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7월 벌어진 한 초등학생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교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교사들이 교권 보호를 호소하는 전례 없는 시위였다. 이후 <참교육>이 제작되고 공개되기까지 학교 현장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그사이 교사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건은 또 발생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갈수록 사회의 관심을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MBC <PD수첩> '모두가 아이를 위한다고 말했다'편은 교실의 민낯을 보도했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녹취하고, 민원과 고소에 대비해 법적 대응부터 준비하는 학교, 법과 민원에 짓눌린 사이 교육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 학부모의 충격적인 악성 민원
▲중 한 장면
MBC
"제 소원 하나는 정민우(가명) 선생의 자녀 태어나면 저보다 먼저 죽는 것과 제가 죽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죽이겠다고 한 것은 고소하셔도 됩니다. 법적 책임을 받을 것이고 절대 변명 안 하고 벌받겠습니다." - MBC <PD수첩> '모두가 아이를 위한다고 말했다' 중에서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 담임 교사는 충격적인 협박을 받았다. 한 학부모는 해당 편지를 교육부에 보냈다. 이 학부모의 협박으로 인해 교사는 자신의 결혼식에 경호원을 불러야 했다. 학부모는 <PD수첩>에 사실 확인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정당한 고소라 주장했지만, 교사들에게 남은 것은 회복하기 어려운 무력감과 공포였다.
이 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를 포함해 학교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유는 더 충격적이다.
칠판 문제 풀이에서 자녀를 제외했다, 더운 날 체육 수업 후 운동장에서 종례했다. 해당 학생을 친한 친구들과 다른 반에 배정했다는 게 이유였다. 학부모는 이를 아동학대로 판단했다. 이후 교육부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교사를 직접 협박했다. 면담 자리에서 이런 쌍욕을 퍼부었다.
"너 내일모레 결혼할 건데. 내가 (가서) 나팔 불어줄까? 근데 저는 앞에서 하지, 뒤통수는 안 까거든. 앞에서 죽여야 내 분이 풀리니까." - MBC <PD수첩> '모두가 아이를 위한다고 말했다' 중에서
이번 방송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의 주된 요인에 주로 '학부모'가 있다는 걸 재확인했다. 그 피해가 비단 교사들로만 국한될까. 학교 현장에 학생들의 자리는 어디 있는가. <참교육>이나 < PD 수첩 >이나 가리키는 방향은 일맥상통한다.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PD 수첩>이 두 차례에 걸쳐 취재한 전주의 한 초등학교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악성 민원으로 유명한 학부모로 인해 교사와 학교는 물론 전주 지역 사회 전체가 영향받고 있었다. 그 악성 민원으로 인해 담임 교사만 6번이 교체됐다. 그 민원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됐다. 다른 학부모들마저 피해를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학부모의 자녀가 진학할 중학교들도 긴장 중이라고 한다. 아연실색이란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다. 해당 학부모는 교사와 학교, 아동학대를 핑계로 자녀를 수시로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그 자녀는 출석 일자가 부족해 유급에 처했고, 이대로라면 졸업도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 학부모는 "이 학교에서 (내 아이를) 꼭 졸업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부모는 도대체 무엇에 분노하는 걸까.
<참교육>이 주는 여전한 교훈
▲넷플릭스 <참교육> 관련 이미지.넷플릭스
"어른이 애들을 무서워하면요, 세상은 망하는 겁니다."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참교육> 속 명대사다. 그 어른은 교사다. 2010년대 초반까지도 학교체벌 논란이 지속했고, 이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 나화진(김무열)은 체벌을 가장해 주먹만 휘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한 상황이라면 단호히 대처하며 교실을 지킨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논란을 다룬 <참교육>에 반응은 뜨거웠다. 앞서 <포브스>는 "텔레그램을 통한 사이버 불링 등 전 세계적으로 학교 폭력이 심각해지는 현시점에서 이 드라마가 다루는 메시지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보도했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참교육>과 <PD수첩>이 보도된 사이 6.3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후보 시절 '교권보호국' 설치를 공약한 경기도 교육감이 실제로 교권보호단을 발족했다. 조례 개정과 정식 '국' 신설에 소요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교육감 직속 임시 조직을 먼저 띄운 것이다.
이 교권보호단 전담관 공개 모집에는 당초 50명 정원에 1823명이 지원해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자, 경기도교육청은 선발 인원을 300명으로 늘려 최종 300명을 선발했다.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였다'는 우려와는 달리 교육감도, 지원자들도 진심을 내보이는 중이다. 이들은 화가 많이 난 학부모들을, 학부모들이 제기하는 무차별 악성 민원을 막아낼 수 있을까.
어른이 애들을 무서워하면 세상이 망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 학생들 뒤에 반드시 또 다른 어른들이 자리한다. 그 어른들을 막는 것 역시 아이가, 학생들이 아닌 어른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속 나화진이 피해 학생들을, 교사들을 위로하는 장면이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또한 제 역할을 다하는 어른의 모습이 주는 감동 때문일 것이다. 시스템과 제도를 망가뜨리고 살리는 것 모두 사람의, 어른의 몫일 수밖에 없다. <참교육>이 준 진짜 교훈의 유효기간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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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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