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정준하·정형돈이 상하이서 되살린 김구의 흔적

[리뷰] MBC 특집 프로그램 <발품史> 및 라디오 특별기획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MBC 특집 '발품사'
MBC 특집 '발품사'MBC

8월 29일은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는 날이다. 1876년 이날,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했던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자 8월 들어 다채로운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방송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때마침 MBC는 지난 26일 특집 프로그램 <발품史>(발품사)를 방영한 데 이어, 28일에는 라디오를 통해 <특별기획,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특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선보이는 등 주요 방송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관련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TV에서는 박명수·정준하·정형돈 등을 앞세워 예능적 재미와 역사적 깊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라디오에서는 AI 기술로 김구 선생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등 각기 다른 매체 특성을 활용해 시청자와 청취자들에게 김구 탄생 150주년의 깊은 의미를 전달했다.

예능과 발품으로 되살린 '백범 김구'
 MBC 특집 '발품사'
MBC 특집 '발품사'MBC

26일 방영된 <발품사>는 여러 면에서 눈여겨볼 만한 기획이다. <무한도전>의 주요 출연진을 앞세워 과거 <무도> 시절 선보였던 다양한 역사 기획의 정서를 김구 탄생 150주년에 맞춰 다시 살려냈기 때문이다. 박명수·정준하의 '하와수' 콤비는 물론, 오랜만에 이들과 호흡을 맞춘 정형돈의 합류 역시 반가움을 더했다.

<발품사>가 주목한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인전 속 완성된 '김구'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가난과 신분 차별의 설움을 겪었던 소년 김창암이 어떻게 백범이 되었는지를 제목 그대로 '발품'을 팔아 되짚는 방식을 택했다. 멀리 중국 상하이까지 찾아가 그의 숨결이 남아 있는 장소와 공간을 살펴보며 김구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2026년의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발품사>는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무도> 멤버들을 적극 활용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이야기의 부담감을 덜어냈다. 동시에 최태성 역사 강사와 김재원 교수 등 전문가의 설명을 더해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독립운동의 치열했던 순간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현명한 방식을 택했다.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역사 예능+교양'의 성공적 결합은 이번 특집 프로그램이 거둔 특별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AI 기술+명품 DJ의 목소리가 전달한 울림
 MBC 라디오 특별기획 '내가 원하는 나라'
MBC 라디오 특별기획 '내가 원하는 나라'MBC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은 비단 TV 화면 속 시각적인 효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음성 합성과 재현 기술을 통해 라디오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한층 넓히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방송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배철수·이문세·손석희 등 MBC 라디오의 간판 진행자들이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가운데 '나의 소원'을 낭독하는 독특한 기획을 마련했다. 여기에 SK텔레콤의 AI 기술을 활용해 백범의 생전 목소리를 복원하면서 과거의 인물을 현재의 청취자 앞에 한층 가깝게 불러냈다.

과거의 역사적 인물이 현재의 청취자에게 말을 건네고, 유명 진행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김구 선생의 메시지를 다시 전달하는 이원적 구성은 '보는 역사'를 넘어 '듣는 역사'로의 확장을 시도했다. 서울 올림픽과 한일 월드컵, BTS, 봉준호 감독 등 근현대사의 주요 장면 역시 다양한 효과음으로 구현되면서 청각만으로도 상상력이 배가되는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던진 질문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MBC 특집 '발품사'
MBC 특집 '발품사'MBC

MBC가 김구 탄생 150주년을 맞아 TV와 라디오를 동시에 활용한 것은 단순히 기념일을 챙기는 데 그치지 않고, 백범의 '나의 소원'에 담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라는 메시지를 현재형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TV에서는 말 그대로 '발품'을 팔아 역사의 흔적을 찾아갔고, 라디오에서는 첨단 기술과 목소리를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역사 기행에 나섰다.

수단과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목적은 같았다. 김구를 위인전 속 인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그가 꿈꿨던 나라를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묻는 것이다. 이번 백범 탄생 150주년 기획에서는 시대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방송이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고민이 엿보였다.

김구 선생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어쩌면 그가 이룬 수많은 업적만이 아니라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라는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세계 무대를 향해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백범이 남긴 질문은 오히려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집 프로그램들은 위대한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진정 어떤 나라를 원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 뜻깊은 역사 기획으로 평가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백범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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