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그 노래의 주인공, 올림픽 공원에 환호성이

[공연리뷰] 싱어송라이터 스티브 레이시, 첫 단독 내한 공연

"컴온, 컴온, 컴온(Come On, Come On, Come On"

영화 <스파이더맨 : 브랜드 뉴 데이>에서 뉴욕의 한적한 풍경과 함께 엔딩 크레딧을 장식했던 그 노래. 스티브 레이시의 노래 '오 예?(Oh Yeah?)'가 올림픽홀의 적막을 깼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스티브 레이시의 첫 단독 내한 공연이 열렸다.

'오 예?'는 최근 발표된 스티브 레이시의 정규 3집 <오 예?(Oh Yeah?)>의 첫 트랙이다. 최근 전 세계 흥행 수익 2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 <스파이더맨 : 브랜드 뉴 데이>의 흥행에 힘입어 스트리밍 차트에서의 역주행도 기록 중이다.

바로 신보의 첫번째 싱글인 '더 필링(the feeling)'이 이어졌다. 먹먹한 신시사이저 사운드 위에 얹힌 스티브 레이시의 감정선에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곡이 끝나갈 때쯤 들려준 팔세토 창법에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진가마저 발견했다. '스테틱(Static)', '헬멧(Helmet)' 등 그의 출세작인 정규 2집 <제미나이 라이츠(Gemini Rights)>의 수록곡들 역시 열광 속에 연주되었다.

스티브 레이시는 로파이 사운드를 내세운 내향적인 알앤비 음악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자신을 한 가지 키워드에 가두지 않았다. 현대인의 외로움을 노래한 '둠(doom)'에서는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을 빌려 록스타로 변모했다. '쇼 유 미(show you me)'에서는 간결한 어쿠스틱 기타 위에서 툭툭 뱉어내는 보컬이 매력적이었다.

드럼 앤 베이스 사운드를 차용한 '나이스 슈즈/인 유어 월드(nice shoes/ in your world)'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 중 하나. 잘게 쪼개진 드럼 박자가 올림픽홀을 한밤의 클럽으로 바꾸어 놓다가도, 잘게 쪼개진 드럼 박자가 올림픽홀을 한밤의 클럽으로 전환했다.

과거와 오늘을 아우르는 70분

공연이 중후반으로 달려갈 즈음, 스티브 레이시는 관객들에게 최대한 크게 소리를 질러 달라고 주문한 뒤 첫 곡이었던 '오 예?'를 다시 불렀다. 그의 주문에 맞춰, 관객들은 더 큰 떼창으로 화답했다. 자신을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은 노래이자 2022년 빌보드 핫 100 차트를 지배했던 '배드 해빗(Bad Habit)가 그 기세를 이어 갔다. 무책임한 '쌍둥이 자리' 남자의 기질, 실패한 사랑에 대한 후회 등 내밀한 감정을 다룬 이 곡은 이제 단 1초 만으로도 청중을 광분하게 만드는 곡이 되었다.

"I wish I knew you wanted me"
(네가 나를 원했다는 걸 나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 '배드 해빗(Bad Habit) 중

스티브 레이시는 이어 자신이 아이폰으로 혼자 만들었던 초창기 곡 '다크 레드(Dark Red)'를 부르며 본 공연을 마무리했다. 방구석에서 혼자 만들었던 노래지만 이제는 다섯 명의 밴드 멤버들이 함께 이 곡을 연주하며 그의 음악적 상상력을 구체화했다. 또한 3분가량의 정교한 기타 솔로도 곡의 밀도를 더 높였다.

불이 밝혀지고 공연이 마무리되려는 찰나, 앵콜을 외치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불이 꺼졌다. 집에 가기 위해 짐을 챙기던 사람들도 다시 자리로 달려갔다. 웃통을 벗고 등장한 스티브 레이시는 초창기 곡인 '인프루나미(influnami)를 부르며 기타를 연주했다.

그리고 초반부에 불렀던 '더 필링'을 다시 부르며 관객들과 호흡했다. 레이시는 관객들에게 무반주로 이 노래를 불러줄 것을 주문했는데, 우레와 같은 떼창이 그에게 되돌아왔다. 관객의 응답을 확인한 레이시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를 떠났다. 여타 아티스트의 단독 공연과 비교했을 때 짧은 공연 시간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 뮤지션의 가파른 성장 곡선, 그리고 다재다능함을 지켜보기에는 충분한 70분이었다.
스티브레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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