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이랜드 경찰서의 하위 경사는 자신에게 직접 전달된 신고 편지를 읽고 홀로 외딴섬 서머아일로 향한다. 고대 드루이드 신앙을 믿고 있던 섬 주민들은 외지인인 하위를 경계하며 비협조적으로 행동한다. 독실한 기독교도이자 금욕주의자인 하위는 경찰로서 해야 할 일, 실종된 12살 소녀 로완 모리슨을 찾아야 했다.
섬을 둘러보며 로완을 찾는 하위. 그런데 어른들은 하나같이 야한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여자아이들은 선생님의 지도 아래 나체로 단체 춤을 춘다. 남자아이들 또한 선생님의 지도 아래 남근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을 둘러싸고 활기찬 노래와 율동을 배운다.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다. 하위로서는 용납하기 힘들다. 그는 섬의 영주, 서머아일 경을 찾아간다.
영주 서머아일 경이 말하길, 이곳 백성들은 가난하기 짝이 없는 기독교도들이었으나 그의 조부가 섬을 매입한 후 고대 원시 종교, 즉 드루이드교로 회귀하면서 풍요가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큰 풍작을 거뒀고, 대규모 제사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하위는 그들이 로완을 제물로 바칠 것이라고 확신하고 소녀를 구하고자 축제의 한복판으로 침투하는데…
▲영화 <위커 맨: 파이널 컷>의 한 장면.
라이트하우스
어둠 대신 햇빛으로 공포를 만들다
영화 <위커 맨>은 자그마치 1973년에 개봉해 50년이 넘은 '포크 호러 마스터피스'로 명성이 높다. 포크 호러란 의미 그대로 민속 공포를 말하는데, 2019년 개봉해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뿌린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소마>가 있다. 이 영화가 다름 아닌 <위커 맨>에게 영감을 받고 또 오마주했다니 그 위상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연히 발견된 '파이널 컷'을 수십 년 만에 개봉해 우리 앞에 불러냈다. 우리에게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가 노개런티로 서머아일 경 역에 참여한 후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칭했을 정도이니, 당대부터 이미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20년 전에 리메이크되었으나 처참한 만듦새로 원작을 향한 칭송과 찬사가 더욱 깊어졌다.
가히 <위커 맨>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괴함을 더한다. 보통의 공포·호러 영화는 오랫동안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만들고, 그때 사지를 떨게 하는 무서운 일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방천지가 뻥 뚫려 있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환경이 조성된 섬에서, 한밤중은커녕 한낮을 배경으로 포크송과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시각적으로 한순간 압도적인 충격을 주는 대신 피부로 와닿는 서늘한 기괴감이 온몸을 서서히 휘감는 것이다. 공포는 반드시 어둠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영화 <위커 맨: 파이널 컷>의 한 장면.라이트하우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
영화는 우리의 마음을 시시각각 뒤흔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하위 경사가 실종된 소녀의 행방을 찾아 나선 서머아일 섬은 그가 말하는 '이단'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의 행동은 기괴하나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틀렸다고 하기도 힘들다.
한편 하위의 말과 행동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갇혀 있다. 자신이 정답이고, 자신이 모시는 신 아래에서만 온전히 행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 반하는 어떤 말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확고부동한 신념 아래서 오만하기 짝이 없다. 제국주의의 면모가 보이기까지 한다.
반면 서머아일 섬 사람들은 복잡한 생각 따윈 없어 보인다. 순수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며 날것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편, 해맑아 보이기까지 한다. 다만 예수는 죽었다며 그들만의 신을 신봉하니 하위에게는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다.
하위와 섬사람들이 타협점을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아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서로의 신앙적 신념 사이에 '종교'라는 공통점 하나를 빼면 극단에 서 있으니 말이다. 종교적 극단은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 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비극뿐이다. 이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며 비극의 양상과 행태를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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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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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로 춤춘 사람들, 대낮의 포크송이 만들어낸 공포