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의 전성기를 이렇게 흘려 보낼 것인가

혼혈, 귀화선수까지 총동원해 이현중 시대의 경쟁력 만들어야 할 때

 한국 농구는 이현중의 전성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한국 농구는 이현중의 전성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대한민국농구협회

사우디아라비아를 잡았다. 일단 한숨은 돌렸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다. 한국 남자농구가 2027 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한국은 31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있었던 2라운드 2차전에서 사우디를 85대72로 제압했다.

이현중(26, 201cm)이 25득점, 여준석(24·203cm)이 18득점을 올리며 43득점을 합작했다. 한국은 예선 전적 4승4패를 기록하며 조 최하위에서 3위로 올라섰고,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불씨도 살렸다.

분명 반가운 승리다. 그러나 이 경기를 한국 농구의 반등 신호탄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한국 농구가 보여준 경기력은 냉정하게 말해 위기다. 일본 원정 평가전 2연패에 이어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에서도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사우디전 승리는 그 흐름을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한국 농구의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경기이기도 했다.

현재 대표팀에서 이현중의 비중은 아주 크다.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이자 리바운드, 패싱게임, 수비 등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현중이 있고없고에 따라 대표팀 전력 자체가 바뀔 정도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기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슈퍼스타급 카드'다. FIBA 역시 이현중을 한국의 핵심 스타로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현중이라는 역대급 선수가 등장했는데 한국 농구가 그만큼 강해졌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금이 한국 농구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어느 선수나 그렇듯 이현중의 전성기도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몇 년이 한국 농구에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이현중이 전성기를 달리는 동안 대표팀의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이현중이 이대로만 커리어를 이어간다면 허재 등과 함께 역대 최고 선수를 논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현중이 이대로만 커리어를 이어간다면 허재 등과 함께 역대 최고 선수를 논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대한민국농구협회

이현중 혼자서는 안 된다…함께할 강한 전력이 필요하다

국제농구는 냉정하다. 한 명의 에이스가 아무리 뛰어나도 주변 전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기 쉽지 않다.

최근 아시아 농구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본은 혼혈·귀화 자원을 적극 활용하며 신장과 운동능력을 보강했고, 필리핀 역시 귀화 선수를 활용해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그 외 적지 않은 아시아 국가가 장신 자원과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도 더 이상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다. 단순히 혼혈, 귀화자원이 더해지는 게 아닌 다른 팀과의 균형이라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압도적으로 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른 팀들의 전력 보강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현중이 상대 수비를 끌어당기고, 그 옆에서 또 다른 확실한 득점원이 움직인다면 대표팀의 공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높이까지 보강될 경우 시너지효과는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재린 스티븐슨(21, 211cm)의 존재가 중요하다. 문태종의 아들로 유명한 재린은 좋은 사이즈에 더해 외곽슛과 기동력까지 두루 갖춘 장신 포워드다. 아버지 문태종이 한국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스윙맨의 모습과는 다른 유형이다.

문태종과의 연락을 통해 재린의 귀화 여부를 처음 타진했던 추일승 전 국가대표 감독은 필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매우 좋은 사이즈에 운동능력과 스킬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선수다. 부친과는 또 다른 유형의 슈퍼 플레이어다. 만약 대표팀에서 함께 할 경우 이현중, 여준석 등 다른 빅윙들과의 좋은 호흡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현중의 외로운 활약만으로는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이현중의 외로운 활약만으로는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대한민국농구협회

'이현중-재린-귀화선수'가 함께 뛴다면…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물론 과정은 길다. 재린은 이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남은 핵심 관문은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다. 특별귀화는 스포츠 분야에서 일정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만큼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농구협회가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협회 마음대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기다릴 문제도 아니다. 농구협회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기에 또 다른 귀화선수까지 추가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귀화선수 한 명을 데려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농구팬은 없다. 특별귀화 조건도 까다롭고, 선수 개인의 의사와 법무부 심사까지 거쳐야 한다. 여자농구에서 키아나 스미스의 특별귀화가 무산된 사례가 보여주듯 현재의 문턱은 상당히 높다.

그러나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대표팀이 아시아권에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야만 한다. 이미 귀화선수를 2명 이상 데리고 있는 아시아권 국가도 여럿이다.

현재 한국농구는 빅맨 포지션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기는 하지만 이현중을 필두로 여준석, 최준용, 송교창 등 다수의 빅윙자원이 버티고 있다. 포워드 라인의 신장만 놓고봤을 때는 역대 최고다. 여기에 귀화선수가 추가될 수 있다면 그토록 갈망하던 높이 농구도 가능해진다.

이현중과 재린이 장신 포워드로 안팎을 오가며 공간을 만들어주고. 골밑에는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귀화선수가 버틴다. 거기에 여준석, 최준용, 송교창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뒤를 받치는 라인업은 아시아 어느팀을 상대로도 경쟁력있는 라인업이다.

물론 귀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유소년 시스템부터 KBL의 경기력, 지도자 육성, 국제대회 경험 확대까지 손봐야 할 부분은 많다. 하지만 대표팀의 즉각적인 경쟁력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꼭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포스트 자원도 빈약한 상태에서 상대 귀화 선수까지 상대하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경기력이 발휘되기 어렵다.

이현중 같은 선수가 한국 농구에 등장한 것은 농구계 입장에서 축복이다. 축구로 따지면 손흥민이고 야구로 보자면 김도영이다. 이에 협회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이현중이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을 때 좋은 대표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현중 혼자 한국 농구를 끌고 가게 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도 한국 농구에는 좋은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특정 세대의 전성기를 대표팀의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연결하지 못한 아쉬움이 반복됐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 이현중이라는 역대급 에이스가 가장 빛나는 시간에, 한국 농구 역시 함께 올라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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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농구국가대표팀 귀화 재린스티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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