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핸드볼 팀, 감독은 '우·생·순' 실제 주역

[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퍼펙트숏>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23년, 발달장애인, 즉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으로 구성된 전국 10개 팀의 핸드볼 리그가 발족한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 게다가 장애인 선수로 이뤄진 터라 '그들만의 리그'로 염려부터 들 상황이다. 카메라는 이 생소한 리그의 전모와 더불어 선수와 코치진의 도전을 응원하려 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는 공감대에 도전하는 카메라

 <퍼펙트슛> 스틸
<퍼펙트슛> 스틸필름다빈

청소년 시절, 학교에 팀이라도 있지 않으면 핸드볼이란 스포츠를 체험할 기회는 국내에서 드물다. 축구나 야구, 농구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초라한 인지도다. (물론 이건 핸드볼 외에도 대부분의 비인기 종목이 속한 현실이다) 오죽하면 핸드볼을 본격적으로 소재로 한 영화가 2008년 임순례 감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딱 1편에 불과할 정도다.

핸드볼은 국제대회에서 비교적 호성적을 올리는 데도 기이할 만큼 인기가 없다. '우·생·순'의 실제 배경이 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석패만 예를 들어도 세계 수준의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해당 작품 속에서도 역전의 선수들이 처한 현실은 초라할 따름이다. 오죽하면 올림픽 때만 반짝 호명되는 종목이라 자조할 지경. 장애인 리그라면 더할 터.

아마 카메라를 든 감독은 '그들만의 리그'를 응원하고픈 심정으로 촬영에 임했을 테다. 장애인 선수들의 수준을 보지도 않고 단정하며 별것 있겠냐 치부할 이들에게 보기 좋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포부와 함께 그들의 상황을 알리고자 감성에 호소하기 위한 적정선의 신파가 결합한다. 스포츠 영화의 정석적인 문법을 가져와 왕도 구성을 펼친다. 정공법으로 도전하는 셈이다.

영화는 '슬램덩크'의 감흥을 명백히 지향한다. 물론 비장애인들이 극한의 기량을 펼치며 한계에 도전하는 원작 만화보다는 같은 작가가 휠체어 농구를 소재로 그린 <리얼>과 전반적으로 더 닮은꼴이긴 하다. 농구에 청춘 학원물을 덧입힌 <슬램덩크>보다는 장애인의 소외된 삶과 비주류 스포츠 종목의 결합이란 점에서 그렇다. 이 또한 정석적인 방향성, 모범생의 작업이다.

핸드볼 공을 잡게 되기까지

 <퍼펙트슛> 스틸
<퍼펙트슛> 스틸필름다빈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퍼펙트슛>이지만, 관찰 영화보다는 드라마 구성을 채택했다. 10개 팀을 골고루 다루기엔 객관적 관심도나 관객의 몰입감을 중시한 구조라는 뜻. 만약 전자를 취한다면 (평범한 장편 분량 아득히 뛰어넘는) 상영시간 내내 리그 전반의 풍경을 스케치하는 형태가 되었을 테다. 그랬다면 비평적으로 평판은 더 올라갈지 몰라도 제작진의 의도와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터.

최대한 압축해 정수만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복안은 '주역'을 공들여 선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10개 팀이라 하지만, 팀별 편차는 확연히 나뉜다. 발달장애인의 상태에 따라 리그는 A/B/C 등급으로 분류된다. 등급별 기준치는 장애 정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경기 장면에서 등급별 실력 차이는 확 티가 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 보정이다. 감독은 리그의 출발점과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A등급과 C등급을 선별한다.

그 결과 선택받은 팀은 국내 최초로 결성된 발달장애인 핸드볼팀인 충북 청주 '행복모아 챌린저스'다. 그중에서도 팀의 에이스라 할 센터백 '김생수' 선수가 주인공에 가깝게 등장한다. 4남매의 막내인 그는 팀의 모기업에서 방진복 세탁 업무에 종사한다. 행복모아 챌린저스 선수 전부가 실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다. 비장애인 선수 풀도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간략히 휙 지나가는 설명이지만, 그들이 발 딛고 선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김생수의 형제자매는 모두 발달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부모는 제발 막내라도 장애가 없기를 간절히 빌었다고 한다. 하지만 거의 항상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장애가 심하진 않더라도 한국 사회 현실을 직시한다면 이 가족이 평생 겪었을 고난은 자명한 일. 빈궁한 형편 탓에 아빠는 로또 당첨을 기원하고 자식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을 살기만 기원한다. 역시 냉혹한 톤으로 조명하진 않을지언정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대목. 장애와 가난은 늘 함께다.

섬세한 조명으로 포착한 그들 각자의 사정

 <퍼펙트슛> 스틸
<퍼펙트슛> 스틸필름다빈

A등급 팀 주장인 김생수는 겉보기엔 장애인임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다. 행복모아 챌린저스의 시합은 장애인 팀이란 색안경을 굳이 끼지 않아도 박진감이 제법 넘친다. 하지만 강백호와 송태섭 합류 전 북산고 농구부처럼 주장 1인 팀이란 게 한계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김생수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더불어 압박도 만만하지 않다. 그는 실력을 인정받고 좋은 성적을 거둬 부모에게 집을 사주고 싶다는 꿈을 조심스레 꺼낸다. 여느 전업 선수와 다르지 않은 꿈이다.

행복모아 챌린저스엔 숙적 라이벌 팀도 엄연히 존재한다. 경기 안양 SNP 드래곤즈다. 김생수의 팀보다 전력 균형이 잘 짜인 팀이라 강적의 향기가 철철 넘친다. 그래도 센터의 활약 덕분에 시합은 긴장이 넘친다. 상대 팀은 김생수 봉쇄가 핵심 전략일 정도다. 핸드볼이 이렇게 흥미진진한 종목이었나 싶을 만큼 시합에 어느새 빠져들기 시작한다. 치열한 경기 중에 김생수는 무릎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해 원통하다. 비장애인 특기자 지망생과 다를 게 없다.

또 다른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낸다. C등급 경북 안동 갓핸드 팀 골키퍼 '김수일'이다. 한 눈에 자폐 징후가 노출되는 그다. 그러니 아빠가 아들의 매니저 겸 운전기사로 늘 동행해야 한다. 같은 리그라지만 A등급과 C등급 팀과 선수들의 지향과 목표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포착된다. 김생수와 라이벌 팀 황범준 같은 선수들은 발달장애인 대상 스페셜 올림픽 종목인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지만, 김수일과 동료들은 그저 즐겁게 단체활동하는 데 좀 더 가깝다.

연습에 매진하고 시합에 최선을 다하며 재활에 몸부림치는 김생수와 달리, 김수일과 아빠의 모습은 일상생활 측면을 좀 더 주목한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조부모 산소에 성묘를 간다. 함께 갯벌체험을 떠나기도 한다. 26살 김생수가 자립하기 위해 고심하는 것과 달리 17살 김수일은 독립생활을 하기엔 애로가 꽃피는 조건이다. 두 선수의 조건과 처지는 확연히 구별된다. 이는 장애인 핸드볼 리그의 설립 취지를 둘러싼 쟁점이기도 하다.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실험인 장애인 리그

 <퍼펙트슛> 스틸
<퍼펙트슛> 스틸필름다빈

영화엔 또 다른 주역들이 등장한다. 장애인 선수들을 이끌며 지도하는 코치진이다. 행복모아 챌린저스 감독은 남자팀보다 국제대회 실적이 월등한 여자팀 에이스 출신들로 구성된다. '우·생·순'의 실제 주역인 한국 여자 핸드볼 황금세대들이 대거 합류한 것. 30년 만에 코트에 돌아와 보니 자꾸 선수 시절이 생각나 장애인 제자들의 조건을 까먹는다며 그들은 회식 자리에서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들의 고심은 실적과 자아실현 사이의 경계 사이를 부유한다.

A등급 팀 연습 강도는 가볍지 않다. 생활체육이라기엔 수위가 높다. 시합 때 코치들은 소리를 지르며 악다구니를 부린다. 선수들 실력이 출중하기에 기대치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승하고 싶고 국가대표 만들고 싶다. 그 당연한 욕망이 슬램덩크 속 안선생님의 갈등처럼 화면에서 수없이 교차한다. 반면에 김수일의 팀 감독은 덕담과 격려 비중이 훨씬 높다. 즐겁게 오래오래 핸드볼을 즐길 수 있다면 될 일이다. 물론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

그렇게 경쟁자 간의 치열한 승부, 부상을 당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재능 있는 선수의 표정, 그를 격려하는 가족과 코치의 시선이 엇갈리며 극적인 풍경을 조성해 나간다. 카메라는 굳이 조명하지 않아도 이 신생 리그가 세간의 관심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건 열광적인 가족 응원 외엔 텅빈 객석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없다면 이 조그만 시도는 언제 소리 없이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국내 스포츠 리그 공통의 문제이긴 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사회 참여 문제에 생각이 닿는다. 우리 사회의 이웃을 단지 '가성비' 따지며 비효율적 잉여자원, 숫제 '세금 도둑' 취급하는 부정적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퍼펙트슛>의 문제의식은 영화 속 발달장애인 선수들의 힘찬 몸짓처럼 한국 사회가 엄연한 구성원들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길 촉구한다. 카메라가 그들을 비춘 근본엔 그런 고민이 깃들어 있다.

이 영화가 필요한 관객에게 도착하기 위해

 <퍼펙트슛> 스틸
<퍼펙트슛> 스틸필름다빈

신체장애인 페럴림픽은 IOC와 협력하는 올림픽 시스템 일부로 이제 대중적으로 존재 감이 익숙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의 스페셜 올림픽은 여전히 생경한 차원에 머물러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언급한 걸 듣고 머리를 갸우뚱하며 검색한 뒤에야 실체를 파악할 정도다. 하지만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이들을 이제라도 인식하고 더불어 살 궁리를 늦게라도 출발하자는 소박한 권유가 이 영화의 진심이란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영화는 훈훈하고 밝은 톤으로 흘러가지만, 냉엄한 현실 개선을 위한 카메라의 시선은 사회면에 오르내리는 진실, 장애인 자식을 비장애인 부모가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하는 사건을 빼놓지 않는다. 그들만의 작은 리그라도 비극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면, 존재 이유는 충분하단 선언이 소리 없이 따른다. 찾아보니 2026년에도 리그는 건재하고 대기업 후원도 붙었다. 변화는 천천히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니 안도감이 생긴다. 이만하면 해피엔딩.

다큐멘터리의 미학적 실험이나 예술적 성취에 주목하는 이들에겐 <퍼펙트슛>은 전형적인 방송 다큐멘터리 감성 문법의 변주로 취급될 법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기록영화가 '예술성'에만 치우쳐야 할 이유는 없다. 현실에 개입하고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려는 목적에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존중받아 마땅한 일. 본 작품이 만나야 할 관객에게 때맞춰 내려앉도록 개봉 과정에서 펼치는 시도는 제작 의도를 완결하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테다.

<작품정보>

퍼펙트슛
PERFECT SHOOT
2024 한국 다큐멘터리
2026.09.09. 개봉 88분 전체관람가
감독 오규익
출연 김생수, 함은주, 김인구, 김준수, 김은수, 김주혜, 김미화, 윤병순, 김수일,
김재원, 최범준, 이상원, 박정림, 강지혜, 이경훈
제작 MBC 충북
배급 필름다빈
배급지원 국립한국교통대학교

2024 25회 가치봄영화제 대상
퍼펙트슛 오규익감독 발달장애인핸드볼리그 김생수 김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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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