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하는 덴마크 사람 '요나스'와 한국 소품들한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요나스씨의 집에는 한국에서나 볼만한 여러가지 물건들이 실제 사용되고 있다
MBC플러스
모국도 아닌 멀리 떨어진 동양의 작은 나라를 이토록 진심 어린 태도로 아끼고 추억하는 형의 모습을 보며, 동생들의 반응은 무조건적인 응원이라기보다 낯섦과 호기심이 뒤섞인 것에 가까웠다. 특히 막내 타이스는 "형이 왜 이상해진 건지 알고 싶고, 그 이유를 한국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며, 형의 행동이 정말 '한국적인' 것인지 아니면 형만의 유별난 습성인지 스스로 확인해 보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의아함을 굳이 감추지 않으면서도 형을 이해하려는 이 담백한 태도야말로, 오히려 이들 형제 관계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 대목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타국의 문화를 이토록 깊이 사랑하고 몰입하는 사람을, 우리는 얼마나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을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문화적 포용성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요나스는 한국을 택하고 자신의 나라를 등진 게 아니다. 인턴십과 취업까지 이어가며 4년을 한국에서 보내고도, 결국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나라가 아니라는 이유로 마음이 끌리는 어떤 나라를 향한 애정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뿌리에 대한 애착과 타국을 향한 그리움이 굳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한 사람 안에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이, 새삼 신기하고 인상 깊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덴마크 편은 단순히 자극적인 '국뽕'의 차원을 넘어, 우리 고유 삶의 방식과 소소한 생활 습관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을 선사한다. 지난 4주간 방송된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 편은 한식 식재료가 가진 깊이와 발전 가능성을 재발견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지켜온 한국 음식 그 자체에 대한 커다란 자부심을 선사했다.
전문 셰프들의 미각을 통해 한식의 가치를 입증했다면, 이번 덴마크 편은 우리가 매일 반복하며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 속 정서와 생활방식에 대한 재발견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내용들이 소개될 걸로 예상된다.
특히 첫 방송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신촌 곱창집 장면은 단일 음식점 에피소드로 무려 40분가량의 방송 분량을 채웠음에도 몰입감이 상당했다. 요나스는 무려 11년 만에 이 곱창집을 다시 찾았고, 사장님은 그런 그를 단번에 알아보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떤 거대한 서사나 대단한 관광지 소개라기보다는, 깨알같이 소소한 재미와 미세한 디테일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염통과 대창, 곱창을 차례로 구워 먹으며 각 부위가 가진 고유한 식감을 비교하고, 이들 음식과 어울리는 밑반찬 및 양념, 그리고 소주와 소맥, 음식의 궁합까지 차근차근 풀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정교하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한식 가이드였다.
▲2026년 새로워진 MBC에브리원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출연자들2026년 새로 돌아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특징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른 이들이 그들의 소원인 한국 여행을 꾸민다는 것이다MBC플러스
둘째 에스크와 막내 타이스에게 자신이 과거 경험했던 한국의 정취와 맛을 정성껏 설명하는 요나스의 표정에서는 미묘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자신이 수 년간 가슴속에 품어온 아련한 추억과 자부심을 동생들이 혹시라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할까 봐 마음을 조리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생들의 솔직하고 긍정적인 반응은 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뚝배기 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음식과 함께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는 또 다른 차원의 한식 세계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쯤 되면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유튜브나 OTT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소비되는 주요 클립들이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읽히고 활용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국 여행을 실제 계획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인터넷 공간에 넘쳐나는 상업적이고 전형적인 홍보성 콘텐츠보다 이처럼 현장의 생생한 결과 살아있는 생활 디테일이 담긴 방송이야말로 훨씬 내실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 정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한국 탐방의 첫발을 내디딘 덴마크 삼 형제의 여정. 삼겹살 한 점에서 시작된 요나스의 한국 사랑이 어느새 4년의 체류와 수년의 그리움으로 이어졌듯, 남은 3주 동안 이 삼 형제가 한국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문화와 일상 속 체험이 과연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다시 바라보고 자부심을 느끼게 될지 벌써 다음 회차가 기다려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