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 흔들다 울컥, 만 88세 유튜버가 사는 법

[리뷰] 유튜브 <김영옥 KIM YOUNG OK>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 주요 장면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 주요 장면김영옥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게 기본처럼 자리 잡은 요즘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원로 배우들 역시 대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어느새 50만 구독자를 넘긴 선우용여를 비롯해 전원주, 박정수 등 오랜 기간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누군가의 어머니로, 또는 작품을 든든히 받쳐주던 이들이 유튜브에서는 당당한 주역으로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1937년생,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배우 김영옥의 행보는 유독 남다르다. 2025년 개설된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을 통해 원로 배우들과의 만남부터 여행과 일상, 젊은 세대 후배 연예인들과의 소통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 공간은 세대의 경계를 허물고,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다.

젊은 세대와 거리 두지 않는 유연성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 주요 장면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 주요 장면김영옥

김영옥 채널의 매력 중 하나는 나이를 기준으로 세상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단순히 '원로 배우가 유튜브를 한다'는 사실에 머물지 않고 젊은 세대의 취향과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10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 멤버 주헌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 응원봉을 흔들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하츠투하츠, 엔믹스 등 2000년대생 손자뻘 아이돌과 함께하는 콘텐츠에서는 음식을 나누며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어색함 없이 할머니와 손녀의 따뜻한 케미를 보여준다. 일련의 과정에서 김영옥은 MZ세대의 문화를 배척하기보다 궁금증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중요한 건 억지로 젊은 세대를 따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영옥은 새로운 문화를 호기심 있게 받아들이면서도 오랜 세월 살아오며 형성한 자신의 태도와 개성은 그대로 유지한다. 그래서 젊은 시청자에게는 예측 불허의 재미와 친근함을, 중장년층에게는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신선한 자극을 동시에 안겨준다.

웃음 뒤에 담긴 노배우의 진정성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 주요 장면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 주요 장면김영옥

김영옥 채널의 또 다른 묘미는 동년배 원로 배우들과의 일상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역시 팔순을 맞이한 후배 연기자 반효정, 백수련과 함께 떠난 7월 제주 여행에서는 노을을 바라보며 언젠가 찾아올 삶의 마지막과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총 2회분으로 제작된 제주도 여행 당시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는 반효정을 향해 김영옥이 말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헤쳐나가는 것이 삶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내가 저분들 나이가 되었을 때, 저렇게 삶을 담담하게 돌아볼 수 있을까? 싶어 부러움과 두려움이 들었다. 오랫동안 많은 것을 터득하고 경험한 분들이 나누는 삶의 끝자락 이야기는 그 길을 따라 가게 될 우리 모두에게 "나이가 든다는 건 남아 있는 하루의 의미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남편과의 사별 직후 촬영된 콘텐츠에서 김영옥은 오랜 동반자와의 이별을 두고 덤덤한 어조로 "아무 할 일이 없어진 것 같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영상 속에서 현실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에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김영옥은 오랫동안 엄마와 할머니라는 역할로 대중에게 기억됐다. 그러나 유튜브에서는 그 배역 뒤에 가려져 있던 한 사람의 김영옥이 드러난다. 유쾌한 트렌드 체험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인생 회고를 넘나드는 유연함은 뜨겁지는 않아도 꾸준히 구독자를 끌어모으는 비결로 자리 잡았다.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 주요 장면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 주요 장면김영옥

김영옥의 최근 활동이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틀에 갇히지 않고 쉼 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경험하려는 태도 때문이다. 만 88세라는 숫자 앞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습은 나이가 활동의 한계를 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

노년층 시청자에게는 인생의 롤모델을, 젊은 세대에게는 본받을 만한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움을 주저하지 않고 유연함을 유지하는 김영옥은 자신의 채널을 통해 따뜻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단순한 시니어 콘텐츠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수십 년 대중의 마음을 읽어온 노배우의 내공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권위를 내려놓고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주어진 현재를 감사하고 즐기는 김영옥의 자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김영옥 유튜브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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