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맷 데이먼유퀴즈온더블럭TVN
놀런 감독은 <오펜하이머> <인셉션>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등 수많은 걸작을 연출하며 21세기 최고의 영화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거장이다.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놀런 감독의 이번 내한은 본인이 직접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놀런 감독이 연출하고 데이먼이 주연을 맡은 신작 <오디세이>는 전세계 개봉과 동시에 69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한 이야기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신과 괴물의 방해 속에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10년에 걸쳐 집으로 돌아가는 귀향 모험담을 다룬 대서사시다.
"<오디세이>는 서양 문학의 기틀이 되는 3천년전 서사시를 다룬다. 핵심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담이라는 것이다. 굉장히 매력적인 내용이다. 사랑과 상실, 복수, 전쟁, 인간이 다룰 수 있는 모든 감정요소가 전부 담겨 있다. 정말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작품이고 원작을 모르고 오셔도 재미있을 거다."(놀런 감독)
헐리우드 톱스타 배우인 맷 데이먼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묘하게도 '주인공이 온갖 고생을 거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파란만장한 여정'을 다룬 이야기가 유독 많았다. <라이언 일병구하기>에서는 전쟁터, <마션>에서는 화성,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미래), 그리고 <오디세이>에서는 기원전으로 돌아가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고생문이 열린 주인공을 또 연기했다. 묘하게도 하나같이 엄청난 대작영화라는 공통점을 지니며, '맷 데이먼이 집에 가려고 고생하는 이야기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묘한 흥행 공식을 만들어냈다.
놀런 감독과 데이먼은 <인터스텔라><오펜하이머>에 이어 <오디세이>까지 벌써 세 번의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감독과 배우로서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중을 드러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놀런 감독은 훌륭한 리더다. 자신감이 넘치시고 본인 포함 모두에게 엄격한 완벽을 요구한다.각 분야의 최고들과 팀을 꾸리고 최고의 기량을 요구한다. 모든 사람들이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한다. 결국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몰입하며 그렇게 늘 최고의 작품이 되더라. 놀런 감독과 함께 일하는 시간 자체가 늘 정말 즐겁다."(맷 데이먼)
"맷은 제가 믿고 맡기는 정말 대단한 배우다. 저희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굉장히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둘 다 삶의 시기나 커리어의 위치상 지금 이 일을 할수 있다는 사실을 엄청난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에 갔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저희 둘 다 똑같이 받아들인다. 이번 촬영을 하며 깨달은 것이, '그 누구도 맷을 대신해 오디세우스를 연기할수 없다'는 것이다. 맷은 현장에서 늘 솔선수범하며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끊임없이 불어 넣어줬다. 정말 최고의 파트너다"(놀런 감독)
놀런 감독은 어떻게 <오디세이>의 영화화를 구상하게 되었을까. 전작 <오펜하이머>의 대성공 이후로 놀런 감독에게는 그동안 시도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영화를 기획할 기회를 얻었고, 그 작품이 바로 <오디세이>였다.
"<오디세이>가 서구권에서는 중요한 서사시인데, 현대적인 대형 영화로 제작된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모험과 환상적인 요소가 가득한 <오디세이>는 거부할 수 없는 기회였다. 관객들에게는 잠시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경험을 주고 지금껏 보지못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놀런 감독)
압도적인 스케일
CG를 최소화하고 리얼리즘과 디테일을 강조하는 놀런 감독의 촬영 현장은 힘들기로 유명하다. <오디세이>에서도 아테네 신전과 트로이 목마, 고대 함선 등을 그대로 재현하고, 시대적 배경 구현을 위해 스튜디오 대신 세계 각지에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압도적인 스케일을 만들어냈다. 데이먼은 <오디세이>를 촬영하면서 마치 영화 7편을 한꺼번에 찍는 것 같은 고생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놀런 감독은 데이먼을 비롯한 배우들에게 촬영 전부터 '무척 힘든 영화가 될 것"이라고 미리 경고했다고. 데이먼은 "그리고 그 말을 완벽하게 지키셨다"면서 "앤 해서웨이, 젠데이아 등 함께 촬영한 배우들에게도 '지금까지 해본 촬영 중 <오디세이>가 제일 힘들지?'라고 물어보니 다들 '네. 진짜 역대급이네요'라고 하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에 놀런 감독은 " 하지만 이건 <오디세이>지 않나. 이런 거대한 대서사의 영화를 만들면서 '주말에 몇 번 설렁설렁 찍었어요'라고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장대한 이야기는 그 격에 맞춰 웅장하게 풀어내야 하고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데이먼 역시 "놀런 감독 외에 그런 시도를 할 감독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모두가 기꺼이 참여했고 모두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현장에 있는 걸 행운이라 여길 만큼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팀이었다. 배우도 스태프도 전원이 똘똘 뭉쳐 함께하면서 깊은 유대감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오디세이>는 상업 영화 최초로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IMAX) 필름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사용된 필름의 길이만 무려 640KM에 달한다. 놀런 감독은 막대한 예산 문제나, 2분 30초마다 필름을 교체해야하는 번거로운 촬영과정을 감수하면서 최상의 영상미를 위하여 고가의 아이맥스 필름 촬영을 고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놀런 감독은 아이맥스 필름의 장점으로 '압도적인 화질'을 꼽았다. 그는 "사람의 눈과 비슷하게 색감과 디테일을 담아낸다. 영화 감독으로서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데려가고 싶다면 가장 완벽한 선택지다. 관객에게 그곳의 냄새와 맛, 감촉까지 체감하게 하니까. 저는 관객을 영화속으로 끌어들이는 최고의 방법을 택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압도적인 해상도로 찍었기 때문에 아이맥스 전용이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도 최상을 경험할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한 번의 경험을 위하여 놀런 감독은 엄청난 자본과 제작상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놀런 감독은 2017년 인터뷰에서는 "영화를 경험하라(Experience the film)"는 특유의 철학을 이야기한 바 있다.
"영화관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다. 소설을 읽는 건 개인적 경험이지만 영화관에서는 실시간으로 다른 관객들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그 경험이 훗날 영화를 어떻게 접하든 재미를 높여줄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나중에 다시 볼 때 '아, 이건 영화관에서 상영했었지, 대형 스크린으로 봤을 때 어땠더라' 그때의 경험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놀런 감독)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놀런 감독답게 현장에서도 영화에 집중하기 위하여 엄격한 촬영장 철칙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놀런 감독과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촬영장의 몰입도를 해친다는 이유로 휴대폰 반입 불가, 개인의자나 털부츠 금지, 심지어는 감독 본인도 시간이 아까워서 하루에 화장실 두 번만 가기 등, 놀런의 독특한 일화를 밝힌 바 있다.
놀런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하여 "촬영장은 단순히 배우가 연기하는 곳이 아니라, 현장이 현실세계라 믿고 그곳에 몰입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데이먼은 "놀런 감독은 엄청난 규모의 대작임에도 독립영화처럼 촬영한다. 필요한 요소들을 절대 함부로 배치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실제 움직임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장면을 그린다. 각 요소들을 실제 동선에 맞추고 나서야 촬영한다. 현실감이 있도록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거다."며 관객을 몰입시키기 위하여 집요한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놀런 감독의 성향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지금의 자신을 만든 인생영화로 헐리우드의 고전 SF 걸작 시리즈인 <스타워즈>를 꼽으며 열혈팬의 면모를 드러냈다. 놀런 감독은 12번, 데이먼은 무려 14번이나 관람했다고. 그렇게 <스타워즈>를 통하여 영화의 꿈을 키우던 7살의 어린 소년들은 세월이 흘러 이제 헐리우드 영화계를 이끄는 또 다른 별이 됐다. 50대를 훌쩍 넘긴 놀런 감독과 데이먼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들처럼, 자녀들이 훌쩍 성장하여 독립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갔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다고 털어놓았다.
<오디세이>의 모든 촬영이 끝나던 날, 데이먼은 촬영 종료를 기념하여 모인 자리에서의 훈훈한 일화를 밝혔다. 데이먼은 "새벽 1시쯤 마지막 촬영이 모두 끝나고 샴페인이 준비되어있었다. 보통은 피곤해서 대충하고 끝내는데 그동안 함께 고생하며 쌓인 유대감이 워낙 깊었던 터라 아무도 떠나지않았다. 야외 세트장에 다 같이 서서 몇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무도 헤어지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 소중한 유대감은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배우들의 촬영이 모두 끝나도, 감독은 영화의 편집과 후반 작업이 남아있기에 아직 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놀런 감독은 "배우들에게 촬영이 끝나고 조만간 편집실에서 또 보자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촬영이 끝나고 맷은 저를 7~8개월만에 만나는 거지만, 저는 늘 영화를 통하여 맷의 모습을 봤으니까"라며 "영화 감독에게 엔딩 크레디트의 순간은 관객 여러분에게 선보이는 그때가 비로소 끝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놀런 감독과 데이먼은 소외계층 어린이들의 영화 관람을 위하여 <유퀴즈>의 상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촬영이 끝나고 제작진을 통하여 추가로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겼다.
"때로는 한편의 영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죠. 영화가 주는 영감과 관점, 가능성을 극장에서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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