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현직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이 무대에 올랐다. 정치인들이 입을 모아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와 지역민이 만날 수 있는 독립영화제의 가치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국제영화제가 아닌 지역 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에 앞서 포럼에 나선 독립영화인들은 자립 자체가 여전히 녹록지 않음을 담담하게 털어놓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하는 생태계 구조를 피부로 체감하는 독립영화인들은 이날 연출과 제작, 배급 모든 면에서 영화진흥위원회 등 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이를 탈피해 자생적인 시스템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지 사이에서 치열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13일(목) 막을 올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정성우 집행위원장) 개막일에 눈에 띈 장면은 이랬다. 목포해양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개막식에 강성휘 목포시장을 비롯해 이형완 목포시의회 의장등 지역 정치인들이 여럿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는 올해로 13회를 맞아 오는 17일까지 목포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해외 6개국 작품 등 국내외 장·단편 77편을 상영한다. 원도심과 하당권 등 목포 곳곳에서 영화와 공연, 강연, 지역 문화예술 프로젝트가 결합합 도시형 문화축제로의 확대와 전환을 꾀했다.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와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주는 교훈
▲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현장 사진
정동진독립영화제
그래서일까. 강 시장은 영화제 개막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사업에 선정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지역 영화제가 지방비 부족을 이유로 매번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영화제와 지역 문화에 대한 지원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예산은 규모 확대와 정반대 상황이었다. 지난 6.3 지방선거 직전 회기 시의회가 예산 삭감에 나섰다. 전체 예산이 지난해보다 1500만 원 줄었다. 영화제는 이를 위해 두 배 가까운 자부담 비용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측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사업 선정에 따른 국비 지원에도 지방비와 자체 부담금을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한 이유다.
지역 독립영화제 중 가장 대중적이라 평가받는 정동진독립영화제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했다. 올해로 28회를 맞은 정동진독립영화제(8월 7일~10일)는 관객들과 영화인들의 성원 속에 1만5천 명이 찾아 대중성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강릉시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 예산 복원을 위한 추경안도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독립영화인들을 넘어 지역 언론조차 야당의 무책임한 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독립예술극장 12년 동안 계속 도와줬는데 달라진 게 뭐가 있습니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지금은 전문 장비 없이도 AI와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누구나 비교적 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역구가 아니고 관계자가 아니면 일반 시민들(은) 독립영화제 거기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그냥 없어요."
지난 11일 MBC 강원영동이 보도한 강릉시원들의 정동진독립영화제 관련 발언이다. 해당 발언이 포함된 강릉시의회 회의 영상은 지역 언론 보도 전후 소셜 미디어 상에서 회자되며 독립영화인들의 공분을 샀다.
최근 조용했던 강릉시청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국민의힘' 당소속 강릉시의원들에게 묻습니다>란 제목의 게시 글도 같은 맥락이었다(8월 7일 게시). 해당 글은 가톨릭관동대학교 명예교수인 심재상 시인이 쓴 글로 강릉시의회가 정동진독립영화제 및 독립예술극장 신영 지원 등 총예산 1억 원을 전액 삭감한 데 대한 비판 글이었다.
"예산은 시민의 삶을 위해 합리적으로 배분돼야 하며 시의원은 특정 정당이나 자신의 지역구가 아니라 강릉시민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국민의힘 소속 강릉시의원 여러분, 대체 누구를 대표하고,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느냐? 시민의 뜻보다 당파적 이해를 앞세우라고 여러분에게 권한을 준 시민은 없다."
기본의 기본이 강조되는 K-컬처의 시대
▲13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목포해양대학교 운동장 풍경
하성태
독립영화제는 단편을 포함해 독립영화인들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그것도 심사와 경쟁을 거치는 몇 안 되는 창구다. 또 지역독립영화제야말로 영화인들과 지역 관객들을 만나게 하는 소중한 창구다.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일 포럼 <제작부터 관객과의 만남까지>에 참석한 독립영화인은 이구동성 자력을 강조하고 있었다. 독립영화조차 미래 관객들과의 소통 확대가 쉽지 않아진 시대다. 제작부터 배급까지 독립영화조차 기존 시스템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다. 그럴수록 지역 독립영화제의 역할이 소중해지고 있다. 무더위를 뚫고 정동진을, 목포를 찾는 관객들이 그 산증인들이다.
▲지난 13일 제13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포럼 <제작부터 관객과의 만남까지>에 참석한 (좌로부터)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이화배 이화배컴퍼니 대표, 이윤영 시네마토그래프 대표, 정보라 보리수나무영화사 PD, 성스러운 성스러운영화사 대표
하성태
백재호 서울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이날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를 찾아 주신 분들께서 줄어든 영화제 예산을 내년엔 확대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영화제 관계자들이 도리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영역에 대한 일종의 직언이라 할 수 있었다.
K-컬처의 시대다. K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상식처럼 퍼지는 시대다. 현 정부가 문화마저 돈으로만 본다는 볼멘소리가 괜히 커지는 게 아니다. K-팝과 아이돌 팬덤을 앞세운 페노메논 프로젝트(K-팝과 K-컬처를 중심으로 '팬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문화 현상'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축제형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독립영화와 독립영화제는 아마도 그 반대편 어디에 자리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럴수록 K-무비를, K-콘텐츠를 해외에 알린 다수 영화인들을 배출한 독립영화와 독립영화제들의 가치에 더 주목할 때다. 문화 다양성을 비롯해 해외에서 주목하는 K의 가치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문화야말로 돈이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돈을 만든다는 기본의 기본을 되짚을 때다.
▲13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공식 포스터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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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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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목포 영화제, 개막식 날 터져 나온 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