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무스 내한 공연
염동교
지난 2023년 7월 15일과 16일, 홍대에 있는 음반 가게 겸 공연 기획사 김밥레코즈는 "사운드 오브 브라질(Sound of Brazil)" 시리즈로 마르코스 발레와 아지무스 합동 콘서트를 기획했다. MPB(Musica Popular Brasileira)의 약자로 브라질 대중음악을 일컫는다)과 브라질리언 재즈 펑크 마니아들에게 단비 같았다.
두 전설을 함께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 영광이었는데 발레와 아지무스가 고령이 무색한 퍼포먼스를 선사한 것. 브라질 재즈 퓨전의 전설과도 같은 아지무스는 밴드명을 발레의 1969년 곡 '아지무스(Azimuth)'에서 따왔다고 한다.
약 3년이 지난 2026년 8월 25일, 동일 기획자와 동일 장소 하에 원년 구성원 알레스 말레이루스 (Alex Malheiros)를 중심으로 한 특급 트리오가 브라질 재즈 퓨전의 본령을 공유했다. 일명 "Azymuth & Sabrina Malheiros Live In Seoul". 무신사 개러지를 가득 채운 관중이 다시금 강림한 레전드를 환영했다.
'사운드 오브 브라질'로 2024년 11월 한국을 찾았던 브루노 베를레와 전설적인 아일랜드 록밴드 씬 리지의 필 리뇻만큼 머리카락이 풍성한 나이론 히고르(Nyron Higor) 등 젊은 엠페베(MPB)아티스트의 노래가 대기 시간을 달래주었다.
체감상 2023년보다 더 큰 인파가 몰린 듯 했다. 골수팬의 지분도 있겠으나 후렴구를 함께 따라 부르는 구간이 많았는데 친근하고 달콤한 선율 덕에 대부분 함께 따라 불렀다.
트로피컬한 앨범 아트가 매력적인 1982년 작 <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 > 속 킬러 트랙 '라스트 섬머 인 리오(Last Summer In Rio). 고풍스러운 사운드와 감성적인 분위기, 한여름 밤 리오 데자네이로의 정취를 아우른 이 곡에선 후반부 내내 관객이 코러스 파트를 합창했다.
동일 작품에 수록된 '메이 아이 해브 디스 댄스?(May I Have This Dance?)에선 사람의 목소리를 변조하는 음향 장비인 보코더가 돋보였다. "브라질 아티스트가 왜 영어 제목을 사용하나요?"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어느 정도 국제적 위상을 확보한 아지무스는 1979년 작 <라이트 애즈 페더(Light As Feather)>부터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혼용했고, 미국과 독일 등 엘피(LP) 발행 국가도 확장했다. 구미권을 향한 홍보 목적도 있었을 테다.
▲원년 멤버 알레스 말레이루스
염동교
무대 중앙에 앉아 오른손에 검은 장갑을 낀 채 베이스를 다룬 알레스 말레이루스 (Alex Malheiros)는 그 존재만으로 무게감을 전달했다. 속주나 화려한 기교는 덜했으나 묵직한 피킹과 '아귀아 나웅 코메 모스카(Aguia Nao Come Mosca)'에서의 현을 잡아 뜯는 듯한 연주까지 중심축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2023년 공연에서도 리듬 탑을 축조했던 레나토 "마사" 칼몬(Renato "Massa" Calmon)도 유효했다. 알레스와 건반연주자 두두에 비해 덜 부각되었지만 '파르티도 알토(Partido Alto)'에서의 솔로가 폭발적이었다. 치밀하게 떨어지는 비트 사이사이 녹여낸 곡선의 당김음이 댄스를 유발했는데, 무대 기준 오른편에 공간이 여유로워 몸을 흔들며 브라질리언 펑크 그루브를 만끽했다. 리하트르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 편곡 버전으로 그래미를 거머쥔 에우미르 데오다토와 팀 마이아의 계보를 잇는 소울 거장 에드 모타 등 레나토의 협업 목록은 실로 풍성하다.
2023년 키코 콘티넨티노가 대신 젊은 연주자 두두 비아나(Dudu Viana)가 야마하 모티프(Yamaha Motif) 와 노드 스테이지 포(Nord Stage 4)를 포함한 4대의 건반으로 형형색색 멜로디를 주조했다. 드럼과 베이스의 단단한 리듬 섹션 위를 자유로이 활보한 그는 "재즈 퓨전에서 키보디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탁탁 터지는 댐핑감있는 베이스에 기묘한 효과음, 두두의 화끈한 보코더가 결합된 '디어 리메르츠(Dear Limmertz)는 본 공연의 백미였다.
2023년 마르코스 발레의 공연에 그의 부인 패트리샤 알비(Patrícia Alvi)가 조력자로 나섰던 것처럼 알레스의 딸 사브리나 말레이루스(Sabrina Malheiros)가 인스트루멘틀 중심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사브리나의 2005년 음반 <이퀼리브리아(Equilibria)>에 수록된 보사노바 풍의 '테라 지 닝겡(Terra De Ninguem)'과 리드미컬한 '카포에라 바이(Capoeira Vai)를 소화한 그는 앙코르에 재등장해 아지무스의 1977년 명반 < 아귀아 나웅 코메 모스카(Aguia Nao Come Mosca) >의 오프닝 트랙 '부 소브레 오 호리존테(Voo Sobre O Horizonte)'를 협연했다.
▲아지무스와 사브리나 말레이루스염동교
'한국의 제임스 브라운' 이철호를 중심으로 정력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사랑과 평화, 2026년 10월 7년 만의 내한을 앞둔 일본의 티스퀘어, 2025년 작고한 색소포니스트 클라우스 돌딩거가 이끌었던 독일의 패스포트 그리고 브라질의 아지무스. 재즈 퓨전 마니아로서 각국의 국가대표 재즈 퓨전 집단들의 존재는 마치 월드컵을 보는 것처럼 청취 재미와 다양성을 넓혀줬다.
수미일관 계속된 라틴 리듬과 펑키 그루브, 청중이 한마음으로 만들어간 브라질리언 뮤직 특유의 긍정주의가 2026년 공연 목록의 방점이 될 만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공연 후 조우한 지인들도 하나같이 흐뭇한 표정. 알레스가 한동안 밴드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과 두두와 레나토가 이 위대한 집단의 유산을 이어가 줬으면 소망을 느끼며 무신사 개러지를 빠져나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국가대표급 브라질 재즈 가수가 선물해준 특별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