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의 한 장면
KBS
- 보복 대행업체에서 일했던 조민수(가명) 씨 인터뷰했는데 어땠나요?
김: "제 생각과는 많이 달라서 당황했어요. 보통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할 때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잖아요. 제가 만난 조민수 씨나 김소영 씨(가명, 행동대원)도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어요. 그 심리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수사심리학자인 김태경 교수님께서 명쾌하게 답을 주셨어요. 이 청년들은 오로지 '돈'에 생각이 매몰돼 있어서 이게 위험한 행위인지 의심할 여력조차 없는 상태라는 거예요. 업체가 행동대원을 구할 때 일부러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을 노리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잠입 취재했잖아요. 함정 취재로 보일 수도 있는데 고민은 없었나요?
경: "인위적인 상황을 만들 땐 항상 고민이 따라요. 그런데 텔레그램 범죄는 관찰만으로는 이해에 한계가 있었어요. 텔레그램방을 지켜보거나 피해자 말만 듣고는 거래 방식을 짐작하기 어려웠고, 상품권 거래라는 말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해봐야 이 테러가 어떤 과정으로 현실 폭력이 되는지 정확히 알고 실체를 드러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행동대원들이 계속 잡혀도 또 나오는 이들이 누구인지 만나봐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막 벌어진 현장을 취재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대신 실제 피해가 없도록 준비와 사후 처리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 촉법소년을 악용하는 것 같던데.
김: "맞아요. 취재하면서 느낀 건, 촉법소년을 악용하는 게 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된 듯한 느낌이었어요. 촉법소년은 형벌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범죄를 외주화하기가 쉽잖아요. 그래서 업체들이 미성년자, 특히 촉법소년을 점점 더 원한다는 게 취재하면서 강하게 느껴졌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텔레그램 방을 들여다보면 보복 대행뿐만 아니라 텔레그램 범죄 전반에서 촉법소년을 향한 수요가 높습니다. 우리 사회가 새롭게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 행동대원 이용하고 끊는 사기도 많나봐요?
경: "네, 일련의 범죄 행위 안에서 '사기'라는 표현이 적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 업체들은 행동대원을 한두 번 쓰고 버린대요. 우리나라는 CCTV가 워낙 잘 돼 있어서 결국 잡히거든요. 어차피 잡힐 사람이니 한두 번 쓰고 버리고, 그 빈자리는 급전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보복 대행업체에 연락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건가요?
김: "방송에도 나왔듯이, 취재 도중 만난 업체가 저희 제작진을 협박했어요. 상담을 가장해 취재를 시도하다가 상담을 중단하니, 갑자기 제작진의 실제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다며 협박하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나 상담 과정을 되짚어보니, 상담 전에 인증 시스템을 요구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번호가 노출된 것 같았어요.
의뢰인에게 의뢰 사실을 알리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업체의 협박 내용도 방송에 나왔었는데, 이런 과정을 그대로 노출한 건 시청자분들께 업체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서였어요. 이들은 드라마처럼 의뢰인을 위하는 업체가 아니라, 그저 돈을 좇는 자들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총책은 외국에 있는 건가요?
김: "방송에 나왔던 총책 YG는 베트남에 거주하다가 검거된 경우예요. 그런데 보복 대행업체 자체가 여러 개고, 총책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에요. 저희는 이들 다수가 외국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총책을 못 잡으면 이건 안 없어지는 거 아닐까요?
김: "맞아요. 경찰도 저희도 총책 검거를 최종 목표로 보고 있어요. 더 나아가 수요 자체가 사라졌으면 해요. 이 총책들이 <모범택시>의 김도기처럼 의뢰인을 도와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돈만 된다면 언제든 얼굴을 바꿔 의뢰인을 공격할 수도 있는 자들이거든요. 행동대원도 마찬가지로 쓰다 버리는 존재일 뿐이고요. 결국 양쪽 수요가 사라져야 총책도 없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추적60분>의 한 장면KBS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경: "보복 대행은 초반엔 보이스피싱이나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자들끼리 서로 골탕 먹이려고 시작된 일이었는데, 점점 민간인에게까지 확장되면서 방송엔 내지 않았지만 상상 이상의 사적 보복 사례들도 알게 됐어요. 법이 억울함을 해결해 주지 못해서 보복 업체에 의뢰한 사람들이 실제로 있더라고요. 지금도 충분히 심각한데, 이런 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게 계속되면 사회가 생각 이상으로 무법지대가 될 수 있겠다는 끔찍한 상상이 들었어요. 더 커지기 전에 이게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제도적인 예방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한 전문가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이 범죄는 절대 가벼운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되돌아봐야 할 무거운 문제라고 하셨거든요. 사적 보복에 대한 여론이 지금보다 더 엄격해져야 해요. 방치할수록 사회악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고, 업체들의 수법도 점점 악랄해지고 있고요. 사적 보복을 용인하는 순간 사회는 무법지대가 될 거예요. 이유가 어떻든 사적 보복은 범죄라는 걸 명확히 하고, 사법 체제 안에서 사회가 유지되는 이유를 다시 돌아보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방송에 안 나온 것 중에 얘기할 게 있나요?
김: "방송에선 분량상 의뢰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못 다뤘어요. 사실 의뢰 자체도 교사죄에 해당한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최근엔 의뢰인이 검거된 사례도 있었어요. 업체는 의뢰인이 안전하다고 홍보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의뢰하는 순간 범죄 조직에 가담하게 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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