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사로잡은 '겨울왕국', 신스틸러도 놓치지 마세요

[안지훈의 뮤지컬 읽기] 뮤지컬 <겨울왕국> 한국 초연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사진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사진에스앤코

"Let It Go, Let It Go. 내 모습 이대로, 난 여기 살아 있어. 폭풍 몰아쳐도, 추위 따위 두렵지 않아"

디즈니 인기 애니메이션을 무대에 구현한 뮤지컬 <겨울왕국>이 한국에 상륙했다. 그래서 이제 'Let It Go'를 우리말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엘사의 마법 같은 드레스 변화, 얼음왕국을 구현한 무대 세트, 각종 특수효과도 만나볼 수 있다. 기대감을 안고 지난 15일 아렌델 왕국을 구현한 샤롯데씨어터로 향했다.

1막 엔딩곡은 단연 'Let It Go'인데, 엘사의 파워풀한 보컬과 함께 드레스가 변할 때는 객석에서 일제히 감탄이 나온다.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진 장면이기에 대다수 관객이 알고 보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면 육성으로 탄성이 나올 만큼 화려하다. 성별과 세대에 무관하게 대다수 관객이 일제히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를 토대로 볼 때, <겨울왕국>은 비단 아이들만을 위한 뮤지컬이 아니다. 뮤지컬의 각종 효과들은 어른 관객들을 매료하기에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어른의 눈으로 본 <겨울왕국>의 이야기는 또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렌델이라는 배경, 정령족이라는 신비로운 존재들, 엘사의 얼음 마법 등 판타지적 요소들이 때로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질 만큼, <겨울왕국>에는 분명한 주제 의식이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 그 주제는 바로 '감정 표현'이다.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사진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사진에스앤코

'진심'을 향한 두 소녀의 위태로운 연대기

공주 엘사는 어린 시절 안나와 함께 마법을 사용해 놀던 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안나에게 강한 얼음 마법을 사용해버렸다. 이로 인해 안나는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였으나, 정령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회복했다. 이후 엘사는 부모님으로부터 감정을 절제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안나와 단절된 채 살아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뮤지컬은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어린 소녀들의 성장기다. 엘사와 안나는 공주, 그리고 훗날 왕이 되는 비범한 인물이 아니라 그저 다 성장하지 못한 소녀다. 엘사는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 감추는 것을 먼저 배웠고, 안나는 영문도 모르고 엘사와 오랫동안 관계가 단절된 채 살아가야 했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자, 갑작스레 왕이 된 엘사는 아직 이 역할을 수행하기에 너무 어리다. 생물학적 나이가 어린 게 문제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감정을 숨기라고만 배웠을 뿐,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이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렇기에 엘사의 실수로 아렌델이 얼어붙자, 그가 선택한 방법은 무조건적인 '회피'다.

엘사는 먼 곳으로 떠나버린다. 안나는 또 한번 영문도 모르고 언니를 떠나보낸 셈이다. 이때 엘사가 부르는 노래가 바로 'Let It Go'로, 여기서 그는 그동안 감정을 절제하기 위해 사용했던 장갑을 벗어던진다. 장갑을 벗어던지는 행위는 어쩌면 엘사의 향후 성장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일 수도 있다. 이제 물리적으로 감정을 봉인할 수 없으니, 감정을 어떻게 하면 잘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돕는 건 안나다. 아렌델에 내려진 얼음 마법을 풀기 위해서는 결국 '진심'이 필요한데(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강조하는 주제다), 안나의 연결 시도를 시작으로 두 어린 여성이 위태롭고 삐걱대는 연대를 통해 서로와 세상을 향한 진심을 확인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서사를 그려낸다. 그리고 여기에 순수한 청년 '크리스토프'와 어린 시절 엘사와 함께 만든 눈사람 '올라프'가 동행한다.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사진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사진에스앤코

이 존재들을 놓치지 마세요

크리스토프와 올라프, 그리고 정령족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극의 가장 중요한 주제인 감정,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는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왕자 '한스'와 '위즐튼 공작'이 이 세상에 난무하는 권모술수를 우스꽝스럽게 보여주는 캐릭터라면, 크리스토프·올라프·정령족은 그와는 정반대되는 '진심'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극 중에서 엘사와 안나의 성장을 돕는 건 국적이라는 같은 범주로 묶인 아렌델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범주로 묶인 이들이 엘사와 안나를 오해하고 의심하는 가운데, 타자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두 사람을 돕는다. 이들의 진심, 무조건적인 환대는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눈사람 '올라프'와 순록 '스벤'이다. 실제 배우가 퍼펫을 통해 올라프와 스벤을 각각 연기한다. 올라프는 배우가 퍼펫을 뒤에 조종하는 방식을 취하고, 스벤은 아예 퍼펫 안으로 들어가 실제 순록 같은 움직임을 구현하도록 했다.

올해 초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정원영에 더해 한규정, 이창호가 올라프를 연기한다. 그동안 각종 콘텐츠를 통해 뮤지컬과 연을 맺어온 코미디언 이창호는 올라프 역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스벤 역에는 김시영과 김형준이 캐스팅됐다. 김시영은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퍼펫을 조종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극을 이끄는 엘사 역에는 정선아·정유지·민경아, 안나 역에는 박진주·홍금비·최지혜가 각각 분한다. 여기에 차윤해·신재범(크리스토프 역), 김원빈·황건하(한스 역) 등이 힘을 보탠다. <겨울왕국>은 내년 3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약 7개월 간의 장기 공연을 펼친다.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사진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사진에스앤코
공연 뮤지컬 겨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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