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는 드라마일뿐... '사적 보복' 업체들의 끔찍한 행태

[이영광의 '온에어' 441] KBS 1TV <추적 60분> 경수정, 김소미 PD

 <추적60분>의 한 장면
<추적60분>의 한 장면KBS

최근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타인의 복수를 대행해 주는, 이른바 '보복대행'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행업체들은 현관문에 래커칠을 하고 오물 투척과 비방 전단을 아파트에 뿌린다고 한다.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

지난 7일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대신 복수해드립니다... 보복대행 비즈니스 추적기' 편이 방송되었다. 보복 범죄 피해자인 김대식(가명) 씨의 사례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보복대행 업체가 어떻게 영업하는지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경수정, 김소미 PD를 만났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보복 대행의 충격적인 실태

- 보복 대행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경수정 PD(이하 경): "<추적60분>으로 텔레그램 박제방에 대한 제보가 왔어요. 그건 한 사람의 개인 정보와 성 착취물을 텔레그램 방에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시키는 범죄거든요. 박제방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복수에 대한 내용이 있는 것 같아서 그때 처음 관심을 갖게 됐고, 그게 하나의 기획안으로 커지게 됐어요. 박제방이 기존의 N번방과 유사한 면이 많았는데, 보복 대행은 그 폭력이 오프라인 세계로 넘어와 물리적으로 표출된다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 보복 대행에 대해 원래 알고 있었나요?

경: "봄에 뉴스로 남의 집에 찾아가서 현관문 테러를 벌인다는 정도만 알아서 '별일이 다 있네' 하고 지나쳤던 것 같아요. 취재를 시작하면서는 '사람이 법적으로 억울함을 못 푸니까 이런 대행까지 쓰는구나, 우리 사회가 갈 데까지 갔구나' 싶어서, 저희 팀에서도 이 현상을 사회심리학적으로 크게 다뤄보자는 방향으로 출발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접근보다는, 돈을 내면 대신 괴롭혀주는 텔레그램발 신종 범죄로 보는 게 맞더라고요. '보복'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 마케팅용 표현에 가까워 보여요."

김소미 PD(이하 김): "저도 몰랐어요. <모범택시> 같은 드라마에나 나오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복수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가 현실에 있다는 게 저에게는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대구경찰청 수사계장님께서 '폭력을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신종 범죄다'라고 하셨는데, 그게 이 범죄를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적60분>의 한 장면
<추적60분>의 한 장면KBS

- 폭력을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어떤 신종 범죄라는 게 뭔가요?

김: "방송에도 나오듯, 보복 대행업체들은 테러 종류에 따라 가격을 정해 홍보해요. 주소지에 가서 래커칠을 하면 얼마, 인분 같은 오물을 뿌리면 가격이 더 올라가고요. 결국 이런 행위들의 목적은 테러 대상자를 협박하는 거예요. 형태만 다를 뿐 모두 '폭력'인 거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듯 메뉴판에서 원하는 걸 골라 폭력을 사는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 그럼 맨 처음에 아이템 잡고 뭐 했나요?

경: "일단 수소문해서 보복 대행업체들을 있는 대로 찾아 들어가 봤어요. 어떤 형태로 얼마만큼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실태를 알아야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 방에 들어가 보니까 어땠나요?

경: "공지방이라고 부르는,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텔레그램 방이 있어요. 아무나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업체의 총책, 그러니까 사장만 공지하듯 정보를 올리는 방인데, 목적은 철저히 홍보예요. 자기들이 테러했다고 주장하는 영상들을 쭉 보여주면서 '우리는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경찰에 안 걸리니 안심하라'는 논리도 보이고, 행동대원을 구인하는 글도 굉장히 많았어요."

- 보복 대행 피해자인 김대식(가명) 씨 이야기로 시작했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김: "저희가 만난 피해자분들 중 가장 심하게 테러를 당하신 분이었어요.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피해를 입은 케이스였고, 피해 정도도 가장 심각했다고 판단했어요. 이 범죄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려면 김대식 씨 이야기가 맨 처음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런 게 많나요? 저는 아예 못 봤거든요.

김: "막상 취재해 보니 생각보다 피해가 많았어요. 처음엔 물리적 폭력도 아니고 집에 한 번 테러하는 정도라 가벼운 범죄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피해자들의 고통은 삶이 망가질 만큼 심각했고, 이 범죄를 실행해서 검거된 청년 사례도 수십 건 이상일 정도로 많았습니다."

- 현관문에 래커칠한 것보다 비방 전단이 더 무서울 것 같은데.

김: "맞아요, 저도 꼭 얘기하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방송엔 못 담았지만 전단 내용은 정말 처참해요. 논리랄 것도 없는 수준 이하의 외설적인 비하가 적혀 있는데, 피해자들 전단을 보면 내용이 다 비슷해요. 그게 내가 사는 아파트 전체에 뿌려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구든 위축되고, 주변 시선 때문에 계속 고통받을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게 가장 악랄하다고 봅니다."

- 방송 보니 김대식 씨는 정신과 치료 받을 정도인 거 같더라고요.

경: "그분은 6개월간 계속 협박을 받아왔고, 부모, 형제, 심지어 조부모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돼서 집안 전체가 수차례 테러를 당했어요. 그러다 보니 불안하고 우울해서 정신과 약도 드시고, 만성 스트레스로 피부 발진까지 생겼다고 하셨어요. 직업 특성상 사람을 만나서 영업해야 하는데,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어져서 생계까지 어려워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심각한 범죄가 맞습니다."

- 최성훈(가명) 씨의 경우 업체에서 보복 테러하고, (복수를 위해 다시) 최씨에게 보복 테러하라고 부추겼나 봐요?

경: "테러범들이 피해자에게 '500만 원을 주면 의뢰인이 누군지 알려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 돈을 받고 의뢰자를 특정해 줬어요. 거기에 500만 원을 더 주면 의뢰인에게 역으로 테러를 되갚아 주겠다고까지 유인한 거죠. 보복 대행업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돈만 생각하는 조직이라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사적 보복 용인하면 우리 사회 무법지대 돼"

 <추적60분>의 한 장면
<추적60분>의 한 장면KBS

- 보복 대행업체에서 일했던 조민수(가명) 씨 인터뷰했는데 어땠나요?

김: "제 생각과는 많이 달라서 당황했어요. 보통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할 때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잖아요. 제가 만난 조민수 씨나 김소영 씨(가명, 행동대원)도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어요. 그 심리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수사심리학자인 김태경 교수님께서 명쾌하게 답을 주셨어요. 이 청년들은 오로지 '돈'에 생각이 매몰돼 있어서 이게 위험한 행위인지 의심할 여력조차 없는 상태라는 거예요. 업체가 행동대원을 구할 때 일부러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을 노리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잠입 취재했잖아요. 함정 취재로 보일 수도 있는데 고민은 없었나요?

경: "인위적인 상황을 만들 땐 항상 고민이 따라요. 그런데 텔레그램 범죄는 관찰만으로는 이해에 한계가 있었어요. 텔레그램방을 지켜보거나 피해자 말만 듣고는 거래 방식을 짐작하기 어려웠고, 상품권 거래라는 말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해봐야 이 테러가 어떤 과정으로 현실 폭력이 되는지 정확히 알고 실체를 드러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행동대원들이 계속 잡혀도 또 나오는 이들이 누구인지 만나봐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막 벌어진 현장을 취재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대신 실제 피해가 없도록 준비와 사후 처리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 촉법소년을 악용하는 것 같던데.

김: "맞아요. 취재하면서 느낀 건, 촉법소년을 악용하는 게 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된 듯한 느낌이었어요. 촉법소년은 형벌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범죄를 외주화하기가 쉽잖아요. 그래서 업체들이 미성년자, 특히 촉법소년을 점점 더 원한다는 게 취재하면서 강하게 느껴졌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텔레그램 방을 들여다보면 보복 대행뿐만 아니라 텔레그램 범죄 전반에서 촉법소년을 향한 수요가 높습니다. 우리 사회가 새롭게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 행동대원 이용하고 끊는 사기도 많나봐요?

경: "네, 일련의 범죄 행위 안에서 '사기'라는 표현이 적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 업체들은 행동대원을 한두 번 쓰고 버린대요. 우리나라는 CCTV가 워낙 잘 돼 있어서 결국 잡히거든요. 어차피 잡힐 사람이니 한두 번 쓰고 버리고, 그 빈자리는 급전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보복 대행업체에 연락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건가요?

김: "방송에도 나왔듯이, 취재 도중 만난 업체가 저희 제작진을 협박했어요. 상담을 가장해 취재를 시도하다가 상담을 중단하니, 갑자기 제작진의 실제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다며 협박하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나 상담 과정을 되짚어보니, 상담 전에 인증 시스템을 요구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번호가 노출된 것 같았어요.

의뢰인에게 의뢰 사실을 알리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업체의 협박 내용도 방송에 나왔었는데, 이런 과정을 그대로 노출한 건 시청자분들께 업체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서였어요. 이들은 드라마처럼 의뢰인을 위하는 업체가 아니라, 그저 돈을 좇는 자들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총책은 외국에 있는 건가요?

김: "방송에 나왔던 총책 YG는 베트남에 거주하다가 검거된 경우예요. 그런데 보복 대행업체 자체가 여러 개고, 총책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에요. 저희는 이들 다수가 외국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총책을 못 잡으면 이건 안 없어지는 거 아닐까요?

김: "맞아요. 경찰도 저희도 총책 검거를 최종 목표로 보고 있어요. 더 나아가 수요 자체가 사라졌으면 해요. 이 총책들이 <모범택시>의 김도기처럼 의뢰인을 도와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돈만 된다면 언제든 얼굴을 바꿔 의뢰인을 공격할 수도 있는 자들이거든요. 행동대원도 마찬가지로 쓰다 버리는 존재일 뿐이고요. 결국 양쪽 수요가 사라져야 총책도 없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추적60분>의 한 장면
<추적60분>의 한 장면KBS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경: "보복 대행은 초반엔 보이스피싱이나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자들끼리 서로 골탕 먹이려고 시작된 일이었는데, 점점 민간인에게까지 확장되면서 방송엔 내지 않았지만 상상 이상의 사적 보복 사례들도 알게 됐어요. 법이 억울함을 해결해 주지 못해서 보복 업체에 의뢰한 사람들이 실제로 있더라고요. 지금도 충분히 심각한데, 이런 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게 계속되면 사회가 생각 이상으로 무법지대가 될 수 있겠다는 끔찍한 상상이 들었어요. 더 커지기 전에 이게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제도적인 예방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한 전문가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이 범죄는 절대 가벼운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되돌아봐야 할 무거운 문제라고 하셨거든요. 사적 보복에 대한 여론이 지금보다 더 엄격해져야 해요. 방치할수록 사회악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고, 업체들의 수법도 점점 악랄해지고 있고요. 사적 보복을 용인하는 순간 사회는 무법지대가 될 거예요. 이유가 어떻든 사적 보복은 범죄라는 걸 명확히 하고, 사법 체제 안에서 사회가 유지되는 이유를 다시 돌아보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방송에 안 나온 것 중에 얘기할 게 있나요?

김: "방송에선 분량상 의뢰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못 다뤘어요. 사실 의뢰 자체도 교사죄에 해당한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최근엔 의뢰인이 검거된 사례도 있었어요. 업체는 의뢰인이 안전하다고 홍보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의뢰하는 순간 범죄 조직에 가담하게 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경수정 김소미 보복대행 추적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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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