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사우디 잡고 A매치 3연패 탈출

이현중 25점 맹활약에 힘 입어 85-72 승리... 4쿼터 뒷심 부족, 실책에 이어 3점 슛 허용까지

 8월 31일 경기도 수원시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남자 아시아 예선 2라운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한국 이현중이 슛하고 있다. 2026.8.31
8월 31일 경기도 수원시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남자 아시아 예선 2라운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한국 이현중이 슛하고 있다. 2026.8.31연합뉴스

니콜라이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잡고 A매치 3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FIBA 랭킹 57위의 한국은 31일 오후 7시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2라운드(윈도우4)에서 사우디 아라비아(65위)에 85대 72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쿼터 초반 사우디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이현중의 첫 3점포로 리드를 잡은 한국은 쿼터 종료 직전 이우석의 가로채기에 이은 골밑슛으로 19대 16으로 1쿼터를 마쳤다. 2쿼터 중반부터 수비가 살아난 한국은 사우디의 공격을 차단하며 이우석과 여준석의 연속 득점으로 42대 31로 두 자릿수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3쿼터들어 여준석과 이현중이 공격을 주도했다. 여준석이 연이은 슬램덩크로 사우디의 골밑을 공략하고, 침묵하던 이현중의 3점포도 연속으로 터졌다. 점수 차는 최대 17점 차까지 벌어졌다.

여기까지만 해도 한국이 낙승을 거두는 흐름으로 가는 듯 했으나, 고질적인 뒷심 부족이 또 발목을 잡았다. 3쿼터 마지막 8초간 4점을 연속으로 내주며 64대 51로 점수 차가 좁혀진 채 마지막 4쿼터에 돌입했다. 한국은 4쿼터에 사우디와 점수 차를 더 벌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속공과 골밑 득점을 내주며 추격을 허용했다. 2분 43초를 남기고 실책에 이은 3점슛을 허용하면서 74대 67, 7점차까지 쫓기기도 했다.

다행히 고비마다 장재석, 이현중, 이정현의 득점이 번갈아가며 나오면서 리드를 지켜냈다. 종료 1분46초 전에는 이정현의 자유투 2개로 다시 두 자릿수로 점수 차를 벌리며 더 이상의 위기 없이 승부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날 장신포워드 원투펀치 이현중이 3점슛 3개 포함 25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 여준석이 18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리며 팀 득점의 절반(43점) 이상을 책임졌다. 이우석도 11점을 올리며 뒤를 받쳤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조별라운드 4승 4패(승점 12점)를 기록하고 F조 3위로 올라서며 탈락위기에 벗어났다. 사우디는 3승 5패(승점 11점)로 최하위인 6위로 떨어졌다. 예선 2라운드는 12개국이 2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며, 각 조 1~3위와 조 4위 중 성적이 더 좋은 팀이 본선행 티켓을 가져간다.

대표팀은 지난 일본과의 광복절 평가전 2연전 및, 직전 레바논전에서 모두 19점 차 이상으로 대패하며 3연패의 수렁에 빠진 상황이었다. 외국인 사령탑인 마줄스 감독의 전술적 능력과 리더십을 바라보는 의구심도 높아졌다. 사우디전마저 패했다면 농구 월드컵 탈락 위기는 물론, 마줄스 감독의 거취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마줄스 감독은 사우디를 잡고 부임 이후 두 번째 승리를 맛보면서 위기를 탈출했다.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통산 성적은 2승 6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부진을 불식시켜줄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줬는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사우디는 F조 최약체로 꼽히며 한국 대표팀이 마줄스 감독 부임 이전부터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팀이다. 마줄스호는 사우디전 7연승 행진을 지키기는 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이전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반복되는 모습도 나타냈다.

한국은 마줄스 감독 부임 이후 유난히 4쿼터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라운드 대만과의 홈경기에서는 19점 차 리드를 날리고 연장전 끝에 대역전패를 당했고, 일본과의 최종전에서도 막판 역전패 위기에 몰렸으나 최준용의 하드캐리로 간신히 위기를 극복하고 2점차 신승을 거뒀다.

사우디전 4쿼터도 마찬가지였다. 점수 자체는 21대 21로 대등했지만, 내용상 경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실책과 슈팅 난조로 인하여 사우디에 추격의 빌미를 내주는 흐름이 반복됐다. 한국의 장점인 3점슛 성공률은 사우디를 상대로도 26.9%(7/36)로 저조했다.

막판에는 이현중과 이정현 등 선수들의 개인능력과 자유투로 어렵게 득점을 짜내며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사우디보다 전력이 훨씬 강한 강팀들을 상대로도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마줄스 감독은 경기 후 "그동안 좋은 장면도, 좋지 않은 장면도 있었다.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모두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특히 수비적으로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다른 경기보다 더 많은 노력, 열정, 에너지, 집중을 보여줬고, 모든 메치업에서 끊임없이 싸웠다"며 이날의 승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후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시차 적응과 체력 저하를 원인으로 꼽았다. 마줄스 감독은 "기록상 3점슛 성공률이 떨어졌다. 오픈 찬스는 많았지만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 선수들이 레바논 원정을 다녀오면서 긴 여정을 소화했고, 이현중도 팀과 함께 훈련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진단하면서도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슛이 들어가기 시작한다면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오히려 감독보다 더 냉철한 평가를 내렸다. 에이스 이현중은 "승리는 기쁘지만 반성해야 할 경기였다. 냉정하게 점수차를 더 벌렸어야 했다. 이동 거리나 체력은 핑계일 뿐이다. 이겼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선수단 전체가 돌아봐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여준석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급해지는 경향이 있다. 공격 과정에서 나를 비롯하여 모두 실수가 많았다. 코트 위에서는 아닌 척했지만 경기 내용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며 반성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달 필리핀과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 이어 10일부터 시작되는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일정에 돌입한다. 군 미필자 선수들에게는 병역문제 해결이 걸려있는 중요한 대회이기도 하다.

어느덧 중요한 아시안게임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농구대표팀의 전력 완성도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고 있다. 같은 경기를 치렀음에도 선수와 감독의 온도차가 여실히 느껴지는 사우디전 반응은, 현 대표팀의 고민과 불안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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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농구 농구대표팀 이현중 여준석 마줄스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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