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영광을" 대한민국 레슬링의 꿈, 나고야에서 이룰까

[프리뷰 ②] 3년 전 항저우 '결승 진출 실패', 2년 전 파리 '노 메달' 딛고 새로 도약하는 레슬링 국가대표팀

"이랴세 나고야!" 나고야 사투리로 '어서오세요, 나고야!'라는 뜻입니다. 1988년 올림픽 개최를 두고 서울과 경쟁했던 나고야가 38년 만에 아시아의 축제를 맞이합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의 현장, 그리고 현장으로 향하는 땀방울을 담아냅니다.[기자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서 다시 한 번의 '화양연화'를 노리는 남자 레슬링 대표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서 다시 한 번의 '화양연화'를 노리는 남자 레슬링 대표팀.박장식

1976년 양정모가 몬트리올에서 해냈던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첫 금메달을 달성한 종목, 대한민국의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의 메달 소식을 책임졌기에 10년 전 리우 올림픽 때만 해도 '효자 종목'이라는 말을 듣곤 했던 종목, 레슬링이 이제는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을 준비하는 레슬링 대표팀 선수들의 각오가 예사롭지 않다. 정확히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 의식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3년 전 열렸던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 2개에 그치며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조차 하지 못했고, 2년 전 파리 올림픽에서는 두 대회 연속 '노 메달'에 그치며 침체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영웅' 안한봉 대표팀 감독마저도 대한레슬링협회가 치렀던 미디어데이에서 굵은 눈물을 보일 정도로 짙은 부담감과 중압감을 보여줬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이번 대회에는 '금메달 후보'도, '결승 진출 후보'도 눈에 띈다는 것이 다르다. 현해탄을 건너는 레슬링 대표팀의 각오는 보다 남다르다.

악재와 시련에... 울컥했던 '바르셀로나의 영웅'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레슬링의 영웅, 안한봉 대표팀 감독은 지난 8월 19일 열린 대한레슬링협회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눈물을 보였다. "이번 대회만큼은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던 그의 눈물에 다른 선수들도 울컥한 듯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그럴만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악재와 시련을 모두 겪었던 한국 레슬링이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김현우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 종목에서 석연찮은 판정을 이겨내며 동메달을 따낸 이후 올림픽 메달이 없었다. 5년 전 도쿄에서는 예선을 앞두고 선수단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는 악재가 겹쳐 '노 메달'에 그쳤고, 2년 전 파리에서도 레슬링은 '노 메달'에 그쳤다.

3년 전 열린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모두 결승을 밟지 못했을 정도로 부진했다. 안한봉 감독의 분루도 지난 10년의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눈물이었다. 대한체육회가 개최한 아시안 게임 미디어데이에서 안 감독은 "우리 레슬링이 성적이 좋지 않은데도, 선수들이 나이가 있음에도 힘들게 훈련했던 과정이 스쳐 지나가니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돌아봤다.

감독의 눈물, 어쩌면 약해보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안 감독의 눈물에 선수들이 뭉쳤다. '감독님의 눈물이 헛되지 않게 하자'는 다짐도 뒤따랐다. 안 감독은 8월 20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이 '감독님이 저렇게 눈물까지 보일 정도로 간절한데 우리가 한 번 해보자, 이번을 계기로 다시 우리 레슬링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이야기를 나눴더라"며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다행히도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는 '금메달 후보'도 눈에 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그레코로만형 정한재(수원시청)를 우승 후보로 알린 데 이어, 결승 진출 1인·동메달 6인를 추가 목표로 지정하고 나섰다. 정한재는 지난해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63㎏급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2018년 대회에서 김현우·김민석이 각각 동메달을 따낸 후 7년 만에 다가온 '메달 낭보'였다.

'최중량급의 자존심' 김민석(수원시청)도 이번 대회 결승 진출 유력 후보다. 최중량급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레슬링의 베테랑 김민석은 6월 몽골 랭킹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존심을 높였다. 대한레슬링협회는 김민석의 성적을 결승 진출,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태어날 아들을 위해", "금메달 만을 생각하겠다"

 지난 달 20일 열린 대한체육회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서 남자 레슬링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지난 달 20일 열린 대한체육회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서 남자 레슬링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박장식

국내 최중량급의 자존심 김민석은 '1등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어놨다. 김민석은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내가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이 한번도 없었다. '금메달에 운이 없나?' 같은 생각도 했다. 그러다 최근 몽골 시리즈에서 1위를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던 김민석은 "그래서 결승에 올라가더라도, 무조건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 판 한 판 결승이라고 생각하면서 임하고 있다"고 깨달음을 전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 게임 김민석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곧 태어날 아들의 태명도 '김메달'이라고 정했다. 자신의 성씨를, 그리고 일본어의 '금메달' 발음을 섞은 재치 있는 태명이었다. 가슴 파열로 인해 근육을 100% 쓰지 못하지만, 수술도 아시안 게임 이후로 미루고 보강 훈련을 하며 다가오는 아시안 게임을 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 번 더를 다짐한 순간도 있었다. 2024 파리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고 치른 아시아선수권 때의 일이었다. 김민석은 "당시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뒀던 중국의 멍링저 선수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는 것을 봤다"면서, "그걸 보고 '나도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28 LA 올림픽에 도전하자는 의미로 문신까지 새겼다"고 돌아봤다.

병상에 12년째 누워 계시는 아버지, 그리고 물심양면을 다하는 아내, 곧 태어날 아이에게 바칠 메달을 위해 정진하고 있는 김민석은 "사실 아내와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시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려 한다. '금메달 따고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아시안 게임에 임하겠다"고 각오했다.

한편 이번 대회 금메달 유력 후보 정한재는 "주변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선수로서 부담감이 되긴 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보다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려고 한다. 다른 말을 신경쓰지 않고, 금메달 만을 생각하고 있다. 내가 해야 할 것만 한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는 처음이어서 단순히 열심히 했던 데다, 체중 감량을 했어서 본디 실력의 절반도 나오지 못했다는 정한재. 하지만 이번에는 팔꿈치 부상을 딛고 끌어올린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한다. 정한재는 "이제는 내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며, "기량에서나, 마인드에서나 한 단계 더 상승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도 모두 똑같이 준비하는 대회이지만,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는 무조건 금메달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강한 다짐을 드러낸 정한재.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끌어올려서 금메달을 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했다.

'부활의 태극기', 나고야에서 들어올릴 수 있도록

 진천선수촌 레슬링 훈련장 뒷편에는 1976년 양정모의 금메달을 떠올리게 하는 독려 문구가 적혀 있다. 이번 대회 레슬링 대표팀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진천선수촌 레슬링 훈련장 뒷편에는 1976년 양정모의 금메달을 떠올리게 하는 독려 문구가 적혀 있다. 이번 대회 레슬링 대표팀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박장식

이제 대한민국 레슬링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서 부활의 태극기를 들어올릴 준비를 이어나가고 있다. 선수단 모두가 간절하다. 안한봉 대표팀 감독은 "간절하다, 너무 간절하다. 우리 선수들 모두가 알고 있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며 안 감독은 "다들 '한국 레슬링이 어쩌다 이리 약해졌냐'는 위로를 했을 때, 나는 그 말이 너무 싫어 울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를 탄탄히 했고, 작전도 잘 짰다. 선수들의 사기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 만큼,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한 어조로 각오했다.

대표팀은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어쩌면 투기 종목으로서 아시안 게임의 피날레를 함께하는 여정에 함께 한다. 각오는 남다르다. 정한재는 "아직 레슬링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금메달을 따서, 우리 레슬링이 다시 한 번 '효자 종목'이 될 수 있게끔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다짐했다.

김민석도 '최중량급의 자존심'으로서 대회에 임한다. 그는 "메달을 따내면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가 약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곤 한다. 그러니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상, 한국 헤비급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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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