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옵세션>의 한 장면.
유니버셜 픽처스
전 세계 관객들의 열광이란 수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저예산 호러 <옵세션>이 들인 제작비는 고작 75만 달러. <옵세션>은 지난 5월 미국 개봉 이후 전 세계 흥행 4억8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제작비 대비 약 650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려 화제가 됐다.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그 독창성을 인정받고, 영미권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어내며 양수겸장의 성과를 냈다.
크리스토퍼 놀런도 극찬한 <옵세션>의 독창성은 어디서 오는가. 고작 7달러짜리 장난감에서 출발한 진지할 것 없던 소원이 불러온 악몽이란 설정 자체는 그리 신선할 게 없어 보인다. 차이는 집요함과 특유의 리듬으로 갈린다.
<옵세션>으로 벼락스타가 된 1999년생 유튜버 출신 커리 바커 감독은 이미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단편 <더 체어>와 <밀크 앤 시리얼>을 통해 신선함과 독창성을 겸비한 그만의 감각을 평가받은 이후 <겟아웃>, <헌트>, <인시디어스> 시리즈로 유명한 호러 명가 불룸하우스 프로덕션의 부름을 받았다. 2025년생인 <백룸> 케인 파슨스 감독과 함께 유튜브 출신 젊은 감독들의 새로운 영상 감각을 주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욕망이 부른 참극이란 '소원 성취' 클리셰는 <옵세션>에서 참신하게 진화됐다. 앞서 소개한 니키의 기행은 적절한 리듬과 균형 잡힌 공포 효과, 그리고 이번엔 어떤 기행으로 베어와 관객을 불쾌하게 만들 것인가에 매번 성공을 거둔다. 표현이나 수위가 과한 것도 아니다. 자아가 붕괴한 것 같은 니키의 기행을 침착하고 음침하고 집요하게 그리는 것만으로 공포의 감정은 점점 배가되고 몰입도 역시 극한에 다다른다.
집요함이라 표현한 것도 그래서다. 도무지 종잡지도, 예상치도 못할 니키의 기행을 불러온 이는 다름 아닌 베어다. 집착에 찌든 니키는 '쌍방향 사랑'을 호소한다. 정작 고백조차 못 한 니키는 그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도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이전과 다른 자아인 것 같은 니키의 기행과 집착을, 그 관계를 끝낼 수 있는 이는 베어 자신인데도 집요하게 니키에게 매달린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끝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이제는 이게 사랑인지도 확실치 않다.
또 다른 자아인 니키와의 관계는 이제 성관계와 과시욕을 포함한 베어라는 남성의 자기만족에 가까워진다. 그리하여 집착이 또 다른 집착을 낳게 만든 장본이자 베어가 더 처절하게 고통과 징벌을 받는 쪽에 서게 된다. 집착의 주체가 뒤바뀐 것이 아니다. 먼저 욕망했던 이가 집착을 놓지 못해 파국을 키운 것에 불과하다. '날 것'에 친숙한 유튜버 출신 신인 감독은 이 집착에서 비롯한 불안과 파국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영민한 데다 뚝심도 세다.
전유물까진 아니더라도 공포영화의 주된 소비층이나 스크린 속 캐릭터들이 주로 청춘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옵세션> 역시 여러모로 소원 성취 욕망이 더 강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영화라 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공포영화는 청춘의 장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저예산 공포로 데뷔해 거장으로 나아간 감독 중 대표주자가 바로 <죠스>와 <듀얼>의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스필버그 감독 역시 <옵세션>과 <백룸>이 거둔 흥행과 비평 양 측면의 성공에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이들 젊은 감독들의 성공이 기쁘고 환상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 성공에 휘둘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음 영화는 또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니까요. 앞으로 경력을 20~30편 쌓게 되면 그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올해 <살목지>의 성공 이후 한국 극장가 역시 그런 청춘 호러의 제작 소식이 속속 들려오는 중이다. 최근 크랭크인을 앞두고 더보이즈 '큐' 지창민과 우주소녀 '엑시' 추소정, <지옥만세>, <선의의 경쟁> 오우리 등 청춘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을 알린 <악구: 달 그림자의 비밀>(가제)도 그중 한편이다.
또 2018년 개봉해 순제작비 11억, 손익분기점 70만을 훌쩍 뛰어넘는 268만 관객을 동원한 <곤지암>도 속편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우리도 이제 때가 됐다. <옵세션>과 같은 근사한 청춘 호러를, 스필버그도 상찬할 완성도 높은 공포 영화를, 소원 성취라는 클리셰도 맛깔나고 독창적으로 요리하는 젊은 감독의 출현을 목도할 때가 됐다.
▲영화 <옵세션> 포스터.유니버셜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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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