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도 뻔하긴 한데, 실망하긴 이르다

[리뷰]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스틸컷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스틸컷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피터 헬러의 동명 소설을 리들리 스콧 감독이 각색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다. 흔히 소비된 아포칼립스 소재를 획기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생존자의 삶과 감정, 회복과 재건에 집중하겠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뚝심을 엿볼 수 있다. 마치 전 세계가 코로나 이후 삶을 회복했듯이 말이다.

희망을 찾는 파일럿

인류를 휩쓴 바이러스로 문명이 소멸한 세상. 정비공이자 파일럿 힉(제이콥 엘로디)이 의문의 라디오 무전을 따라 희망을 찾아 나서는 근 미래 이야기다. 힉은 인간 본성이 바닥을 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새를 만든 파트너 뱅리(조슈 브롤린)와 반려견 재스퍼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한 하루를 보낸다.

경비행기를 타고 정찰과 무전, 물자를 얻는 일과를 반복한다. 시내에 들려 필요한 기름, 음식, 약을 챙겨 종교 공동체 은신처에 들리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과거 아내와 아이를 잃은 힉은 이 아이들이 유일한 희망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뱅리의 생각은 다르다. 종말 이후 사람을 믿지 않는다. 살기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가차 없이 죽여야 한다고 믿는 염세주의자다. 군인 출신인 뱅리는 직접 총알까지 만들며 생존자를 그저 바퀴벌레로 치부하기만 한다. 내 물건을 훔치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여긴다. 힉과 뱅리는 잦은 의견 충돌을 벌이지만 두터운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던 중 큰 상처를 입은 힉은 희미한 무전의 발신지를 찾아 떠날 결심을 굳힌다. 안전지대 밖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아비규환이다. 위험하다는 뱅리의 만류에도 힉은 경계 너머로 떠나고, 우연히 다른 구역의 생존자 시마(마가렛 퀄리)와 팝스(가이 피어스) 부녀를 만나 오랜만에 온기를 나눈다.

같은 시각 뱅리의 요새에 약탈자들이 침입해 초토화되고, 그의 생사를 알 수 없는 힉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며 안락함을 만끽한다. 하지만 약탈자들이 시마와 팝스의 구역까지 다가와 위협이 되자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또다시 시작된다.

마지막 희망은 인류애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스틸컷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스틸컷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은 황폐함과 고독함만 남은 종말 이후 세상을 다룬다. 낯선 사람을 경계할 것인가, 조화를 이룰 것인가를 묻고 있다. 온기 없는 세상은 코로나가 한창일 때를 떠올리게 한다. 하늘은 청명하고 세상은 조용했다. 야생 동물들이 도시를 돌아다니고,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 세계는 정지되었고 사망자는 속출했다.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되었고 감염인들은 격리되었다. 접촉하지 못할수록 접속하려 했고 인류애는 오히려 끈끈함을 발휘했다.

영화는 그 지점에 포커스를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구라도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함께 할 때 빛난다는 공동체 의식의 강조다. 생존의 본능만이 남은 폐허에서 인간성은 어떻게 발현되고 지켜지는가를 말하고 있다. 혼자 살 수 없는 인간을 서정적 시선으로 다룬다. 감독의 전작들에서 보인 임팩트 있는 액션이나 활력은 덜하지만 감정, 인물의 표정과 행동으로 갈음한다. 할리우드의 신예 제이콥 엘로디와 마가렛 퀄리의 인상적인 연기와 조슈 브롤린과 가이 피어스의 노련미의 조화가 돋보인다.

대자연의 아름다운 협곡, 웅장한 산맥, 끝없는 들판을 경비행기를 탄 힉의 시점으로 자주 보여준다. 이는 힉이 하늘에서 좁쌀만 한 희망을 찾는 것처럼 묘사되며, 가까이 다가가야만(접촉)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불씨(믿음)를 기어코 찾아낸다.

결국, 죄책감에 물든 힉은 별자리 시리우스(Dog star)를 보며 재스퍼를 떠올린다. 시리우스는 밤 하늘 가장 빛나는 길잡이 별 중 하나로, 영화에서는 희망을 상징한다. 영제가 'The Dog Stars'인 이유는 밤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서다. 뱅리는 죄책감 없이 마구잡이로 인간을 죽였지만 끝내 변화한다. 레지던트 출신인 시마는 전염병 재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생존 인류의 진화와 예방에 힘쓰게 된다.

왜 이 시점인가?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스틸컷
영화 <도그 스타: 마지막 희망> 스틸컷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2012년 소설을 각색했다. 88세 거장 리들리 스콧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되짚어 봤다. 팬데믹을 겪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인간은 또다시 혐오, 전쟁, 불신으로 서로를 미워한다. 후기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 잠시 멈추고 그때를 떠올려 보자며 브레이크를 걸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의도라면 실패했다. 느린 전개와 밋밋한 캐릭터, 익숙한 전개가 스크린에서 보는 재미를 반감한다. 전염병의 감염 경로나 이유를 보여주지 않는 방식을 통해 그 이후 모습에 무게를 두었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영화들과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 캐릭터도 입체적이지 못하다. 누구의 사연에도 이입하기 어려우며 서사의 전개로만 소모될 뿐이다. 특히 시마 캐릭터는 힉이 아내와 아이를 잊는 상대로만 소비되어 아쉽다.

적막감이 드는 영화에 단 한 번의 화려한 시퀀스가 등장해 반전을 노린다. 무전의 발신지였던 그랜드 정크션의 내부 모습이다. 영화 <설국열차>의 머리 칸이 떠오르는 기괴한 풍경이다. 동물을 박제한 동상이 어울리지 않게 전시되어 있고, 술과 음식, 골프로 유흥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황량한 구역과 사치스러운 구역의 대비를 선명하게 드러내지만, 힉의 무리가 귀환을 위해 통과하는 환승에 그친다. 그들은 자급자족, 자연 친화적인 종교 공동체와 다른 계급사회로 그려지며 최종 목적지인 종교 공동체와 상반된다. 이렇듯 영화는 최대 반전마저도 예상되기 때문에 결말까지 완주하는 에너지가 부족한다.

다만, 아직 실망하긴 이른다. 아흔을 바라보는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 시리즈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후 직접 연출을 맡았으며, <프로메테우스>의 인공지능 데이빗을 중심으로 속편의 각본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AI가 중심이 된 세상에 AI가 주도권을 잡고 벌어지는 서늘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도그스타마지막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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