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공식, 미국에 통했다... 캣츠아이, 빌보드 1위 새역사

'빌보드 200' 1위, 데뷔 이래 처음... 미국 영국 등 현지 팝 음악 지향, 일부 음악팬 불만도

한국 하이브와 유니버설뮤직 산하 미국 게펜 레코드의 글로벌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드디어 빌보드 정상에 등극했다. 지난 22일(한국 시간) 미국 대중음악 잡지 빌보드는 예고 기사를 통해 캣츠아이가 다음 주 29일 자 빌보드 메인 앨범 순위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최근 공개된 캣츠아이의 신보 <WILD>(와일드)는 발매 첫 주 미국 내에서 17만 앨범 유닛(스트리밍과 실물 음반 판매량 등을 합산한 빌보드 자체 음반 총량 단위)을 기록하며 2024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해당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2020년 이후 걸그룹이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것은 블랙핑크(2022년), 뉴진스(2023년), 트와이스(2024년)에 이어 네 번째 기록이다. 한국 팀을 제외하면 2008년 데니티 케인(DANITY KANE) 이래 무려 18년 만에 캣츠아이가 1위를 달성한 셈이다.

캣츠아이는 소피아(필리핀), 다니엘라·라라·메간(미국), 윤채(한국), 마농(스위스·건강 문제로 그룹 활동 일시 중단)으로 구성됐다. 2023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데뷔 : 드림 아카데미'(The Debut: Dream Academy)로 결성돼 이듬해 데뷔했다.

​이들은 어느덧 그래미 신인상 후보 지명을 거쳐 빌보드 1위에 오를 만큼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적도, 문화적 배경도 각기 다른 멤버들로 구성된 이들은 어떻게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음악 팬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았을까?

착실한 계단식 성장
 캣츠아이의 새 음반 'WILD'
캣츠아이의 새 음반 'WILD'HYBE UMG, LLC

캣츠아이의 성공은 한순간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2023년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6인의 멤버 조합이 완성됐지만, 데뷔 초반에는 큰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싱글 'Gnarly'(날리)와 'Gabriela'(가브리엘라)를 앞세운 지난해, 현지 팀에서는 보기 힘든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멤버들의 탁월한 보컬 조합으로 실력파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신작 EP <와일드 WILD> 발매에 앞서 선공개된 싱글 'Animal'은 보다 세련된 팝 사운드와 강력한 후을 강조한 중독성에 힘입어 미국과 영국 음악 팬들을 캣츠아이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특히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의 작곡 참여,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의 뮤직비디오 출연 등 화제성을 마련한 데 이어 라틴 음악 특유의 찰진 그루브가 적절히 배합되면서 확실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존 숏폼 기반의 악곡과 영상 구성으로 인해 "다소 억지스럽다"는 팀을 향한 일부의 비판도 이번 신곡을 통해 확실하게 날려버렸다. 'Hootie Frutti'(후티 프루티), 'Bel Air'(벨에어), 'That Way'(댓 웨이) 등 수록곡을 통해서는 트렌디한 댄스 팝에서부터 하이퍼 팝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신작 음반에 화려한 입체감을 더했다. 그 결과 탄탄한 팬덤이 없는 아티스트라면 결코 넘보기 쉽지 않은 '빌보드 200' 차트 1위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캣츠아이
캣츠아이HYBE UMG, LLC

케이팝 제작 시스템의 성공적인 이식

한국인 멤버 윤채를 비롯해 다니엘라, 라라, 메간, 마농, 소피아 등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캣츠아이는 특정 문화권에 갇히지 않는 확장성을 팀의 강점으로 활용했다. 일련의 과정에서는 멤버들의 잇따른 성 정체성 고백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존 케이팝 아이돌들과 달리 소속사의 통제를 받지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당당함이 현지 팬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갔다.

영어 가사 및 미국 팝 음악의 문법을 기반에 두면서도 케이팝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한 덕분에 캣츠아이는음악계의 독특한 모범 사례를 남길 수 있었다. 캣츠아이의 빌보드 정상 등극은 미국 현지 걸그룹의 성공뿐만 아니라 케이팝 산업 전체에도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은 꾸준히 해외 시장을 두드리며 '세계화'를 추진해 왔다. 한국 아티스트를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을 취했던 과거와 달리, 캣츠아이는 한국 대중음악계가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미국 현지에 이식하는 새로운 방식을 취했고 2026년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이들을 통해 케이팝의 핵심 자산이 숨은 인재를 발굴·육성하고 하나의 팀을 완성해 내는 '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할 수 있었다.

멤버 2인 부재 속에 치르는 첫 월드투어
 캣츠아이
캣츠아이HYBE UMG, LLC

하지만 화려한 성과 뒤편에는 캣츠아이를 둘러싼 미묘한 시선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 멤버는 단 한 명뿐이고 철저히 미국과 영국 등 현지 팝 음악을 지향하는 이들을 과연 케이팝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느냐는 일부 음악 팬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다.

"악곡 프로듀싱은 케이팝 vs. 외형과 팀 정체성은 미국 팝 그룹"이라는 지적은 캣츠아이가 짊어지고 나갈 일종의 숙명처럼 존재한다. 케이팝이라는 개념이 기존 '한국의 아이돌 음악'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작 방식'으로 확장되는 현재의 흐름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이와 별개로 멤버들의 연이은 활동 중단은 그룹의 향후 행보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 초 멤버 마농이 소속사와의 갈등설 속에 활동을 멈춘 데 이어 8월에는 팀의 리더 역할을 맡아온 소피아마저 건강상 이유로 휴식을 취하게 됐다. 2인의 부재 속에 오는 9월부터 돌입하는 첫 번째 월드투어는 월드스타로의 도약을 꿈꾸는 캣츠아이의 결속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캣츠아이 KATS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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