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형은 왜 동생들에게 한국 보여주려 했나

[방송 리뷰] MBC에브리원<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덴마크 편

13일, MBC에브리원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덴마크 편 첫 방송을 시청했다. 웃고 즐기기 위한 오락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그저 타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의 신기한 광경에 감탄하는 단순한 볼거리나 일회성 예능 재미에 그치지 않았다.

화면 너머에는 한 덴마크 청년이 왜 그토록 한국을 그리워하고, 또 동생들에게 그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정작 우리 스스로는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생활방식에 대한 정교한 재발견이 담겨 있었다.

올해 들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포맷 자체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모국에 있는 친구를 초대해 함께 여행하는 방식이었다면, 지난 3월 프랑스 파코 편을 기점으로는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한국을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어한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여행에 나서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포맷 바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매력

덴마크 삼형제가 한국에 도착해서 첫 저녁식사로 택한 부추곱창 요나스와 두 동생이 한국 입국 첫날 저녁에 신촌부추곱창을 찾았는데 한국 음식이 생소할 수 밖에 없는 두 동생들은 한국 음식의 맛에 연신 찬사를 보낸다
덴마크 삼형제가 한국에 도착해서 첫 저녁식사로 택한 부추곱창요나스와 두 동생이 한국 입국 첫날 저녁에 신촌부추곱창을 찾았는데 한국 음식이 생소할 수 밖에 없는 두 동생들은 한국 음식의 맛에 연신 찬사를 보낸다MBC플러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공동 감독 크리스 아펠한스가 가족과 함께 출연했고, 한국학자 마크 피터슨 교수가 27년 전 제자들과 다시 한국을 찾은 것도 이 새로워진 포맷 안에서였다. 앞서 방송된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 편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주인공인 셰프 레레는 이탈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인물로, 과거 한 차례 출연했던 경험이 아쉬워 다시 한국을 찾은 경우였다. 이번 덴마크 편의 요나스와 동생들의 한국 여행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포맷 전환의 계기를 짐작해 보면, 지난 시즌 종영을 장식했던 네팔 소년 타망과 라이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원래 <어서와> 출신이 아니라 다른 예능(<태어난 김에 세계일주4>)에서 먼저 화제를 모은 인물들이었고, 시청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제작진이 뒤늦게 초대한 경우였다.

그런데 이 회차가 시즌 최고 수준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국 거주 외국인의 지인 초청'이라는 기존 틀 대신, '이미 한국에 대한 로망과 화제성을 지닌 이를 직접 초대한다'는 방식이 뜻밖의 흥행 카드로 증명된 셈이다. 이후 곧바로 시즌이 재정비에 들어갔고, 컴백 후 첫 회부터 아예 이 방식이 새 포맷의 기본값이 된 걸 보면, 지난 시즌 마지막 회의 성공이 이번 개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여행의 서사를 이끄는 중심인물은 덴마크 삼 형제 중 맏형인 요나스다. 그의 한국 인연은 뜻밖의 장소에서 시작됐다. 2012년 뉴질랜드에서 영어 공부를 하던 시절, 수업을 함께 듣던 한국인 친구들이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당시 그는 채식주의자였다. 무례하게 굴고 싶지 않아 마지못해 삼겹살 한 점을 입에 넣은 순간, 그는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며 그 자리에서 채식주의를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우연한 삼겹살 한 점이 한 덴마크 청년의 인생 궤적을 완전히 바꿔놓은 셈이다.

삼겹살을 계기로 한국에 눈뜬 요나스는 이후 3주간 한국을 여행했고, 그것으로도 갈증이 풀리지 않아 교환학생으로 한국행을 택했다. 교환학생 생활은 인턴십으로, 인턴십은 다시 정식 취업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그는 약 4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덴마크로 돌아간 지 수년이 흘렀지만, 그의 일상에는 한국에 대한 깊고 아련한 향수가 짙게 배어 있었다.

덴마크에 위치한 그의 집 현관문에는 한국의 상점이나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세요', '당기세요' 스티커가 고스란히 붙어 있다. 주방으로 들어서면 한국산 뚝배기와 전기밥솥, 공깃밥 그릇이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깻잎을 먹기 위해 직접 씨앗을 구해 마당 한쪽에 재배할 정도로 한국에서의 기억과 생활 습관을 삶의 일부로 간직하고 있다. 관련 보도에서는 그를 한국을 제2의 고향처럼 여기는 인물로 소개하기도 했다.

타국의 문화에 매료된 형

한국을 사랑하는 덴마크 사람 '요나스'와 한국 소품들 한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요나스씨의 집에는 한국에서나 볼만한 여러가지 물건들이 실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을 사랑하는 덴마크 사람 '요나스'와 한국 소품들한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요나스씨의 집에는 한국에서나 볼만한 여러가지 물건들이 실제 사용되고 있다MBC플러스

모국도 아닌 멀리 떨어진 동양의 작은 나라를 이토록 진심 어린 태도로 아끼고 추억하는 형의 모습을 보며, 동생들의 반응은 무조건적인 응원이라기보다 낯섦과 호기심이 뒤섞인 것에 가까웠다. 특히 막내 타이스는 "형이 왜 이상해진 건지 알고 싶고, 그 이유를 한국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며, 형의 행동이 정말 '한국적인' 것인지 아니면 형만의 유별난 습성인지 스스로 확인해 보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의아함을 굳이 감추지 않으면서도 형을 이해하려는 이 담백한 태도야말로, 오히려 이들 형제 관계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 대목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타국의 문화를 이토록 깊이 사랑하고 몰입하는 사람을, 우리는 얼마나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을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문화적 포용성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요나스는 한국을 택하고 자신의 나라를 등진 게 아니다. 인턴십과 취업까지 이어가며 4년을 한국에서 보내고도, 결국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나라가 아니라는 이유로 마음이 끌리는 어떤 나라를 향한 애정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뿌리에 대한 애착과 타국을 향한 그리움이 굳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한 사람 안에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이, 새삼 신기하고 인상 깊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덴마크 편은 단순히 자극적인 '국뽕'의 차원을 넘어, 우리 고유 삶의 방식과 소소한 생활 습관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을 선사한다. 지난 4주간 방송된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 편은 한식 식재료가 가진 깊이와 발전 가능성을 재발견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지켜온 한국 음식 그 자체에 대한 커다란 자부심을 선사했다.

전문 셰프들의 미각을 통해 한식의 가치를 입증했다면, 이번 덴마크 편은 우리가 매일 반복하며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 속 정서와 생활방식에 대한 재발견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내용들이 소개될 걸로 예상된다.

특히 첫 방송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신촌 곱창집 장면은 단일 음식점 에피소드로 무려 40분가량의 방송 분량을 채웠음에도 몰입감이 상당했다. 요나스는 무려 11년 만에 이 곱창집을 다시 찾았고, 사장님은 그런 그를 단번에 알아보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떤 거대한 서사나 대단한 관광지 소개라기보다는, 깨알같이 소소한 재미와 미세한 디테일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염통과 대창, 곱창을 차례로 구워 먹으며 각 부위가 가진 고유한 식감을 비교하고, 이들 음식과 어울리는 밑반찬 및 양념, 그리고 소주와 소맥, 음식의 궁합까지 차근차근 풀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정교하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한식 가이드였다.

2026년 새로워진 MBC에브리원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출연자들 2026년 새로 돌아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특징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른 이들이 그들의 소원인 한국 여행을 꾸민다는 것이다
2026년 새로워진 MBC에브리원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출연자들2026년 새로 돌아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특징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른 이들이 그들의 소원인 한국 여행을 꾸민다는 것이다MBC플러스

둘째 에스크와 막내 타이스에게 자신이 과거 경험했던 한국의 정취와 맛을 정성껏 설명하는 요나스의 표정에서는 미묘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자신이 수 년간 가슴속에 품어온 아련한 추억과 자부심을 동생들이 혹시라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할까 봐 마음을 조리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생들의 솔직하고 긍정적인 반응은 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뚝배기 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음식과 함께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는 또 다른 차원의 한식 세계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쯤 되면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유튜브나 OTT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소비되는 주요 클립들이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읽히고 활용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국 여행을 실제 계획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인터넷 공간에 넘쳐나는 상업적이고 전형적인 홍보성 콘텐츠보다 이처럼 현장의 생생한 결과 살아있는 생활 디테일이 담긴 방송이야말로 훨씬 내실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 정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한국 탐방의 첫발을 내디딘 덴마크 삼 형제의 여정. 삼겹살 한 점에서 시작된 요나스의 한국 사랑이 어느새 4년의 체류와 수년의 그리움으로 이어졌듯, 남은 3주 동안 이 삼 형제가 한국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문화와 일상 속 체험이 과연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다시 바라보고 자부심을 느끼게 될지 벌써 다음 회차가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드가의 다큐맨터리 이야기>에도 실립니다.
어서와한국은처음이지 덴마크 MBC에브리원 파코 한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이 기자의 최신기사 집무실 말고, 수도를 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