯하다. 늦어도 2~3년 안에는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올 것 같으니 충분히 기다려 볼 만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관계의 균열과 인간의 부조리를 들고 우리를 찾아올까? 그의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믿고 살아가는 것들을, 그는 언제나 가장 불편한 방식으로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영화 <더 드라마>의 한 장면.워터홀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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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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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일주일 전 재미삼아 한 게임... 완벽한 관계가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