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10분 만에 터진 탄성, 기타의 신은 달랐다

미국 록스타 '잭 화이트' 내한 공연

 잭 화이트 내한 콘서트
잭 화이트 내한 콘서트염동교

"락 갓이여, 기타갓이여."

공연 개시 10분이 채 안 되어 입가에 머금은 한마디. 현재 투어를 진행 중인 ACDC와 2026년 7월 통산 <포린 텅스(Foreign Tongues)>를 발매한 롤링 스톤스를 앞에 두고 어딜 새파랗게 젊은(?) 녀석에게 신 칭호를 붙여"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을 단수로, 혈기와 연륜이 공존할 50대로 한정한다면 잭 화이트를 향한 숭배도 용인되지 않을까?

지난 17일 월요일, 라이브네이션코리아의 주최로 서울 광진구 예스24홀에서 열린 잭 화이트의 두 번째 단독 공연은 이러한 추앙을 납득할 법한 록 쇼였다. 개러지와 펑크(Punk), 사이키델릭과 블루스까지. 70년대생 록스타가 들려주는 70년대 록뮤직의 총체요, 구미권 록 유산의 보전이었다.

2012년 빌보드200(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데뷔 독집 <블랜더버스(Blunderbuss)>부터 시작된 솔로 경력과 래콘터스와 데드 웨더 같은 타 밴드의 디스코그래피까지 몸이 몇 개인지 의심가는 행보다. 하드 록이 음악 시장의 주류에서 밀려난 작금에도 일렉트릭 기타를 위시해 다채로운 질료를 섞은 멜팅팟 사운드스케이프로 록 히어로, 기타 히어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게리 무어나 로리 갤러거 같은 반열에 오를 진행형 거장 기타리스트를 영접하기 위해 예스24 라이브홀을 찾은 이들은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거침없는 무대 매너로 정평이 난 3인조 오이스터즈의 오프닝 공연 다음 30분여간 장내에 흐른 음악이 흥미로웠다. 오하이오 출신 1970년대 록밴드 아이언 놀리지(Iron Knowledge)나 1986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결성된 고리즈(The Gories)같은 컬트(소수의 열광적 마니아를 보유한 문화) 트랙은 음반 가게를 샅샅이 뒤지며 디깅했을 화이트를 이미지화했다.

그렇다. 1975년생인 그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후인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구미권 록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 혈액 속에 체화했을 테다. 하루에 적어도 8시간은 기타를 쳤겠지. 이렇듯 학구적 면모를 갖춘 록의 구세주는 반면 연단 위에선 음악은 결코 음학(音學)이 아니라는 양 야생마처럼 거침없었다.

 잭 화이트 신보 "Frozen Charlotte"
잭 화이트 신보 "Frozen Charlotte"벅스뮤직

첫 트랙 '댓츠 하우 아임 필링(That's How I'm Feeling)'에서 화이트는 시그니처 컬러인 푸른 조명 아래 태극기 문양이 그려진 기타로 폭발적 연주를 들려줬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정규 3집 <화이트 블러드 셀즈(White Blood Cells)>의 '호텔 요르바(Hotel Yorba)'엔 미국 대중음악 근간 중 하나인 컨트리가 관류했고, 2026년 7월 발매된 신보 <프로즌 샬럿(Frozen Charlotte)>에 실린 '데레초 데모니코(Derecho Demonico)'는 에드가 윈터 그룹의 명곡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의 헤비 기타 리프를 소환했다.

깐깐하고 편집증적인 화이트가 예사 음악가를 고를 리 없다. 래콘터스의 일원인 패트릭 킬러는 오랜 협업의 증거를 합주 안에 녹여냈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신 베이시스트 도미닉 데이비스는 역동적인 플레이로 "베이스는 차분한 포지션"이란 선입견을 부쉈다. 건반 연주자 바비 에멧은 해먼드 A-3로 추측되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오르간으로 날카로운 음색을 찔러대며 환각적 기운까지 드리웠다.

쐐기형 스피커를 일컫는 웨지 모니터와 소리 증폭을 위한 앰프를 각각 세 대씩 갖출 만큼 총력을 기울인 음향에 구성원의 월등한 실력은 월등하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고밀도 청각 체험을 선사했다.

헤비메탈 시조새 블랙 사바스의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 특유의 둔중한 음색을 몇 차례 들려줬던 화이트는 '디 유니언 포에버(The Union Forever)'에서 사바스의 1970년도 명반 < 파라노이드(Paranoid) >에 수록된 '플래닛 캐러밴(Planet Caravan)'의 몽롱한 곡조를 재현했다.

2024년 펜타포트에선 누락되었던 래콘터스의 '스테디, 애즈 쉬 고즈(Steady As She Goes)'에선 "스테디, 애즈 쉬 고즈 / 알 유 스데디 나우?(Steady As She Goes / Are You Steady Now?)"란 구절을 관객과 나눠 불렀다. 기타리스트 오티스 러시가 작곡했으며, 에릭 클랩튼이 재적했던 존 메이올 앤 더 블루스브레이커스의 버전이 알려진 블루스 록 고전 '올 유어 러브(All Yor Love)'를 커버해 원류는 역시나 블루스임을 드러냈다.

 잭 화이트 내한 콘서트
잭 화이트 내한 콘서트염동교

종료 직후 입구에 붙은 포스터를 가져가려는 관중으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함께 대중음악 웹진 이즘(IZM)에서 글을 썼던 두 필자와 잠시 담소를 나눴다. 모두 압도적 퍼포먼스였다, 그런데 2022년 공연이 살짝 더 좋았다"라고 회고했다. 해당 콘서트를 못 가 서글픈 와중에 "아니 그럼 2022년은 얼마나 대단했다는 거야?" 혀를 내둘렀다.

2022년 첫 내한과 2024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헤드라이닝에 이은 이번 2026년 콘서트 덕에 짝수 해인 2028년에 또 한 번 찾아올 거란 섣부른 기대가 생겼다. 명실상부 21세기 록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세븐 네이션 아미(Seven Nation Army)'가 울려 퍼지는 순간 예스24 라이브홀은 어느 대형 축구경기장 못지않은 열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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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