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KBS 청춘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한 최수종은 KBS 공채 출신이 아님에도 대부분의 커리어를 KBS와 함께했다. 실제로 최수종은 1995년 <바람은 불어도>부터 2024년에 종영한 <고려 거란 전쟁>까지 햇수로 30년 동안 주연을 맡은 25편의 드라마 중 KBS 드라마가 무려 22편이었다.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4번이나 수상했으니 최수종은 'KBS의 아들'이라 표현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2011년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주목받은 백진희는 2012년 KBS의 <전우치>에 출연한 후 2013년부터 약 5년간 MBC 드라마에만 출연했다. 백진희는 <금나와라, 뚝딱>을 시작으로 <기황후>, <트라이앵글>, <오만과 편견>, <내 딸, 금사월>, <미씽나인>으로 커리어의 황금기를 보냈다. 그 시절 많은 시청자들은 MBC 드라마만 고집(?)하는 백진희를 'MBC의 딸'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배우들은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방송국이나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작품에 집중적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있다. 2000년대 초반 각종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다니면서 최민식, 송강호와 함께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이 베테랑 배우 역시 최근 넷플릭스 영화와 드라마에 부쩍 자주 출연하고 있다. 2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들쥐>에 출연하는 '넷플릭스의 큰아들' 설경구가 그 주인공이다.
▲<돌풍> 스틸 이미지. 주인공 박동호(설경구 분)의 모습.
넷플릭스
넷플릭스 작품에 집중적으로 출연하는 배우들
2019년 <킹덤>을 통해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이기 시작한 넷플릭스는 <킹덤>과 <스위트홈>,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같은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작년에는 무려 15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공개됐는데 유난히 넷플릭스 작품에 자주 출연하면서 '넷플릭스의 자식들'로 불리는 배우들도 적지 않다.
2017년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주연으로 도약한 박해수는 2021년 첫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조상우를 연기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박해수는 2022년 드라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과 <수리남>에 출연하며 '넷플릭스의 아들'로 자리매김했고 작년에는 드라마 <악연>, <자백의 대가>와 영화 <대홍수>에서 주연을 맡았다. 박해수는 조정석과 함께 내년에 공개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페이퍼맨>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박해수 못지않게 넷플릭스 드라마에 자주 출연한 배우는 지난 7월 현역으로 군에 입대한 이준영이다. 2021년 <D.P.>에서 탈영병 정현민 역으로 주목받은 이준영은 2022년 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와 2024년 <황야>에 출연했다. 이준영은 작년 <폭싹 속았수다>에서 양금명(아이유 분)의 첫사랑 박영범 역을, <약한 영웅 Class2>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중간보스 금성제 역을 맡아 상반된 매력을 보여줬다.
여성 배우 중에서는 이유미가 '넷플릭스의 딸'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오징어게임>에서 새벽(정호연 분)을 위해 희생하는 지영을 연기한 이유미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이기적인 여학생 이나연 역을 맡았다. 2개의 넷플릭스 드라마를 통해 지명도를 부쩍 끌어올린 이유미는 2024년 <Mr. 플랑크톤>과 작년 <당신이 죽였다>에서 잇따라 주연을 맡으면서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2023년 <이두나!>에서 이원준(양세종 분)의 소울메이트 김진주를 연기하며 넷플릭스 드라마에 데뷔한 하영은 작년 <중증외상센터>에서 '조폭 간호사' 천장미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도 <사냥개들2>와 <참교육>에 특별 출연한 하영은 7일 공개된 <이런 엿 같은 사랑>에서 주연을 맡으며 전성기를 맞는 듯했지만 최근 친일파 가문 업적 소개 논란으로 배우 인생에 큰 위기를 맞았다.
5년 동안 6개의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한 설경구
▲설경구(가운데)는 <들쥐>에서 자신이 돈을 받아야 할 채무자와 함께 들쥐를 쫓는 사채업자를 연기한다.<들쥐> 홈페이지
1993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후 1990년대 중·후반부터 영화 활동을 시작한 설경구는 새 천 년이 시작되는 날에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통해 충무로의 '괴물배우'로 급부상했다. 2002년 <공공의 적>과 <오아시스>, <광복절특사>에서 차례로 주연을 맡으며 최고의 배우로 군림하던 설경구는 2003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를 통해 '한국 최초의 천만 영화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00년대까지 최고의 배우로 승승장구하던 설경구는 2010년대 들어 흥행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에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지만 50대 이후에도 배우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설경구는 2022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야차>를 통해 넷플릭스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2023년 영화 <길복순>에서 길복순(전도연 분)이 속한 청부살인 업체 MK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차민규를 연기한 설경구는 2024년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설경구는 <돌풍>에서 재벌과 결탁한 대통령을 심판하고 정치판을 바꾸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 국무총리 박동호 역을 맡아 정수진 경제부총리 역의 김희애와 연기 호흡을 맞춰서 엄청난 열연을 선보였다.
작년 <길복순>의 스핀오프 영화 <사마귀>에서 차민규 역으로 특별 출연한 설경구는 1970년에 일어났던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굿뉴스>에서 사건 해결에 나서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연기했다. 그렇게 2022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4편의 넷플릭스 영화(특별 출연 포함)와 한 편의 넷플릭스 드라마에 출연한 설경구는 28일 공개되는 <들쥐>를 통해 여섯번째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한다.
루드비코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범죄 스릴러 드라마 <들쥐>에서 설경구는 채무자인 은둔 소설가 제문재(류준열 분)와 함께 '들쥐'를 추격하는 사채업자 노자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의 큰아들'로 불러도 될 만큼 넷플릭스와 많은 인연을 맺었음에도 작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하이퍼나이프>에 출연했던 설경구는 현재 또 다른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2>도 촬영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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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넷플릭스 큰아들'... 설경구, 사채업자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