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종범'에서 '제2의 이승엽'으로… 김도영, 어디까지 진화?

다양한 부분에서 최상급 능력보여주는 몬스터 툴가이

 김도영의 가장 무서운 점은 지금도 성장중이다는 사실이다.
김도영의 가장 무서운 점은 지금도 성장중이다는 사실이다.KIA 타이거즈

KBO를 대표하는 젊은 슈퍼스타 김도영(23, 우투우타)의 대단한 점은 플레이 스타일의 유동성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김도영을 따라다니던 대표적인 수식어는 '제2의 이종범'이었다.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장타력, 수비 능력까지 갖춘 5툴 플레이어라는 평가가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번에는 '라이언 킹' 이승엽이 소환되고 있다. 김도영은 MVP를 수상했던 재작년보다 올시즌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광주에서 있었던 롯데전에서는 시즌 39호 홈런을 터뜨리며 2024년 기록한 38홈런을 넘어섰다.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고, 역대 최연소 40홈런이라는 새로운 기록까지 홈런 한 개만 남겨두고 있다. 아시안게임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40개 중반정도는 기대되고있는 분위기다.

김도영의 프로 초창기 이미지는 '잘하는 것이 많은 선수'였다. 홈런보다 빠른 발과 운동능력, 넓은 수비 범위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선수였다. 이종범으로 대표되는 5툴 플레이어의 계보를 잇는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그리고 2024년 성적으로 증명했다. 141경기에서 타율 3할4푼7리,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를 기록했다.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등 공격 주요 지표에서도 최상위권에 올랐다. 홈런 38개와 도루 40개를 동시에 기록하면서 대형 5툴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도영은 재작년 이종범에 이어 올시즌에는 이승엽을 소환하고 있다.
김도영은 재작년 이종범에 이어 올시즌에는 이승엽을 소환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부상이 바꾼 야구, '많이 뛰는 선수'에서 '강하게 치는 선수'로

지난시즌 김도영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30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개막전부터 부상을 당했고 이후에도 햄스트링 문제가 반복되면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당시 KIA는 김도영의 부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루 플레이를 조심스레 관리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이 김도영의 타격 스타일에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그동안 김도영의 가치는 타격 하나로 설명되지 않았다. 출루하면 뛰었고, 수비에서는 넓은 범위를 활용했으며, 타석에서는 장타까지 만들어냈다. 모든 능력을 경기 곳곳에서 활용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부상을 거치면서 주루 부담을 줄이고 타격에 보다 집중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리고 2026년 김도영의 방망이는 그 선택에 답하고 있다.

올해는 8월에만 홈런과 장타 생산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무서운 페이스를 보여줬다. 23일에는 시즌 38호 홈런으로 2024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사흘 뒤 39호를 때려내면서 자신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제 김도영에게 '홈런을 잘 치는 5툴 플레이어'외에 또 다른 캐릭터가 생겼다. 바로 홈런왕이 가능한 선수라는 이미지다. 2024년 이종범을 떠올리게 했다면, 올시즌에는 40홈런을 바라보며 이승엽의 이름과 나란히 놓이고 있다. 실제로 9월 6일까지 홈런 한 개를 추가하면 이승엽이 1999년에 세운 최연소 40홈런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물론 지금 당장 김도영을 역대급 레전드 이종범이나 이승엽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김도영의 성장 과정이 특별한 것은 분명하다. 보통 젊은 선수에게 붙는 비교 대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로 좁혀진다. 김도영은 오히려 반대다.

한 시즌에는 이종범을 떠올리게 하더니, 다른 시즌에는 이승엽을 연상시킨다. 이런 선수가 그동안 있었을까 싶다. 이것이 김도영이라는 선수의 가장 무서운 부분이다.

 다음 시즌 김도영의 목표는 유격수 전환이다.
다음 시즌 김도영의 목표는 유격수 전환이다.KIA 타이거즈

내년엔 유격수까지… 김도영의 최종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의 김도영이 완성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KIA는 올시즌을 앞두고 김도영의 3루수와 유격수 병행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범호 감독 역시 김도영의 유격수 기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김도영 역시 유격수라는 포지션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김도영의 가치는 또 다른 차원으로 올라갈 수 있다. 홈런을 40개 가까이 칠 수 있는 타자가 유격수 수비까지 맡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 김도영에게 '5툴 플레이어'라는 평가가 붙었던 이유는 공격력 하나 때문이 아니었다. 타격과 장타, 주루, 수비, 송구를 모두 갖춘 선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제 장타력의 수준이 한 단계 더 올라섰다. 그동안은 살짝 어색했던 홈런왕, 거포라는 이미지도 잘 어울려보인다. 그래서 김도영을 단순히 '제2의 이종범' 또는 '제2의 이승엽'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어쩌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이종범의 가장 강력했던 무기는 압도적인 주루와 타격, 그리고 야수로서의 종합적인 능력이었다. 이승엽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서 장기간 홈런 역사를 썼다. 김도영은 아직 어느 쪽에서도 그들을 따라가려면 갈길이 멀다.

대신 두 선수의 장점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자신의 커리어에서 차례로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유격수 도전까지 더해진다면 김도영의 선수 유형은 지금보다 훨씬 다채로워진다. 이쯤 되면 김도영을 누구와 비교할 것인가보다 김도영이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될 것인가를 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듯 싶다.

어쩌면 김도영의 진짜 비교 대상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종범을 떠올리게 했던 선수가 이승엽의 기록을 넘보고, 이제 유격수까지 바라보고 있다. 현재의 김도영은 완성된 괴물이 아니라, 계속 형태를 바꾸며 성장하는 '진화 중인 괴물'에 가깝다. 올 시즌에 더해 다음 시즌까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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