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골드코스트 해변에서 터커는 상어 체험 보트를 운영한다. 평생 해 보기 힘든 체험인 만큼 제법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어느 날 두 명의 대학생 친구가 도파민 넘치는 상어 체험을 즐기러 찾아오지만, 남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여자는 보트 아래에 갇힌다. 터커는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살인마였다.
자유로운 영혼의 서퍼 제퍼는 우연히 만난 젊은 부동산업자 모세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제퍼는 다음 날 말없이 떠나 버리고, 모세는 못내 아쉬운 마음에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 사이 제퍼는 터커에게 붙잡혀 보트 아래에 갇힌다. 그렇게 터커의 상어 체험 보트 아래에는 앞서 납치된 여대생과 제퍼가 함께 갇히게 된다.
급기야 터커는 제퍼가 보는 앞에서 상어들이 득실거리는 바다 한가운데로 여대생을 먹잇감처럼 던져 버리려 한다. 그는 그 광경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피해자의 머리카락 한 줌과 함께 보관한다. 터커는 단순한 살인자가 아닌 연쇄살인마였던 것이다. 제퍼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모세는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찾아낼 수 있을까?
▲영화 <데인저러스 애니멀스> 포스터.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목이 말하는 진짜 '위험한 동물'
영화 <데인저러스 애니멀스>는 직관적인 제목부터 이목을 끈다. 제목만 보면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 상어를 비롯한 해양동물들과의 사투를 그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여름 시즌마다 찾아오는 전형적인 '크리처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예상치 못한 존재가 하나 더 등장한다. 바로 '연쇄살인마'다.
터커는 피해자들을 '상어 밥'으로 던져 주고, 공포에 질린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며 즐긴다. 그렇다면 진짜 위험한 포식자는 상어가 아니라 터커 아닐까? 본능에 따라 움직일 뿐인 상어와 달리 그는 의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쾌락까지 느낀다. 결국 우리의 주인공은 연쇄살인마와 상어,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까지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뚫고 탈출해야 한다.
상황은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제퍼는 과거의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고립된 삶을 이어 가고 있다. 물론 그 상처가 그녀를 웬만한 사람보다 강인하게 만들었지만, 외부의 도움 없이는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로 그때 모세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그는 단순한 외부의 조력자가 아니라 제퍼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제퍼는 강인한 여성 주인공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 준다. 절망적인 상황을 타개하고 살아남기 위해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려 하고, 그런 와중에도 타인을 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물이 아니라 끝까지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퍼의 생존기는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보다 멋진 생존자가 또 있을까?
▲영화 <데인저러스 애니멀스>의 한 장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의외로 묵직한 생존 스릴러
의외로 괜찮은 장르물이다. 크리처 영화라는 외피 안에 연쇄살인마 스릴러와 탈출 서바이벌을 제법 능숙하게 섞어 놓았다.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느 한 요소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상어와 연쇄살인마, 그리고 망망대해라는 세 가지 공포가 서로 맞물린다. 그 가운데 터커의 비디오 촬영은 영화의 기괴함을 한층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킥'으로 작용한다.
연쇄살인마에게는 저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기 마련인데, 터커에게서는 자신의 뜻대로 상황을 기이하게 통제하고 싶어 하는 병리적인 욕망이 엿보인다. 자신이야말로 최상위 포식자라고 여기며 공포에 질린 피해자의 표정을 즐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표적은 하나같이 젊은 여성이다. 영화가 그의 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트라우마가 무엇이었느냐보다 그것을 타인을 지배하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표출한다는 데 있다.
반면 트라우마는 누군가에게 생존을 위한 강인함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뒤틀린 욕망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감당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선택 아닐까? 삶을 향한 의지와 타인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맞부딪힐 때, 과연 어느 쪽이 끝까지 살아남게 될까?
<데인저러스 애니멀스>를 단순히 킬링타임용 영화로 규정해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질문이 숨어 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제목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과연 '위험한 동물들'은 누구를 가리키는가. 본능대로 움직이는 상어일까, 아니면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공포와 죽음을 즐기는 인간일까. 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그 당연한 답을 긴장감 넘치는 장르 영화 안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다.
▲영화 <데인저러스 애니멀스>의 한 장면.스튜디오 디에이치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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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연쇄살인마·망망대해, 진짜 '킥'은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