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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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작귀'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가 2020년부터 트위터(현 X)를 중심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단편 만화다. 작품의 중심에는 세 캐릭터가 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흰 털을 가진 눈물 많은 주인공 '치이카와', 고양이를 닮은 외모에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하치와레', 그리고 언제나 활기차고 어딘가 엉뚱한 토끼 '우사기'가 그 주인공이다.
작품에서는 이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세계에 평온한 일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제초와 채집 같은 일을 하고, 때로는 위험한 생물을 '토벌'하러 나선다. 먼작귀들이 하는 노동은 원한다고 언제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의 종류가 적힌 패를 선착순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라, 늦게 도착하면 원하는 일감이 이미 소진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괴물을 잡는 '토벌'은 자칫하면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한 노동이다.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일을 맡아 보수를 받고, 그 돈으로 생활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이들의 삶은 의외로 현실과 닮아 있다.
자격증 시험도 존재한다. 치이카와는 제초로 받는 보수를 늘려 친구들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제초 검정 5급'에 도전하고, 하치와레도 함께 시험공부를 시작한다. 둘은 참고서를 펴고 공부해 같은 시험을 치르지만 결과는 달랐다. 하치와레는 합격하고, 치이카와는 떨어진다.
'먼작귀'는 노력하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해도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실패할 수 있다. 하치와레 역시 탈락해 상심한 치이카와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난감해한다. 시험과 경쟁,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은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과가 달라도 관계는 남는다
그러나 현실과 닮은 고단함 속에서도 '먼작귀'가 보여주는 관계는 조금 다르다. 시험에서 떨어진 치이카와가 하치와레를 질투하거나, 결과의 차이 때문에 둘의 사이가 멀어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치이카와는 자신만 합격했다는 사실에 마음을 졸이던 하치와레를 찾아가 축하의 의미로 쿠키를 건넨다. 하치와레 역시 다시 시험에 도전하는 치이카와의 공부를 기꺼이 돕는다.
이러한 관계는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반복된다. 토벌 도중 깊은 굴에 빠진 하치와레가 비까지 맞으며 빠져나오지 못하자 치이카와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덩굴을 구해온다. 혼자서는 벗어나기 어려운 위험에서도 결국 손을 내미는 것은 결국 친구였다.
언제나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우사기에게도 이런 면모가 있다. 우사기는 평소 춤을 추거나 '야하' 같은 독특한 소리를 내며 장난을 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치이카와가 정체불명의 괴물에게 저주를 받아 연이어 악몽에 시달리자, 우사기는 말없이 곁을 지키며 특유의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지친 친구를 웃게 한다.
'먼작귀'의 세계에는 실패도 있고, 위험도 있으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다. 그렇다고 작품이 그 고단함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먼작귀'가 그리는 우정은 거창한 위로나 충고보다, 이렇게 필요한 순간에 곁에 있어 주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잘 풀리지 않는 날에도 곁에 남아주는 친구가 있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함께 축하하며,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장면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고단한 현실에서 찾은 작은 위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포스터.대원미디어
오늘날 청년들의 삶에서도 경쟁과 불안은 낯선 일이 아니다. 취업과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를 마주하기도 한다. 같은 노력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작품 속에서도 치이카와는 추첨에 당첨돼 비교적 안락한 집에서 생활하는 반면, 하치와레는 여전히 동굴에서 살아가는 등 각자가 처한 환경은 다르게 그려진다.
얼핏 보면 '먼작귀'는 아이들을 위한 가벼운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의 세계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럼에도 작품은 친구와 함께 웃고, 작은 선물 하나에 기뻐하며, 서로의 곁을 지키는 순간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인기는 일회성 팝업을 넘어 상설 공간으로도 이어졌다. 팝업스토어에서 확인된 수요를 바탕으로 지난 2월 용산 아이파크몰에는 국내 첫 '치이카와' 정규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인형과 키링, 문구류처럼 일상 가까이에 둘 수 있는 '먼작귀' 굿즈가 꾸준히 소비되는 것 역시 단순히 캐릭터의 외모가 귀엽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가방에 달고 책상 위에 올려두거나 작은 소품을 모으는 행위는 작품에서 느낀 위안과 애착을 현실의 일상으로 이어가는 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먼작귀'가 보여주는 세계는 단순히 귀엽기만 한 세계가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작은 기쁨과 다정함을 놓지 않는 모습, 어쩌면 그것이 오늘의 청년들이 이 작은 생명체들을 사랑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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