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향한 최종 준비에 들어간다. 12년 만의 금메달 탈환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이현중(26, 201cm)과 최준용(32, 200.2cm)의 만남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2일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국가대표팀 최종 12인 명단을 확정했다. 이현중을 비롯해 여준석(시애틀대), 이정현(소노), 유기상(LG), 이우석(국군체육부대), 안영준(SK), 이승현(현대모비스), 변준형(정관장), 장재석(KCC) 등이 이름을 올렸다. 문유현(정관장), 에디 다니엘(SK) 등 젊은 선수들도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그리고 여기에 최준용(KCC)이 합류한다. 그동안 이현중과 최준용은 대표팀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중심 역할을 맡아왔다. 이현중이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며 국제무대에서 고군분투할 때는 최준용이 없었다. 부상과 이런저런 구설수 등이 이유였다.
그러다 이현중이 미국 일정으로 대표팀을 떠나야 했던 얼마전 최준용이 오랜만에 복귀해 그 공백을 메웠다. 이에 팬들은 이현중이 절정의 기량을 펼치고 있는 시기에 최준용과 합을 맞추지 못하고있는 상황을 아쉬워했다.
이현중은 외곽에서 공격의 중심을 잡았다. 큰 신장과 뛰어난 슈팅 능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끌어냈고, 돌파와 리바운드까지 가세하며 대표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그만큼 상대의 집중 견제도 심해졌다. 이현중에게 수비가 몰릴수록 한국의 공격은 답답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최준용은 다른 방식으로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득점뿐 아니라 리바운드와 패스, 수비, 경기 조율까지 폭넓게 관여할 수 있는 전천후 포워드다. 특정 역할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경기 상황에 따라 여러 포지션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두 선수가 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그동안 따로 존재했던 두 개의 축이 하나로 합쳐진다. 흔들리는 한국 남자농구가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현중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대표팀의 에이스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이현중의 외곽과 최준용의 다재다능함... 서로 다른 무기가 만난다
두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함께 하는 농구에 능하다는 데 있다. 이현중은 기본적으로 외곽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넓은 공간에서 슈팅 기회를 만들고, 상대가 바짝 붙으면 돌파로 수비를 흔들 수 있다. 상대 수비가 이현중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순간 동료들에게 공간이 생긴다.
최준용은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최준용은 포워드로서 골밑에서 몸싸움을 할 수 있고 외곽에서도 슛을 던질 수 있다. 여기에 공을 직접 운반하거나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도 갖췄다. 단순히 이현중에게 공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최준용 스스로 공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선수의 조합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현중을 막기 위해 상대가 외곽 수비를 넓히면 최준용이 골밑을 공략할 공간이 생긴다. 반대로 최준용을 막기 위해 수비가 안쪽으로 좁혀지면 이현중에게 외곽 공간이 열린다. 한 선수가 상대 수비를 끌어내면 다른 한 선수가 그 틈을 공격하는 구조다.
여기에 여준석(24·203cm)까지 가세하면 한국의 포워드진은 더욱 다양해진다. 신장과 운동능력을 갖춘 여준석이 골밑과 외곽을 오가고, 이현중이 슈팅으로 공간을 넓히며, 최준용이 연결고리 역할을 맡는 그림이 가능하다.
특히 국제무대에서는 이런 다재다능함이 중요하다. 한국보다 신체조건이 좋은 팀을 상대할 때 단순한 외곽슛만으로 경기를 풀기는 어렵다. 반대로 골밑 공격에만 의존하면 상대 수비가 쉽게 대비할 수 있다. 이현중과 최준용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격에 관여한다면 한국의 선택지는 그만큼 많아진다.
물론 두 선수의 공존에 변수가 있다. 최준용은 대표팀에 늦게 합류한다. 미국 무대 도전 일정으로 인해 15일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어서 예선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8강전부터 출전 가능한지라 예선 통과가 되었다는 전제하에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다.
▲최준용(사진 왼쪽)의 합류는 국가대표팀 입장에서 천군만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혼자 짊어진 에이스'에서 '두 개의 축'으로... 12년 만의 금메달 도전
한국 남자농구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경기력의 안정이다. 최근 대표팀은 경기마다 기복을 보였다. 공격이 잘 풀릴 때는 빠른 패스와 외곽슛을 통해 위력을 발휘하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을 받으면 공격 전개가 단조로워지는 모습도 있었다. 특히 이현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상대 수비가 대응하기 쉬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최준용의 합류는 바로 이 지점을 바꿀 수 있는 카드다. 이현중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집중되는 수비를 분산시켜줄 동료다. 최준용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다재다능함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두 선수는 서로에게 필요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이현중이 외곽에서 수비를 끌어내고 최준용이 안쪽을 파고드는 장면, 최준용이 공을 잡고 수비를 끌어낸 뒤 이현중에게 외곽 패스를 연결하는 장면이 대표팀 공격의 새로운 패턴이 될 수 있다.
수비에서도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최준용이 신체조건을 활용해 상대 포워드를 상대하고, 이현중이 자신의 기동력과 활동량을 활용한다면 한 선수에게 수비 부담이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선수의 욕심이 아니라 역할의 조화다. 대표팀에서 이현중은 이미 에이스다. 최준용 역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선수다. 두 선수가 모두 공격의 중심이 되려고 한다면 오히려 공의 흐름이 끊길 수 있다.
반대로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필요한 순간 공격권을 나눠 갖는다면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친분이 깊고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이타적인 부분도 강한 점을 감안했을 때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는 의견이 많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A조에 편성돼 10일 사우디아라비아, 11일 인도네시아, 13일 일본과 차례로 맞붙는다. 조별리그부터 만만치 않은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일본전은 한국의 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한국 남자농구는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탈환에 도전한다. 그동안 이현중은 홀로 대표팀 공격을 이끌어야 했고, 이현중이 없을 때는 최준용이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현중과 최준용이 함께 한다. 한국 남자농구의 반등이 두 에이스의 만남에서 시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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