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돌아온 뱀파이어 가족, 20년을 기다렸다

MBC <옆자리, 프란체스카>MBC 미드폼 드라마, 원작 세계관 이어받아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유난히 음산하면서도 독특한 시트콤 한 편이 방송되었다. 루마니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뱀파이어 가족이 서울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자신들을 이끌 대교주의 귀환을 기다리며 인간 세상에 숨어 살아야 했던 이들의 기묘한 동거 생활이 MBC <안녕, 프란체스카>의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무시무시한 뱀파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피를 빨며 인간을 위협하기는커녕 사람보다 더 강한 식탐을 보였고, 낯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허둥댔다. 당장 먹고살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이웃과 고스톱을 치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딘가 어설프고 기괴하면서 묘하게 친근했던 뱀파이어 가족. 무섭기는커녕 웃음을 자아냈던 이들의 모습이 바로 <안녕, 프란체스카>만의 독특한 웃음 코드였다.

원작 팬이라면 반가워할 얼굴들

 MBC <안녕, 프란체스카> 방송 당시 수많은 시청자를 폭소케 했던 고스톱 대결 명장면
MBC <안녕, 프란체스카> 방송 당시 수많은 시청자를 폭소케 했던 고스톱 대결 명장면MBC / 유튜브 오분순삭

그 추억의 작품이 2026년 다시 돌아온다. MBC는 최근 <안녕, 프란체스카>의 스핀오프 드라마 <옆자리, 프란체스카> 제작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MBC 인기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뱀파이어 세계관을 이어받아 2026년 대한민국의 교실로 무대를 옮긴 작품이다. 10·20세대의 풋풋한 첫사랑과 성장기에 뱀파이어라는 독특한 설정을 결합한다. 총 120분 분량의 미드폼 드라마로 제작되며, <지금 거신 전화는>의 박상우 감독이 연출하고 신예 이명훈 작가가 극본을 맡는다.

주연에는 한수아, 김현진, 이승규가 캐스팅됐다. 여기에 원작 팬이라면 반가워할 얼굴들도 다시 등장한다. 프란체스카 역의 심혜진을 비롯해 소피아 역의 박슬기, 안성댁 역의 박희진 등이 출연을 예고했다.

2005년 당시 <안녕, 프란체스카>는 지상파 3사의 4개 시트콤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거기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인기는 방송에만 머물지 않았다. '프란체스카 폐인'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시즌3까지 이어지며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시즌제 시트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기에 힘입어 2007년에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인기의 중심에는 단연 '앙드레 대교주' 역의 신해철이 있었다.

특히 2초 앞을 내다보는 거의 쓸모없는 예지력을 가진 '앙드레 대교주'는 "스카~"라는 한마디만 내뱉어도 신통하게 주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독특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당시 백분토론 등에서 진지한 논객의 이미지가 강했던 신해철의 평소 모습과는 정반대인 엽기적이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웃음을 안겼다.

실제로 신해철 자신도 <안녕, 프란체스카>의 열혈 팬이라고 밝힐 만큼 작품에 애정이 깊었다. 당시 노도철 PD는 그를 두고 "유원지의 '귀신의 집'에 놀러 온 소년 같았다"고 <안녕, 프란체스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무대 위에서는 거침없는 록커이자 독설가로 통하던 그가 카메라 앞에서는 해맑은 소년처럼 엉뚱함과 근엄함을 오가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잊지 못할 즐거움을 안겼다.

그래서 더욱 이번에 돌아오는 작품에서 신해철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아쉽다. 여기에 고인이 된 신해철뿐만 아니라, 극 중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던 배우 이수나 역시 원작을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심혜진과 고스톱 대결을 펼칠 때 압도적인 타짜의 면모를 보여주던 이수나. 그리고 그녀의 뒤로 '비광 신'이 우산을 받쳐주던 기발한 연출은 <안녕, 프란체스카>가 낳은 대표적인 명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수나는 2016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오랜 투병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이번 작품에서 다시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보여준 강렬한 존재감만큼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2005년의 서울과 2026년의 서울은 많이 달라졌다. 촬영지였던 묵향 가득했던 성북동은 이제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고, 시트콤이란 장르 역시 이제는 숏폼 콘텐츠로 대변되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20년 만에 <안녕, 프란체스카>의 후속작 제작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분명하다.

물론 새로운 배우와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오는 것이지만, 그 안에는 과거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2005년 프란체스카 가족 세계관의 연장선이 고스란히 담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어쩌면 <옆자리, 프란체스카>가 다시 찾아오는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새로운 프란체스카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를 잠시나마 20년 전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줄 테니 말이다.

<옆자리, 프란체스카>는 올해 안에 MBC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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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Life is News | 전) TBN 교통방송 & KTV 한국정책방송원 | 사상계(思想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