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무용제 참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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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말하기 시작한 무용계
최근 무용계는 '생존'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걸었다. 대한무용협회를 비롯한 20여 개 단체와 전국 독립무용단, 관련 학회 등이 '범무용계 생존연대'를 꾸리고 무용 생태계의 위기를 공론화했다.
최근 대학 무용 관련 학과 감소와 전문무용수의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무용수들의 활약은 이어지지만 국내 창작현장에서는 다음 세대가 직업인으로 버틸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무용계의 문제의식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다. 무용진흥법을 제정해 중장기 국가정책의 기반을 만들고, 전국 단위 사업과 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국·공립 및 지역 기반 전문무용단을 늘려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제작비 현실화와 공공 공연시설 대관료 부담 완화 등 창작환경 개선도 포함된다.
조 이사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생태계'와 겹쳐 보면 의미가 선명해진다. 좋은 무용수를 길러내는 교육, 직업인으로 살아갈 일자리, 작품을 만들 제작환경과 공연장, 만들어진 작품이 서울과 지역, 해외로 이동할 유통구조가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생태계는 완성되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결국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무용인이 계속 춤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새로운 관객을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무용인끼리 보고 끝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올해 서울어텀페스타에서 무용이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는 이야기에 조 이사장은 1992년 '춤의 해'를 떠올렸다. 당시 정부가 예술 장르를 집중 조명하면서 첫 번째로 선택한 분야가 춤이었고, 이를 계기로 여러 사업이 만들어지며 무용계가 성장하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30여 년이 지나 서울은 다시 춤으로 가을을 채운다. 전국무용제와 서울무용제가 이어지고, 야외 공간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무용이 일상 가까이 들어온다.
조 이사장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공연장 밖이다.
"무용은 대중성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보면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작품 자체보다 사람들이 극장까지 오게 만드는 일이죠."
공원이나 광장을 지나던 시민이 우연히 춤을 만나고 잠시라도 발걸음을 멈춘다면,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애 첫 무용이 될 수 있다. 그 경험이 '무용도 재미있다'는 감각으로 남으면 다음에는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는 무용계 내부의 현실도 숨기지 않았다. 일부 공연을 제외하면 객석의 상당수가 동료 무용인이나 관계자로 채워지고 서로 공연을 봐주는 '품앗이' 문화도 여전하다고 했다.
"우리끼리 객석을 꽉 채울 수는 있어요. 그런데 무용인끼리 보고 끝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인터뷰 말미, 무용 공연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옆집 사람'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춤은 원래 일상"이라고 답했다.
"춤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아내려고 하지 말고 무용수의 움직임과 땀, 호흡을 그냥 느끼세요. 정답이 없는 예술이잖아요.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이 바로 정답입니다."
조 이사장은 올가을 서울에서 펼쳐질 무용 행사를 '선물 세트'에 비유했다. 전국에서 올라온 춤, 서울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춤, 극장 안팎의 춤, 시민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경험하는 춤이 한꺼번에 펼쳐진다.
그 사이 무용계는 '생존'을 이야기한다. 무용진흥법과 일자리, 창작환경을 요구하는 것은 무용가가 계속 춤출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러나 그 생존의 다른 한쪽에는 그 춤을 계속 바라봐줄 사람이 있다.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무대에 오르고, 지역과 서울을 오가며 더 넓은 세계로 이동하고, 새로운 관객을 만나 다시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조 이사장이 말하는 무용 생태계다.
어쩌면 무용의 대중화는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 번도 춤을 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단 한 번이라도 춤과 마주칠 기회를 만드는 것. 그 한 사람이 다음 공연의 관객이 되는 순간, 무용 생태계의 새로운 순환도 시작된다.
▲서울어텀페스타 공식 포스터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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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써왔다. 월간지<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신문 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만나 이아기를 전하며, '서울문화투데이'와 '더프리뷰' 등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