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조기 게양 지시, 돌리 파튼을 추모하는 방법

작은 산골 소녀에서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이 되기까지... 향년 80세로 세상 떠난 돌리 파튼

가수 돌리 파튼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미국 전역의 연방 시설과 군사 시설 등에 성조기가 조기로 내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돌리 파튼을 추모하기 위해 오는 9월 1일까지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세계 최강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한 유명 가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를 상징하는 성조기가 내려간 것이다.

왜 그랬을까

 1980년 개봉한 <나인 투 파이브> 포스터.
1980년 개봉한 <나인 투 파이브> 포스터.이십세기 폭스 필름

그녀는 미국 연예계에서 컨트리 음악의 경계를 넘어 영화와 방송, 자선활동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혔던 엔터테이너였다. 개인적으로 그녀를 가장 기억하게 하는 작품은 영화 <나인 투 파이브>(9 to 5)와 동명의 주제가다. 이 노래는 돌리 파튼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마블 영화 <데드풀 2>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데드풀이 음악을 틀어달라며 "돌리,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흘러나오던 노래가 바로 '9 to 5'다.

1980년 개봉한 <나인 투 파이브>는 제인 폰다, 릴리 톰린, 돌리 파튼이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다. 세 명의 평범한 직장 여성이 성차별적인 직장 상사를 상대로 벌이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서 세 여성은 자신들을 소유물처럼 여기고, 공을 가로채며, 성희롱까지 일삼는 남성 상사 프랭클린 하트를 상대로 그를 혼쭐 내줄 방법을 상상하다 결국 실제로 실행에 옮긴다.

40여 년 전, 지금보다 여성 인권이 열악했던 시절에 나온 영화였다. 하지만 <나인 투 파이브>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되며, 직장에서의 존중과 공정한 대우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물이 아니다. 이 영화는 웃음과 통쾌함을 주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여성의 권리와 성차별·직장 내 불평등이라는 당시로서는 꽤 진보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래가 바로 '9 to 5'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노래의 리듬이 돌리 파튼의 긴 인조 손톱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돌리 파튼은 늘 화려했다. 그녀를 생각하면 풍성한 금발과 화려한 의상, 반짝이는 액세서리와 긴 손톱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 모습이 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화려함의 상징이었던 긴 손톱에서 영화의 명곡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대기하던 돌리 파튼은 자신의 아크릴 손톱끼리 부딪힐 때 나는 '톡톡톡' 소리가 사무실에서 들리는 타자기 소리와 비슷하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녀는 이를 바탕으로 곡의 초기 리듬을 구상했고, 실제 음반 녹음에서도 손톱 소리를 활용해 타악기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영화의 주제가이자 지금까지 사랑받는 명곡 '9 to 5'가 탄생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9 to 5'는 결국 빌보드 핫 100과 컨트리 차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고, 돌리 파튼에게 그래미상까지 안겨줬다. 그렇다고 그녀가 하루아침에 탄생한 스타라는 말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그녀는 196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컨트리 음악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다. 1973년 발표한 'Jolene'은 그녀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작 가운데 하나였고, 1974년 발표한 'I Will Always Love You'는 훗날 휘트니 휴스턴이 1992년 영화 <보디가드>에서 다시 부르면서 전 세계적인 명곡으로 거듭났다.

그녀를 특별하게 만든 건

 컨트리 음악의 전설 돌리 파튼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컨트리 음악의 전설 돌리 파튼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Dolly Parton 공식 소셜 서비스

하지만 그녀를 진짜 특별하게 만든 것은 비단 음악과 영화만이 아니었다. 산골의 가난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기보다 오히려 나눔을 선택했다.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책을 보내주는 '이매지네이션 라이브러리'를 설립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전달된 책은 3억 권을 넘어섰다.

나눔은 위기의 순간에도 이어졌다. 2016년 테네시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한 자선활동에 직접 나섰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밴더빌트대학교의 백신 연구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훗날 모더나 백신 개발로 이어진 연구의 초기 후원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결국 돌리 파튼의 진짜 아름다움은 화려한 무대나 수많은 히트곡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과 나누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 바로 그곳에서 그녀의 진짜 가치가 빛났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평생 실천해온 그녀의 가장 따뜻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있다. 금발 머리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돌리 파튼이지만, 실제 머리카락은 갈색이었다는 것. 그녀는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의 짧은 갈색 머리 위에 플래티넘 블론드 가발을 쓴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쩌면 이 모습 역시 돌리 파튼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장면인지 모른다. 자신이 만든 화려한 이미지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이면에는 소박한 출신 배경과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그녀를 단순히 '컨트리 음악의 여왕'으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작은 산골 소녀에서 시작해 대중 속에서 화려하게 빛났지만, 그 빛을 다시 세상과 나눌 줄 알았던 사람. 그것이 미국이 기억하는 돌리 파튼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누군가는 오늘도 출근길에 영화 <데드풀 2>에서 흘러나왔던 '9 to 5'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저 영화 속 익숙한 노래로 기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이 돌리 파튼이었다는 사실과 만나게 된다.

명곡은 그렇게 사람들의 삶 속에서 다시 호흡한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의 삶도 함께 기억하게 될 것이다.
돌리파튼 DOLLYPARTON 9TO5 나인투파이브 데드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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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Life is News | 전) TBN 교통방송 & KTV 한국정책방송원 | 사상계(思想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