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시스트 김영석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2017년 경 SNS에 그가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사진 속에는 신해철과 김영석이 함께 서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보며 '둘 다 1968년생이지만, 빠른 생이라 형으로 부르는 신해철과의 애증의 관계' 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러자 뜻밖에도 김영석이 웃음 섞인 댓글을 남겼다. 그렇게 SNS에서 시작된 작은 인연은 통화까지 이어졌고, 우리는 결국 함께 소주 한잔을 기울일 기회를 갖게 됐다.
뮤지션과의 현실 만남
▲김영석의 'MY BLISS'최호림
평소 그를 넥스트(N.EX.T)의 베이시스트로 우상처럼 생각했던 나에게 김영석과 단둘이 마주 앉는 일은 실로 대단한 경험이었다. 오랫동안 무대 위에서 멀리만 바라보던 뮤지션을 현실에서 만났으니 어색하고 긴장됐다.
김영석은 달랐다. 유명한 뮤지션이라는 거리감을 만들기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후배를 만나듯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나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긴장을 잊고 자연스럽게 그의 음악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훗날 내가 한국정책방송원(KTV)에서 신해철을 추모하는 영상을 제작할 때까지 이어졌다. 당시 김영석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신해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묻는 관계로 남아 있다.
많은 사람에게 김영석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신해철, 그리고 넥스트와 함께 떠오른다. 하지만 그의 음악 인생을 넥스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는 1980년대부터 록 그룹 하얀그림자와 비트 등에서 활동하며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
이후 1991년 신해철의 눈에 들어 솔로 공연의 세션으로 참여했고, 군 복무를 마친 뒤인 1995년 넥스트에 합류했다. 이후 넥스트가 가장 빛났던 전성기의 한가운데서 베이시스트로 밴드의 중요한 시간을 함께했다.
1997년 신해철의 영국 유학 결정으로 넥스트가 해산한 뒤에도 김영석의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1999년에는 넥스트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수용과 김세황, 그리고 또 다른 음악적 아이콘인 패닉의 김진표와 함께 노바소닉을 결성했다. 노바소닉은 기존의 록 음악에 랩과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접목하며 이전과는 또 다른 음악 장르를 선보였다. 이들은 당시 한국 록 음악계에서 대중적이면서도 이단어적인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넥스트 해산 이후 자신들만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석을 단순히 베이시스트나 세션 연주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의 음악적 행보를 들여다보면 자신의 밴드 활동은 물론 직접 노래하며 보컬로 무대에 서기도 했고, 다양한 가수와 밴드의 음악을 프로듀싱하고 곡을 만들며 한국 대중음악계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김영석의 'My Bliss'
지난 2026년 4월 1일 만우절, 그는 거짓말처럼 노바소닉의 보컬이었던 이현섭과 함께 싱글 '여전히 나를 사랑하나요'를 발표한 데 이어 5월에는 직접 보컬을 맡은 '라이드 온 Ride On'을 선보였다. 지난 2일에는 다시 자신의 목소리로 만든 신곡 '마이 블리스 My Bliss'를 발표했다.
김영석은 이번 'My Bliss'를 두고 "레트로하고 대중적인 쉬운 멜로디에 디스코 감성을 녹여낸 펑키 록 트랙"이라고 설명했다. 경쾌한 템포 위에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크런치 기타, 신디사이저를 더하고, 풍성하게 쌓아 올린 보컬 화음으로 레트로한 분위기와 유쾌한 에너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My Bliss'는 단순히 떠나간 연인이나 사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간절히 바랐던 꿈과 목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기회, 마음 한구석에 오래 품어온 열망과 이상향을 '연인'이라는 존재에 빗대어 표현했다.
하지만 이 곡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김영석이 음악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My Bliss'에서 그는 프로듀싱과 작사·작곡·편곡은 물론 보컬과 코러스, 기타, 베이스, 드럼 프로그래밍까지 직접 맡았다. 녹음과 편집, 믹싱 역시 그의 몫이었다. 키보드 연주와 마스터링을 제외하면 곡의 대부분을 혼자 완성한 셈이다.
지금 그는 신해철의 이름도, 넥스트의 이름도 아닌 자신의 이름, 'KOZ'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록 음악의 수많은 장면을 함께 만들어온 김영석이라는 음악가의 긴 시간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의 KOZ는 그 긴 시간 끝에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들려주는 김영석의 음악인지도 모른다.
그의 신곡 'My Bliss'를 다시 들으며 새삼 김영석이라는 음악가의 진가를 확인해본다. 물론 음악을 받아들이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느낀 것과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멜로디에서, 또 누군가는 가사에서 자신의 지난 시간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굳이 내 감상을 길게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 직접 들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김영석(KOZ)의 'My Bliss'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노래로, 또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던 자신의 꿈과 열망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노래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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