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이콧'에 고개 숙인 그래미... '아시안 팝' 부문 없앨까?

논란의 '아시안 팝' 부문 재고할 뜻 밝힌 그래미 어워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빅히트뮤직

그래미가 끝내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신설을 재고하게 될까.

지난 6월 그래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2027년 시상부터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다 다양한 아시아 음악을 조명하겠다는 것이 이들이 설명한 취지다. 이 부문에는 케이팝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동남아 등 여러 국가의 음악이 후보로 오를 수 있으며, 한 개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지난 3월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아리랑(ARIRANG)>을 발표한 방탄소년단 역시 이 부문에 출품할 자격을 갖춘다. 3월에 발매된 이들의 음악은 시기적으로 심사 대상(2025년 8월 31일부터 2026년 8월 28일까지 발표된 음악)에 포함된다. 전곡이 영어로 채워진 곡도 있지만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 '에일리언스(Aliens)', '2.0' 등 수록곡 다수에 한국어 가사가 포함돼 있다. 방탄소년단의 인지도와 성과를 고려했을 때, 이들은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RM, 진, 지민, 슈가, 뷔, 정국, 제이홉)는 지난 7월 29일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래미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일제히 밝혔다. 이들은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황상 아티스트의 지역이나 언어로 음악을 구분하는 아시안 팝 뮤직 부문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레코딩 아카데미의 최고 경영자(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시안 팝, 재즈, 컨트리 등 장르 부문에 음악을 출품한다고 해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등 제너럴 필드(주요 부문)에 출품하고 심사받을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도 전했다. 실제로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아티스트 배드 버니는 지금까지 최우수 라틴 팝, 최우수 뮤지카 어바나 앨범 등을 수상했고, 지난 2월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앨범상'까지 거머쥐었던 바 있다.

그럼에도 음악 팬들의 의구심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배드 버니가 수상했던 뮤지카 어바나 부문의 경우 '지역'이 아니라 '음악적 스타일'을 기준으로 나뉜 부문이었다. 라틴 팝보다 훨씬 넓고 공통성이 적은 아시아의 다양한 음악들을 '아시안 팝'이라는 한 부문이 충분히 아우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

고개 숙인 그래미, 변화로 이어질까?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지난 8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래미는 모든 음악인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으로, 어떤 목소리나 커뮤니티도 간과되거나 오해받지 않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주간 많은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결과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며 "포용적인 시상식을 만들려는 의도와 바람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티스트들은 이 부문이 자신들의 음악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나 역시 음악인이기에 그런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라고 덧붙였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지난 6년간 레코딩 아카데미는 음악계의 요구에 부응해 단호하고 신속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며 "경영진과 이사회는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고, 음악인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1957년 설립된 레코딩 아카데미는 그래미 어워드를 주최하는 것은 물론, 음악 산업 종사자들로 구성된 협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대중음악계 최고의 권위로 불리지만, 그동안 대중음악계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백인 중심의 시상을 한다며 '화이트 그래미'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2020년에는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로 전세계를 휩쓴 팝스타 위켄드(The Weeknd)가 모든 부문에서 탈락하는 '위켄드 스넙'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몇 년간 여성과 유색인종 등으로 구성된 신입 회원 1만 5000명가량을 새로 영입해 왔다. 한편 다가오는 2027 그래미 시상식의 온라인 출품 마감은 오는 8월 21일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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