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펼친 잭 화이트
잭 화이트 공식 소셜 네트워크
21세기 록 전설은 이번에도 '철인'이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잭 화이트가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펼쳤다. 그의 세 번째 내한이자, 2024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의 헤드라이너(간판 공연자)를 맡은 이후 2년 만의 내한이다.
1975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잭 화이트는 록밴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출신의 기타리스트로서, 2000년대 초반 개러지 록 리바이벌이라는 흐름을 이끌었다. 12개의 그래미 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살아있는 전설이다.
개러지 록의 계보를 이어가는 Z세대 한국 록밴드 '오이스터즈'가 기세 좋은 무대 매너로 분위기를 한껏 키웠다. 이어 잭 화이트가 검은 가죽 재킷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첫 곡 '댓츠 하우 아임 필링(That's How I'm Feeling)'을 연주했다.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그의 손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기타가 들려 있었다. 공연을 앞두고 오이스터즈의 기타를 빌린 것.
록스타의 모든 자격 증명한 잭 화이트
이번에도 잭 화이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냈다. 공연 중 여러 번 기타를 바꿔가며 굉음 같은 퍼즈 기타 사운드와 화료한 기교를 두루 선보였다. 공연을 하면서도 여러 차례 기타를 바꿔가 하드 록과 개러지 록, 블루스와 목가적인 컨트리 등 그를 성장시킨 음악을 100여 분의 시간에 꾹꾹 눌러 담았다. 고향 디트로이트에서 온 바비 에밋(키보드), 도미닉 데이비스(베이스), 래콘터스의 드러머 패트릭 킬러도 잭 화이트의 연주와 합을 맞췄다.
모든 순간 빈틈이 없었다. 여러 순간 즉흥적인 기타 솔로를 선보였다. '호텔 요르바(Hotel Yorba)', '러브 인터럽션(Love Interruption)'처럼 컨트리의 색깔이 강한 곡들 역시 새로운 편곡으로 매만졌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초기곡 '볼 앤 비스킷(Ball and Biscuit)과 솔로곡 올드 스크래치 블루스(Old Scratch Blues)'를 자연스럽게 잇는 '트랜지션(곡과 곡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에서는 팬들의 탄생이 터져 나왔다.
100분가량 그의 목소리 역시 힘을 잃지 않았다. 스포큰 워드와 랩을 섞은 듯한 특유의 독특한 창법을 들려주었다. '하이 볼 스테퍼(High Ball Stepper)'에서는 높고 날카로운 팔세토 창법을 들려주었다. 원곡에서는 왜곡된 바이올린 사운드로 연출된 고음을 잭 화이트의 목소리로 대신한 것. 위대한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이토록 많은 과업을 수행하는 동안, 절제되고도 파워풀한 제스쳐도 잊지 않았다. '스테디 애스 쉬 고즈(Steady, As she goes)'에서 떼창을 유도한 잭 화이트는 다시 무대 위에 올라 이키 텀프(Icky Thump)를 비롯한 여섯 곡 가량의 앵콜곡을 연주하고 불렀다. 록스타의 모든 자격을 증명한 공연이었다.
21세기 최고의 기타 리프
▲지난 8월 17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펼친 잭 화이트잭 화이트 공식 소셜 네트워크
이번에도 엔딩곡은 단연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최고의 히트곡 '세븐 네이션 아미(Seven Nation Army)'였다.잭 화이트가 와미 페달을 밟으며 육중한 저음을 들려주자마자 관객들은 무엇이 다가오는지 알고 환호했다.
'세븐 네이션 아미'는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 리프이자 지금도 전 세계의 스포츠 경기장에서 응원가로 쓰이는 곡이다. 지난 7월 열린 2026 피파 북중미 월드컵의 하프타임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울려 퍼지기도 했다. 간결하고도 압도적인 기타 리프가 연주되는 동안 관객들은 무아지경에 빠진 채 떼창에 참여했다.
"워-오-워오오-워오"
관객만 무아지경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공연 초반 신곡 '데레초 데모니코'(Derecho Demonico)를 연주하는 동안, 조명이 꺼지면서 공연장이 몇십 초간 암전 상태가 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화이트는 이 사고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연주와 노래에 집중했다. 어둠 속에서도 무아지경에 이를 수 있는 여유. 대체 불가능한 록 음악의 '반인반신'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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