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뜨겁게 달군 포스트 락의 대부

[공연리뷰] 미국 포스트 락의 전설 토터스 내한 공연

 토터스 첫 내한 공연
토터스 첫 내한 공연염동교

시대를 호령했던, 비틀스와 에이시디시처럼 익숙한 이름에서 벗어나 사운드의 질감과 곡의 구조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포스트 락. "~후에"라는 의미의 영어 접두사 "포스트(Post)"로 미래적 성격을 지니는 이 스타일은 줄곧 불규칙적이며 비정형적인데, 도식화된 작법에 지친 청자들은 이런 대안적 락뮤직을 반겼다.

1990년 시카고에서 결성되어 벌써 36년 경력을 보유한 토터스. "포스트 락의 대부"로도 불리는 이들은 포스트 락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 가치가 차고 넘친다. 서울 마포구 음반 가게 겸 공연 기획사 김밥레코즈의 주최로 지난 20일 홍대 무신사 개러지에서 열린 토터스의 첫 내한 공연은 포스트모더니즘적이었다.

곳곳에 재즈가

 토터스 첫 내한 공연
토터스 첫 내한 공연염동교



그래서일까. 기타가 주인공이 되는 보편적 경우와 달리 드럼 두 대가 무대 전면에 나섰다. 학구적 음악색과 상반된 막춤(?)으로 미소를 안겨준 댄 비트니와 "어 그레이트 도프(A Great Dope)"란 별칭으로 힙합 프로듀서 활동도 하고 있는 존 허든이 더블 드러밍을 펼쳤다. 세션 기타리스트 제임스 엘킹턴 제외한 전 구성원이 위치를 바꿔가며 여러 악기를 번갈아 연주하는 장면도 놀라웠다.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펼쳐낸 드럼 듀얼은 재즈적이었다. 곡선의 재즈와 직선의 락 따위 구도로 일견 상반된 개념으로 보이기도 하는 재즈와 락. 불규칙한 리듬과 즉흥성 등 토터스의 은 사뭇 재즈적인데, 이날 공연엔 빠졌지만 토터스 최고작으로 거론되는 1998년 음반 <티앤티(TNT)>의 '티앤티(TNT)'에서 특히 재즈 색채가 짙다. 20분 러닝타임의 명곡 '제드(Djed)'가 실린 올해 30주년의1996년 작 <밀리언즈 나우 리빙 윌 네버 다이(Millions Now Living Will Never Die)>에도 곳곳에 재즈가 퍼져있다.

토터스의 팔레트는 재즈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렉트로닉 뮤직에 서부극 사운드트랙을 결합한 듯한 셋리스트 첫 곡 '나이트 갱(Night Gang)'이 최근 감상한 말론 브란도 주연의 웨스턴 <애팔루사>를 들추었고, 댄 비트니의 마림바 연주가 빛난 '텐-데이 인터벌(Ten-Day Interval)' 속 반복성은 현대 음악 거장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리즘을 복기했다. <티앤티(TNT)> 완성도에 일조한 '스엉 프람 더 거터스(Swung from the Gutters)'에선 레게와 전자음향을 융합한 자메이카발 장르 덥을 차용했다.

앙코르로 들려준 액시얼 시마운트(Axial Seamount)'에선 "모터릭 사운드"을 심었다. 2023년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을 통해 내한한 미하엘 로터의 독일 락 레전드 노이!가 주로 사용했던 드럼 스타일로, 자동차 모터처럼 쉼 없이 움직이며 기동성을 배가한다. 스코틀랜드 락밴드 틴에이지 팬클럽의 2005년 작 <맨-메이드(Man-Made)>와 또 하나의 실험적 락의 전설 요 라 텡고의 2013년 작 <페이드(Fade)>에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존 맥킨타이어는 애플 맥북을 활용, 전자음 기틀을 마련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무신사 개러지를 빠져나왔다. 최근 팟캐스트를 함께 녹음한 음악애호가가 코어 멤버인 두 명의 존(맥킨타이어와 허든) 이름을 새긴 사인 엘피를 자랑했다. 30년전 락의 미래를 예견한 이 작가주의적 락 집단의 첫 내한 현장에 있었다는 감사함이 잠시 품었던 유치한 시샘을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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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