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60분, 첫 단독 공연서 울려 퍼진 '오 예'

[공연 리뷰] 서울 첫 단독 공연 연 스티브 레이시

약 4년의 공백을 딛고 7월 정규 3집 <오 예?(Oh Yeah?)>를 발매한 이 신진 작가주의 음악가가 지난 19일 서울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공연을 열었다. 스탠딩 존에서 레이시의 그루브를 만끽했다.

스티브 레이시의 2022년도 소포모어 앨범 <제미니 라이츠(Gemini Rights)>가 세상에 나왔을 때 인상적이었다. 나른하고 환각적인 분위기에 알앤비와 록을 배합한 이 작품은 대표곡 '배드 해빗(Bad Habit)'뿐 아니라 여러 스타일을 아우르는 만능 음악가 존 캐롤 커비가 참여한 '스테이틱(Static)'과 축 늘어지듯 몽롱한 도입부의 '버튼즈(Buttons)'처럼 개성적인 트랙으로 가득하다.

"컴 온(Come On)"의 반복과 자줏빛 조명, 몽환적 음향이 어우러졌던 '오 예?(Oh Yeah?)'와 사전 지지를 획득했던 선공개 싱글 '더 필링(The Feeling)'은 신보의 존재감을 확고하게 심어줬다. '오 예?(Oh Yeah?)'는 최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끝 곡으로 흐른다.

음원과는 상이한 체험

 스티브 레이시 내한공연
스티브 레이시 내한공연염동교

값비싼 장비의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최소한의 장비로 침실 옆에서 제작한다는 의미의 '베드룸 팝(Bedroom Pop)'. 연주보단 아이디어와 감성으로 승부하는 이 작법은 현 대중음악계의 판도를 결정했으며, 빌리 아일리시를 비롯한 많은 뮤지션이 베드룸 팝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레이시가 직접적으로 베드룸 팝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2019년 데뷔작 <아폴로 21(Apollo XXI)>와 2020년의 <더 로파이즈(The Lo-Fis)>에서 1~2분대 짧은 악곡에 조악한 음질로 로파이 스타일을 다뤘다. 음원 속 개인주의 분위기와 다른 확장된 라이브 퍼포먼스가 이색적으로 와 닿았다.

횡으로 긴 연단에 레이시 본인 포함 세 대의 전기기타를 세웠고, 드럼과 베이스, 키보드까지 도합 6명의 연주자로 소리 부피를 키웠다. 짧은 연애의 공허감을 표한 '둠(Doom)'에선 하드 록에 가까운 드럼 타격이 들려왔고, 세 명의 기타리스트가 한데 모여 격정적인 굉음을 분출했다.

정규 셋리스트의 종착역 '다크 레드(Dark Red)'에서 무대 바닥에 붙은 채 기타를 다루는 장면은 악기와의 물아일체. 레니 크래비츠와 프린스 같은 슈레드(빠르고 화려한 전기기타 기교)는 아니었으나 악기를 향한 애정을 유감없이 발휘한 대목이다.

 스티브 레이시 내한 공연
스티브 레이시 내한 공연염동교

블랙 뮤직 추구미

조지 클린턴이 이끌었던 피펑크(환각적인 사운드와 아프로퓨처리즘을 지향하는 펑크의 조류) 신화 펑카델릭의 '노 헤드, 노 백스테이지 패스(No Head, No Backstage Pass)'가 대기 시간에 흘렀다. <제미니 라이츠(Gemini Rights)> 수록곡 '선샤인(Sunshine)'엔 펑크(Funk) 잼을 얹어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이나 어스 윈드 앤 파이어 같은 블랙 뮤직 선배를 오마주했다.

러닝타임 자체가 길지 않았기에 멘트가 들어설 자리도 적었지만 툭툭 던진 몇 마디는 인상적이었다. "미용사가 머리를 망쳐놨어요, 이렇게 민머리에 가까운 건 처음이에요", "지금 마시는 차가 너무 당기네요" 같은 말이 웃음을 유발했다. 줄곧 "오 예를 같이 외치시죠"라며 신보 홍보와 애정 표현도 톡톡히 했다. 아티스트의 요청에 힘껏 "오 예!"를 외친 관객의 지지는 뜨겁고도 진했는데, <제미니 라이츠(Gemini Rights)> 바이닐을 콘서트 내내 흔드는 관객도 인상적이었다.

 스티브 레이시 내한 공연
스티브 레이시 내한 공연염동교

무대 전체 조명이 꺼지며 공연 종료를 알리자 적잖은 관객이 당황했다. 60분 공연 시간은 보편적 관점에서 부족할 따름. 다행히 약간의 정적 이후 재등장한 레이시가 상의를 탈의한 채 "내 앞에"란 뜻의 "In Front of Me"을 발음 나는 대로 부른 '인프루나미(Infrunami)'에 이어 수미쌍관처럼 '더 필링(The Feeling)'을 청중과 싱얼롱했다.

단단한 가창과 전기기타를 위시한 야심 찬 연주, 쏙쏙 박히는 선율. <제미니 라이츠(Gemini Rights)>가 주었던 고양감이 거짓이 아니었음에 새삼 고마웠다.


스티브레이시 내한공연 알앤비 올림픽홀 팝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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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